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로부터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해결 방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그레그 씨는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한국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고, 이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지낸 뒤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있습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한국과 미국 간의 친목과 이해증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2002년 이후 다섯 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이 직면한 여러 상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정통합니다. 그레그 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미국 간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대화와 신뢰의 부족을 꼽았습니다. 특히 핵심 현안인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게 되고, 군사적 위협을 느끼지 않을 때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거듭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우선 현재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해 무엇보다 외부 세계의 변화에 대해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찾았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전 부시 행정부 때는 물론 남한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겁니다.
Donald Gregg
: I think North Korea finds itself very difficult to adjust to the rapid political changes that take place in democracies...
“북한은 민주주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정치 변화에 적응하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02년 4월 제가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당시 북한 김계관 외상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즉 전임 대통령과 아무 것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나라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기능하겠는가? 라고 말이다. 김계관이 말한 취지는 이렇다. 북한이 클린턴 대통령을 초청했는데, 클린턴은 대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냈다. 클린턴 자신도 평양을 방문하고 싶었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전임 행정부가 남긴 대북관계를 이어가겠다고 했는데, 갑작스레 북한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명됐다.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 방문 시 면박을 당했다. 그 뒤 미국의 대북관계는 180도 바뀌었고, 그러자 북한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남한 이명박 정부에 적응하는 데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남한은 김대중과 노무현 진보 정부를 두 번 연속 거친 뒤 이명박 보수정부가 들어왔고, 그에 따라 종전과는 다른 대북정책이 뒤따랐지만 북한이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또 “북한이 달리 대응할 방법도 많지 않다보니 종종 핵위협 같은 격렬한 수사를 써가며 대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어 현재 교착 국면에 빠진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상호 대화와 신뢰부족을 꼽았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고 개방,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베트남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도 대화 부족이며, 핵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도 대화 부족이라는 겁니다.
Donald Gregg
: I think the problem is lack of sustained dialogue, lack of consistent dialogue. I remember on my second or third visit to North Korea...
“북한이 그렇지 못하고 있는 데는 미국과 지속적이고 일관성있는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을 다섯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두 번째인가 세 번째 북한 방문 직전에 영국에서 열린 회의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영국의 정보관리를 만났는데 리비아에서 몇 주일 머물면서 카다피 국가원수와 만나 리비아의 핵포기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결국은 카다피도 핵을 포기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북한 김계관 외상을 만났을 때 이런 얘길 했더니 김계관은 “리비아는 꿈도 꾸지 마라”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김계관은 “카다피는 여러 달 대화한 끝에 동의했지만 자신은 부시 행정부 사람 누구하고도 한 시간 이상 대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즉 김계관 외상의 취지는 리비아의 핵 포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북한은 미국과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지만 그런 지속적인 대화를 가져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그레그 전 대사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북한 사이의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고, 군사적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북한도 핵 억지력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그 때문이라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Donald Gregg
: Well, by establishment of a dialogue, and even today the United States's saying they're interested in talking, and I'm very pleased that there're military talks...
“우선 대화 제도를 만들어야 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한 유엔사령부와 북한 군부 간에 대화가 재개된 것은 무척 기쁜 일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됐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미국이 지금 북한에 대해 ‘핵포기 주제 외엔 아무 것에 대해서도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핵무기야 말로 미국의 더 큰 위협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보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도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논리를 믿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미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을 경우 북한의 핵포기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경제 개혁에 미진한 이유에 대해서도 경제 개혁으로 인한 정권 위협 못지 않게 전문적인 경제 관료의 부족을 꼽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연수생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더 많이 보내 국제경제에 관한 전문 지식을 쌓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그레그 전 대사는 주장합니다.
Donald Gregg
: Well, I don't think they're very expert at it. They tried to reform their currency. It was a total failure for which they apologized...
“북한은 경제 개혁엔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 북한이 지난해 화폐개혁을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완전히 실패했고, 이에 관해 사과했다. 사실 북한엔 외부 나라의 경제와 시장 경제를 접해본 유행 감각이 있는 경제전문가들도 정말로 없다. 제가 북한 연수생들이 윌리엄스 대학의 경제개발센터에 연수해서 1년짜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사람을 보내달라고 북한 측에 요청했지만, 아직 북한은 그러겠다는 용의를 아직 표명하지 않았다. 북한이 국제경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를 하면 무척 유용할 것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진정한 경제개혁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정권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 일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레그 전 대사는 과거 자신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재직 시 미국 시라큐스 대학과 북한 김책 공대 간에 정보기술 협력 사업을 한 일을 상기시키고,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사업 결과 북한 내 정보가 확대되면 필연적으로 더 많은 정보가 흘러들어 자신의 정권에 위협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이 전적으로 개방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어 북한 주민이 김정일 이후 차기 지도자 밑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에 관해 “새 지도부다 외부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단하긴 힘들다”면서도 북한이 지금과 같은 고립에서 벗어난다면 희망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Donald Gregg
: I mean what we've learned through our IT development program between Syracuse and Kim Chaek University is that North Koreans're tremendously...
“시라큐스 대학과 김책공대 간 정보기술 협력사업을 통해 우리가 터득한 점은 북한 사람들이 무척 똑똑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강하며, 교육 자료와 현대 경제, 기술만 제대로 제공하면 북한도 남한처럼 크게 부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심각한 고립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주민들이 총체적으로 갖고 있는 엄청난 재능을 활용하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로부터 북한의 현안에 관한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