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한국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David Kang) 교수로부터 북한의 여러 문제와 해결 방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남가주대학 부설 한국학 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데이비드 강 교수는 조지타운 대학의 빅터 차 교수와 함께 지난 2002년 대북 포용전략에 관한 맞장 토론을 엮은 <핵 국가 북한( Nuclear North Korea)>이란 저서를 펴낸 뒤 각종 북한 현안에 관해 언론은 물론 각종 토론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강 교수는 우선 최근 남한 정부가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북한 김정일 정권이 내부적인 사정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부에선 북한이 천안암을 폭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남북해군 교전에서 피해본 것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강 교수는 외부 요인 못지 않게 내부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Prof. David Kang
: (You know there's a lot of speculation about why. My sense is it's as much for internal reason as it's for external reason...)
“북한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제가 볼 땐 외부적인 이유 못지않게 내부적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즉 김정일의 좋지 않은 건강이나 그의 뒤를 이어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노심초사를 감암할 때 불확실한 게 많다. 그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지금이야 말로 주민들 사이에 민족주의를 다시 부추켜 김정일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외부에 과시할 때라고 본 것 같다. 또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된 게 분명하다면 그가 군사적 성과를 보여 후계를 정당화를 꾀하고 싶은 동기도 있었을 것이다.”
강 교수는 북한 지도부 가운데는 지금은 천안함 폭파와 같은 일을 벌일 때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지만 대다수는 이런 일을 벌여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길 원하기 때문에 일을 벌이고도 후과에 관해선 그다지 개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천안함 폭파와 같은 무모한 일을 벌였긴 해도 북한 정권 자체는 과거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는 게 강 교수의 진단입니다. 북한 정권이 과거에 비해 취약해진 배경에는 무엇보다 북한 경제가 엉망인데다 중국의 지지도 과거처럼 맹목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Prof. David Kang
: (Again there's a lot of disagreement about why stable the regime is. Many very smart long-time observers think the regime is actually stable....)
“현재 북한 정권이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현명한 인사들 가운데도 북한 정권이 꽤 안정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북한정권이 종말의 시작점에 와 있을지 모른다고 보는 쪽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김정일이 1994년 권력을 장악했을 때 그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해 북한이 그다지 엉망인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시는 수백만의 아사자를 낳은 대기근이 발생한 90년대 후반 이전이다. 또 당시는 핵 위기가 터지기 시작한 무렵이었고, 구소련이 멸망한 지 2년 뒤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1994년만 해도 북한은 그런대로 꽤 잘 나갔다. 그렇지만 오늘의 북한이나 김정은이 차기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볼 때 북한은 형편이 훨씬 안 좋다. 북한은 경제적으로도 아주 안 좋은 게 분명하고, 여기에 식량난까지 겪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지지도 아주 미약하다. 우방인 중국조차도 예전처럼 열렬한 지지국이 아니다. 여기에 북한은 지난 15-20년간 외부세계의 압력에 시달려 왔다. 이런 모든 여건을 감안해보면 북한정권은 지난 몇 년 동안 부와 영향력도 줄어들었고, 정권도 덜 안정적이었다. 북한 정권은 과거에 비해 훨씬 취약한 것 같다.”
'경제적 포용'이야말로 북한 정권을 평화적으로 바꾸고 주민들의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br/>- 데이비드 강<br/>
이처럼 북한의 김정일 정권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대안은 없을까요? 데이비드 강 교수는 한 가지 대안으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지지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군사력을 통한 물리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 차선의 방법이 무엇이냐 하는 점입니다. 데이비드 강 교수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이룩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경제적 포용’이라고 말합니다.
Prof. David Kang
: (The sad fact is that most of us have very little options...)
“사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한 별다른 방안이 거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전쟁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대북 포용을 주장하는 것도 경제적 자본주의가 아주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적 포용이야말로 북한 정권을 평화적으로 바꾸고 주민들의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강 교수는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경제적 포용은 북한의 대외교역을 늘려서 지금보다 훨씬 더 국제사회와 상무적 교역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향을 좀 더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경제적 포용을 하다보면 결국 북한 일반 주민도 혜택을 입게 된다는 겁니다.
Prof. David Kang
: (One of the things about economic engagement is it's not a cure-all for everything...)
“경제적 포용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 몰라도 북한 주민을 즉각 도울 순 있다. 시간이 흘러 뭔가 일이 발생해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그들이 직면하게 될 현대 세계를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남한에 도착하는 탈북자들에게서 들은 정보 가운데 하나는 탈북자들이 현대 세계에 적응하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제적 포용의 다른 이점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줄이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좀 더 잘 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강 교수는 물론 자신은 북한이 무슨 일을 벌이든 상관없이 북한을 포용하자는 식의 ‘맹목적인’ 포용주의자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경제적 포용을 옹호하는 주된 이유는 이걸 통해 북한 사회를 점진적으로 개방시킬 수도 있고 특히 북한 주민의 의식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Prof. David Kang
: (My point is economic engagement is a powerful tool.)
“경제적 포용은 강력한 도구라는 게 내 요점이다. 경제적 포용을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대북 협상에서 뭔가 중요한 걸 빠트리는 것이다.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경제적 포용은 지속해야 한다. 경제적 포용이 아주 매력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걸 통해 북한 주민들이 생각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린 북한 주민들이 봉기할 것으론 기대하지 않는다. 냉전 종식 후 동구권과 구소련, 중국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한 많은 증거가 있다. 즉 경제적 포용이 이런 나라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정치, 외교 등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강 교수는 이어 북한에 대한 이 같은 경제적 포용과 함께 북한도 결국 중국처럼 개방, 개혁으로 나가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 교수는 “김정일 정권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2천2백만에 달하는 북한 주민”이라면서 “만일 김정일이 등소평처럼 중국의 경제개혁을 뒤따른다면 북한도 살 길이 있지만, 북한이 중국의 길을 따를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합니다.
Prof. David Kang
: (The Chinese have clearly been trying to push Kim Jong Il to follow their own example. That's why they take him to Shenzen...)
“중국은 김정일에게 중국식 개혁을 본받을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김정일로 하여금 상하이나 심천 지구를 방문해 경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까닭도 등소평의 남순을 본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분명 북한에 대해 ‘이게 북한이 좆아야 할 길’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이길 주저하거나 꺼려한다. 북한도 중국도 이런 개혁이 미묘한 길이라는 걸 다 안다. 북한도 경제개혁 없이는 점점 더 취약해지고 빈곤해진다는 걸 안다. 북한도 생존하려면 개혁을 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정권의 힘을 취약하게 만든다. 김정일이 개혁의 첫 걸음을 내딛다가 다시 뒤로 한 걸음 후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 교수는 결국 북한 김정일 정권의 고민은 개혁을 너무 하면 정권이 위협받고, 그렇다고 정권의 생존에만 너무 신경쓰면 경제 개혁을 영영 하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북한 정권이 개혁과 정권생존 사이에 어떤 중간 타협책도 고려할 것으론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는 데이비드 강 미국 남가주대학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