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토비 댈턴(Toby Dalton) 핵정책 프로그램 부국장으로부터 북한의 핵개발과 핵확산 문제에 관해 들어봅니다. 댈턴 부국장은 지난 3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들어가기 앞서 미국 연방 에너지부에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핵비확산 정책과 관련한 실무 작업 총괄했습니다. 댈턴 부국장은 당시 에너지부의 핵안전 및 안보국 국장 서리를 지냈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과 핵확산금지조약, 나아가 북한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핵 문제를 다루는 고위 관리를 지내서 북한 핵문제에도 소상합니다. 미국 정부에 들어가기 전 그는 한국 경남대 부설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기도 하고 2008년 맨스필드 재단에서 발간한 한미관계 증진에 관한 공동 저술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토비 댈턴 부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핵개발에 열중인 북한을 동북아 안정질서를 해치는 최대의 위협국으로 간주합니다. 핵확산 문제 전문가인 댈턴 부국장은 특히 북한이 과거 핵확산금지조약(NPT) 에 가입하고도 탈퇴한 뒤 핵개발에 나서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약에도 상당한 해악을 끼쳤다고 봅니다.
Toby Dalton
: It hurts. Certainly it's leaving the regime harmful particularly to the extent that other countries look at North Korea, saying...
“북한의 탈퇴는 핵확산금지조약에 해롭다. 특히 ‘북한이 조약을 탈퇴하고, 조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더니 지금은 핵계획까지 갖고 있다”고 불평하는 나라들에게 그렇다. 북한이 조약을 탈퇴하고도 이런 식으로 보상을 받는다면 조약에 정말 해악을 끼친다고 본다. 이란을 보라. 이란이 만일 조약의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 다른 나라를 속이고 핵을 개발하는데도 아무런 징벌을 받지 않는다면 이 또한 조약에 해악이 된다. 이란은 핵과 관련해 아주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고, 그래서 유엔과 국제사회의 재재를 받은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란 전 세계의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1970년 3월 발효한 조약으로 오늘날 189개국이 가입한 상태입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때는 1985년입니다. 통상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게 되면 곧바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협정을 체결해서 핵과 관련한 일체의 시설과 물질에 대해 사찰을 받아야 하지만 북한은 조약에 가입하고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핵안전협정 체결을 미루다가 1992년에야 비로서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와 핵사찰 문제로 충돌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거센 핵사찰 압력이 커지자 1994년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다 북한은 2003년 1월 미국의 적대정책을 핑계로 핵확산금지조약에서 완전히 탈퇴했습니다. 북한은 그 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 2005년 10월과 2009년 5월 각각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토비 댈턴 부국장은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하고, 핵무기까지 갖고 있다고 공언한 이상 지금과 같은 상태론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이 조약의 핵무기가 없는 국가의 핵확산을 막으려는 게 목적인데, 북한은 이미 핵을 가졌다고 공언한 만큼 핵을 먼저 포기해야 다시 가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Toby Dalton
: The only way North Korea would be allowed to rejoin the NPT is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에 재가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핵무기 국가 자격으로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가진 인도도 조약에 가입하고 싶지만 현재로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과정도 없고 회원국 간에 일치된 견해도 없다. 이 조약상의 핵 국가로 인정받은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 나라뿐이다. 현재의 조약 체계론 인도나 북한 모두 핵무기가 없어야 조약에 가입할 수가 없다. 북한이 다시 조약에 들어가고 싶으면 핵을 포기해야 한다. 기존의 조약 체계가 아주 신축성이 없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5년 비공인 핵국가인 인도와 별도의 핵협력 협정을 맺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실은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할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라는 게 댈턴 부국장의 설명입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인도의 민간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핵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에 현실적으로 가입할 수 없자 이를 우회해 별도로 핵협정을 체결했다는 겁니다. 댈턴 부국장은 “인도는 비록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못했어도 다른 방식으로 조약의 강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미국도 언젠가는 북한과 핵안전 문제와 수출통제 문제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와 파키스탄과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데 ‘북한은 이게 힘든가?’라는 질문을 하지만, 댈턴 부국장의 생각은 다릅니다.
Toby Dalton
: Well, it's a couple of things, I think. One, there is a legal argument made that India, Pakistan and Israel never joined the NPT, so technically...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가 생각한다. 하나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아니 최소한 법적으로 말해 이들의 핵프로그램은 조약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적인 주장이다.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이 조약에 가입했다가 속임수를 썼고, 그러다 탈퇴했다. 바로 여기에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 간에 법적인 차이가 있다.”
댈턴 부국장은 또다른 이유로 핵개발 때문에 철저하게 고립된 북한과 달리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과 핵협력에 기초한 건전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현재 동아시아의 지역 안정에 아주 우려하고 있고, 북한이 현 시점에서 지역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서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안정감을 느껴서 덜 위협적인 나라가 되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미국과 관계를 가져야 하는 데 지금처럼 핵개발 문제로 고립된 채 남아 있으면 힘들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핵을 포기하게 만들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도록 해야 하지만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점입니다. 댈턴 부국장도 대부분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지금처럼 핵무기를 정권의 안전판으로 간주하는 한 핵을 포기하기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그나마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지만, 이 역시 중국의 미온적인 협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그는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지난 2005년, 2009년 각각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중국도 이에 동참했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실천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꼽았습니다.
댈턴 부국장은 이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건 오히려 북한의 핵 확산 노력이라고 지적합니다. 과거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에 북한이 관여한 사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는 겁니다.
Toby Dalton
: For me, at this point because it is obvious that North Korea is not going to give up its nuclear program, the point we need to focus on most...
“현 시점에서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관심을 집중해야 할 점은 북한과 다른 나라와의 핵 관계라고 본다. 그래서 북한과 협상할 때 미국은 다음과 같은 점을 아주 분명히 해둬야 한다. 즉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하지 않을 것은 북한이 핵 기술이나 부품,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일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서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에 따른 협력지원과 관련해 상당한 우려가 있다. 이란과도 모종의 거래를 한다는 보도도 있고 버마와 의심스런 짓을 한다는 보도도 있다. 그게 핵보다 미사일 분야에 치중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보면 우리가 북한이 다른 나라와 핵 관계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댈턴 부국장은 특히 과거 북한이 중국을 경유해 의심스런 물품을 빼가도 이를 방치했다면서 중국이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지난해 11월 미국 핵과학자에게 현대식 농축 우라늄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데는 정치적 속셈이 있겠지만, 북한으로선 우라늄 농축 핵개발에 관심이 있는 나라들에게 ‘돈벌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핵확산 우려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토비 댈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국장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