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②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전 국무부 한국과장 "김정일 퇴장만으론 문제해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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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전직 국무부 관리 출신이자 한국통으로 이름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씨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에 관해 살펴봅니다. 스트라우브 씨는 북한에 억류된 2명의 미국 여기자를 석방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해 11월 평양에 파견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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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1기)에서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David Straub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 부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트라우브 씨는 국무부 한국과 과장으로 있던 지난 2002년 당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지금까지 서너 차례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 전직 관리 출신으론 북한 문제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스트라우브 씨는 특히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도 교분이 있어 지금도 종종 대북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트라우브 씨는 전임 부시행정부 시절인 2006년 3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뒤 현재 스탠퍼드 대학 부설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한국학 부소장으로 재직하며 여전히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에 관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트라우브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우선 북한을 주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체제를 가진 ‘시대역행적인(anachronistic) 나라’라고 규정하고, 북한 문제는 단순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David Straub: I don't think even that would solve the problem... “설령 김정일이 물러난다 해도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문제는 김정일이 아니라 북한 체제와 정권 자체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오랜 세월 엘리트 집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힘을 확보했고, 이런 엘리트는 정권이 계속 생존해야 자신들의 이익도 담보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북한 체제는 인민들에겐 끔찍한 체제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북한 체제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 또 그렇게 할 만한 도구도 없다. 중요한 점은 어느 정부, 어느 정권도 지금 그대론 영원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이 궁극적으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겠지만 어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이어 북한의 경제 개방은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으며 북한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미국도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북한에 대한 원조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바라는 것은 핵포기의 ‘진정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북한이 하는 말과 행동이 자주 상치된 선례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엔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단적인 실례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지난 1월11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평화협정에 관한 협상을 제의했지만 여기엔 진정성이 없고 비핵화 과정을 늦추려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David Straub: I think this remains part of a charm offensive which they launched... “북한의 이번 제의는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소위 ‘구애 공세’의 일환이다. 남한 외교부도 지적했지만, 이번 제의는 북한이 비핵화를 늦추려는 술책이다. 북한의 경우 말과 행동이 다르다. 기억나겠지만 1996년 남한과 미국이 북한에 4자회담을 제의했다. 당시 북한을 참여시키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막상 회담이 시작되자 북한은 문서에 서명하는 일만 빼놓곤 다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북한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협정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실질적인 논의를 하길 거부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처럼 평화협정을 제안해도 그 진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아주 어렵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평화협정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뒤에야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며, 그러기 전에 나오는 이런 제의는 비핵화를 늦추기 위한 술책”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지금도 자국의 핵과 미사일 계획으로 빚어진 국제적인 긴장을 회피하려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미국이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핵개발 문제로 긴장이 높아가던 2002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내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이 직면한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 핵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진단했습니다.

David Straub: I think that because of the nature of the North Korean system, the North Korean leadership finds itself facing many dilemmas... “북한 체제의 성격상 지도부는 여러 궁지에 몰려 있다. 이런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북한 지부가 내놓은 게 바로 핵개발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핵개발 계획 때문에 자신들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명백한 의도가 없다. 또한 현재의 김정일 체제든 혹은 향후 다른 정권이 들어서도 북한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핵을 포기하거나 그럴 준비를 할 가능성도 아주 희박하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이처럼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데도 2006년 9워19일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합의한 데는 다른 뜻이 있었다고 풀이합니다. 우선은 이런 성명을 통해 북한은 미국에 대해 협상을 임하는 모습을 보여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은 다른 핵 협정과 마찬가지로 당시 9.19 공동성명에서도 향후 핵협상의 속도를 자신들이 조절할 수 있는 식으로 돼 있어 서명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그 순간에도 실제론 핵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스트라우브 부소장의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새로 들어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한편으론 북한에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제재와 압력을 병행하는 현재의 정책은 “전적으로 옳다”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또 이 같은 정책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지난 1년 간 북한 핵문제에 관해 아무 진전이 없었지만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스트라우브 소장의 분석입니다.

David Straub: There's no perfect policy to deal with North Korea. And what governments including the United States must do is... “북한을 상대하는 데 완벽한 정책이란 없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해당 정부가 북한을 상대할 때는 최적의 정책(optimal policy)을 찾아야 한다. 내가 보기에 오바마 행정부는 최적의 대북 정책을 찾았다. 그 정책이란 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해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북한에 계속 열어두면서 동시에 이를 위한 협상에 응할 때까지 제재와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지난 세월 미국 역대 정부와 상대하면서 위협을 가하고 그때마다 미국이 수그러들고 양보를 얻어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그런 위협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일본과 공조해 “현재의 대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으로 본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설령 이런 정책이 남은 임기 중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단호하고도 일관되게 밀고 가야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지만 “조만간 이런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고 스트라우브 씨는 전망했습니다.

한편, 올해 54세인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지난 1976년 국무부에 들어가 처음엔 독일에서 근무한 일 빼고는 70년대 후반부터 외교관 생활의 대부분을 주로 한국 문제와 씨름하며 보냈습니다. 그는 1996년부터 2년간 한국과 부과장으로 일하다 2002년 한국과장으로 승진해 2004년까지 재직했고, 이후 2006년 사임하기 직전까지 국무부 일본과장을 지냈습니다. 외교관직을 은퇴한 뒤 스트라우브 씨는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고, 지난 2008년 7월 스탠퍼드대 부설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한국학 부소장으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는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고 현재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씨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