[내가 보는 북한-34]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 콜럼비아 대학 교수 "김정은이 집권해도 북한의 변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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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찰스 암스트롱 (Charles Armstrong) 미국 콜럼비아 대학 교수로부터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콜럼비아 교수 겸 이 대학 부설 한국학 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체제의 생성 과정을 파헤친 역저인 <북한의 혁명(The North Korean Revolution:1945-1950)>의 저자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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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암스트롱 (Charles Armstrong) 미국 콜럼비아 대학 교수. - PHOTO courtesy of Charles Armstrong (PHOTO courtesy of Charles Armstrong)

암스트롱 교수는 특히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와 세계적인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인 CNN을 비롯해 주요 언론에도 자주 북한 문제에 관해 활발한 의견을 개진해오고 있습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북한 정권이 과거 동유럽 공산국 정권처럼 전통적인 의미의 공산정권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북한은 과거 전시 일본의 우익정부를 방불하게 할 정도로 정치, 경제적인 이념 분자들로 똘똘 뭉친 조직체이자, 김정일 가문 중심의 군과 당이 합쳐진 정권이라는 겁니다. 그런 만큼 북한의 변화도 단시일 안에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암스트롱 교수의 진단입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에 식량기근이 한창이던 1997년 당시 식량난 현장 답사를 위해 미국 비정부 기구 대표단 일원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당시 암스트롱 교수는 평안도와 황해도를 방문했는데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구할 수 없어 여기저기 아사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말 그대로 북한의 모든 게 절단이 난 것 같았다고 술회합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2008년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두 번째 방문 때는 개성공단을 찾았고, 거기서 만나본 북한 근로자들은 역동적이었고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겁니다. 비록 북한을 방문한 기간은 시기적으로 10년 차이가 있지만 암스트롱 교수가 그때나 지금도 북한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슬픔’이란 감정이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Prof. Charles Armstrong

: I think the greatest impression I have, and many people have after visiting North Korea, is sadness, a very sad country. There's so much pride...

“저를 포함해 북한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다녀온 뒤 받는 가장 크게 받는 인상은 슬픔이란 감정이다. 북한은 아주 슬픈 나라라는 생각 말이다. 사실 북한 주민은 역경에 처해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외국과 싸운 자긍심도 세고, 정체성도 있다. 북한 주민은 이런 성취에 대해 자긍심을 표현하긴 해도, 그런 감정의 밑바탕엔 실패감과 힘겨운 삶에 대한 엄청난 슬픔이 깔려 있다. 바로 이런 슬픔이야 말로 북한을 생각할 때 가장 다가오는 감정이다. 물론 이런 슬픔의 대상은 일반 북한 주민이지 지도부는 아니다. 북한 지도부도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곤 있지만 이들이 받는 혜택은 일반 주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낫다. 그러나 최고위층을 제외하곤 나머지 인사들도 단순한 물질생활을 영위하는 것 같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이 하루빨리 경제 개혁을 통해 나라도 부강해지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지만, 그다지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정권 안위는 물론 북한 체제에 위협을 느끼는 한 개혁, 개방을 추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암스트롱 교수의 진단입니다.

Prof. Armstrong

: Kim Jong Il's main concerns is for his own maintanence of power and that of the people around him, and in order to do that...

“김정일의 주된 관심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일이 필수인데 우선은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을 지금처럼 동원 체제로 만들어야한다는 점이다. 또 북한 주민을 외부세계와 고립시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외부 정보로부터 차단시켜야 한다. 북한은 20년 전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망하는 걸 보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북한에서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북한은 또 베트남과 중국에서 실시한 경제개혁이 북한이 원치 않는 사회 변혁과 정권교체를 가져온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진짜 우려하는 바는 이런 경제개혁이 결국은 불안정을 가져오고, 권력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의 최우선 우선순위는 기존의 권력과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일이며, 경제 문제는 뒷전이다. 사실 이런 전략은 일반 주민을 고립시키고 통제한 지난 20여년간 잘 작동한 것 같다.”

문제는 김정일 지도부가 취해온 이런 주민 통제전략이 앞으로도 얼마나 지탱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적지 않은 수의 북한 주민들이 중국과의 국경 지역을 오가면서 남한을 비롯한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남한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오락물 등이 북한 내부로 유입되면서 북한 주민들도 과거 10~15년전보다 훨씬 더 외부세계의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이처럼 외부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주입받은 선전 내용과 외부세계의 현실 간에 커다란 격차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며, 바로 이런 새로운 각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어 외부세계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계속하다보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얼마나 더 잘 사는지를 아는 걸 최대의 위협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3남 김정은이 집권할 경우 과연 북한 주민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김정은이 북한 사회에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데 집권 초기부터 권력의 공고화 작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그가 그런 시도를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겁니다.


Prof. Charles Armstrong

: Average North Koreans' life will not change much...

“김정은이 권력을 잡으면 처음엔 별로 보통 북한 주민들의 삶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김정은이 안정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은 지난 두 세대 이상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지배를 받아왔고, 따라서 김정은도 이런 식의 강요된 지배를 통해 안정을 꾀하려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 스스론 그다지 많은 권력과 카리스마를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시 말해 북한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가던가 아니면 김정은을 김일성이나 김정일처럼 실질 지도자가 아니라 명목상의 지도자로 내세우고 배후의 실력자가 섭정으로 나서는 형태를 띠게 될지 모른다. 김정은이 북한의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상당한 변화를 제도화하지 못하면 일반 북한 주민들의 삶에 그다지 많은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암스토롱 교수는 북한이 살 길은 외부세계에 대한 개혁, 개방인 점은 분명하지만 북한 핵문제처럼 정치, 외교적 현안이 풀리지 않는 한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무엇보다 미국과 자국의 핵문제를 해결하고, 남한과도 경직된 관계를 풀어서 해외 투자자들이 북한에 들어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대치 상태와 경직된 관계가 지속되면 될수록 북한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북한 주민들을 더 통제하고 조직할 수 있는 호재로 악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암스트롱 교수의 설명입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현재 미국과 대치국면을 촉발시킨 북한 핵문제가 해소되면 북한 정권이 주민을 동원체제로 만들 수 있는 힘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외부세계에 대한 포용으로 나갈 가능성을 더 높여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어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삶을 향상하려면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살리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일 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며, 그렇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비참한 말로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Prof. Armstrong

: It seems to me what's most critical is that the leadership of North Korea has to come to a point of making the strategic choice that it must reform...

"제가 볼 때 가장 긴요한 점은 북한 지도부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다. 즉 경제 상황을 변화시키는 조치도 취하고 북한을 외부세계에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뒤에야 북한에서도 진정한 변화를 볼 수 있다. 또 최소한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게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비참한 길로 가서 결국엔 인민 봉기로 재앙을 맞이하거나 혹은 지금처럼 준군사정권 아래에서 지속적인 고립을 택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면서 암스트롱 교수는 김정은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만일 그가 정권을 공고하게 다질 수만 있다면 위로부터의 변화를 이룩할 가능성에 희망을 가져봄직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찰스 암스트롱 미국 콜럼비아 대학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