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50] 서대숙(Dae-Sook Suh) 전 하와이대(Hawaii Univ.) 교수② "김정은, 선당후군으로 가야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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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학자로 꼽히는 서대숙 전 하와이대 교수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반평생을 북한을 연구하는 데 보낸 서대숙 전 교수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하는 바람에 북한이 오히려 크게 퇴보했다고 단정합니다. 북한이 군 지상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모든 자원을 군사 개발에 힘쓰다보니 경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자기나라 국민들조차 식량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는 엉망이 됐다는 겁니다. 북한이 1998년 헌법을 개정해 주석직을 없애고 국방위원장직을 신설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서대숙 박사는 북한이 오늘날 세계를 상대로 식량을 구걸하지 않으면 주민과 어린이들이 굻어 죽는 경제를 가진 파산 경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강성대국은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서대숙 박사는 특히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식 사회주의'도 이미 경제적으로 파산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처럼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가의 막대한 자원이 군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북한 주민은 굶어도 되지만 군대는 훈련을 해야 하기에 굶어선 안 되기에 지금도 나라 예산의 20% 이상이 국방비로 들어가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서 박사는 이런 폐단의 중심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도입한 선군정치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제대로 바뀌려면 우선 군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대숙

: 사실 만경대니 이북의 국가기관을 가보면 으리으리하다. 한국 국회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소년궁전을 보면 정말 궁전이다.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굉장히 잘 한다. 집을 하나 짓더라도 멋있게 잘 짓는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이 사는 데 가보면 개굴창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비자 경제 신경 안 쓴다. 자기 자는 곳이나 대변소나 가깝다.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와서 이걸 고쳐야 되겠다고 얘기는 안한다. 그래서 선군정치라는 게 좋지 않다. 그러니까 선당정치를 해야 한다. 그 동내의 당원들이 와서 보고 우리 당은 ‘이 동내에 무엇을 개선해야겠다’라고 나와야 나라가 살아나간다.

서대숙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1998년 헌법을 고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한 내용도 일부 넣었습니다. 이를테면 새 헌법 2장 24조는 텃밭을 비롯한 개인의 부업 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이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수입은 개인 소유이고, 이걸 상속할 수도 있으며 국가가 이걸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37조에선 북한의 기관이나 기업소가 다른 나라의 회사나 개인과 합영과 합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항을 넣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통해 북한이 이미 만들어놓은 특별경제구역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심사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미 1991년 12월 함경북도 나진선봉 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설정하고 외국인 유치 작전에 나서 1996년과 98년 각각 홍콩 기업으로부터 1억 8천만달러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그 뒤에도 중국과 홍콩, 일본 기업들로부터 약 8억달러의 투자액을 끌어들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실현된 투자액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핵개발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고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북한의 해외 투자유치 사업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남한과의 개성공단사업입니다, 서대숙 박사의 진단입니다.

서대숙

: (나진 선봉사업은) 이북에서 실패한 사업들이다. 나진선봉이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이 외자를 도입하고 나라를 개방하려고 했는데 이걸 해도 누가 투자를 안 한다. 나진-선봉만해도 투자를 안하고. 개성공단은 대한민국의 원조사업이다. 이북에서 무엇을 해서 이북경제를 도우려는 게 아니고 이북 사람들 노동시켜 돈 버는 것이지. 금강산은 그게 무슨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객이 열명이건 백명이건, 오백명이건 오천명이건 똑같은 돈을 바치는 사업이 어디 있나. 이게 한국 사람들에게나 금강산이지 중국엔 금강산이 얼마나 많은가. 이북을 도와주는 건 그냥 교회에서 도와주는 것처럼 하나님 사업처럼. 이북의 경제발전을 위해선 이북의 회사나 정부와 합작을 해서 돈벌이 사업을 해야 한다. 그걸 한국에서도 안 하려고 한다.

서대숙 박사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 상하이와 심천 등 개혁, 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를 방문한 선례가 있지만 중국을 따라 경제 개혁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북한이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동안은 더욱 힘들다고 말합니다.


서대숙

: 그게 하루 이틀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은 정권유지보다 더 힘들다. 정권유지하는 것은 쏴 죽이면 된다. 말 안 듣는 놈은 없애버리면 된다. 김정일이 중국에 가서 상해 증권시장 갔을 때 대동한 사람들이 이북의 대장들을 데리고 갔다. 대장, 중장이 그걸 아느냐? 이북에서 세상을 너무 얕보고 마음먹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데 바보다. 그걸 몰라서 그런다.

서대숙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 개방을 하면 체제에 위협을 주고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거부하고 있다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나아가 북한 주민들이 개방, 개혁을 통해 남한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더 윤택한 삶을 누리고 남한이 훨씬 더 경제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면 동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서대숙 박사는 “북한 당국이 그런 부문을 조심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정권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서대숙

: 난 그렇게 안본다. 북한에서 누가 정부 반대해서 정말 쿠테타를 일으켜 게릴라가 양강도 한 군에 모여있다, 이북군대가 처들어간다 하는 일이 있기 전에는 그런 말도 없다. 나는 그 사람들이 체제개혁을 못하는 이유가 자기들이 넘어갈까봐 못 한다는 게 아니고 할 수가 없다. 체제개혁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지금 큰 눈으로 봐서 현대를 보라. 현대가 한국의 재벌인데 망해갈 정도로 재산을 다 털어 이북을 도와줬는데 안 됐다. 소고기를 못 먹어 농경지에 쓸려면 써라며 트럭까지 다 줬는데 이북에 무슨 교통이 더 되고 이북사함들이 더 살쳤다는 소리 없다. 이북사람들이 비즈니스 노하우가 없다. 자기 자신이 그걸 인정 안한다.

서대숙 박사는 북한이 지금은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세월이 흐르면 개혁, 개방의 대세를 피할 순 없다고 강조하고, 단적인 예로 중국을 꼽았습니다. 서 박사는 또 북한이 변하려면 북한의 오랜 통치이념인 주체사상도 폐지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이 주체사상을 오로지 자신의 후계사업과 권력 승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기 때문에 이런 사상으론 북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대숙

: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만들었을 때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자기가 이북에서 뭘 해도 해방해준 사람이 소련이고 조선전쟁을 이겨준 사라밍 중국사람인데 이들이 자꾸 귀챦게 하니가 주체사상을 한거다. 그런데 잘 써먹었다. 처음엔 제일 좋은 사사이었다 그런데 김정일이가 그걸 수령제를 넣다보니 주체사상 10권에 주체사상의 인간생활 체험, 생명 뇌수 등으로 만들어 거의 종교화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 정치체는 영원하다고 얘기한다. 김정은이 다시 주체사상을 들고 나와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공산주의 얘기 안 한다. 북한에서도 써먹을대로 다 썩먹었다. 주체사상에 관한 책도 많이 안 나온다. 이북에선 옛날에 남한 학생들이 미군 군화 닦고, 그래서 남한 경제가 돼서 먹고 산다고 하는데 이젠 그런 말도 북한엔 없다.

서대숙 박사는 북한이 바뀌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면 결국 주체사상도 폐지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 체제가 망하기 전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기존의 체제 아래에서도 후계자 김정은이 부친이 군인 지상주의적인 선군정치를 버리고 당을 앞세운 선당정치를 통해 당의 전문 기술 관료들을 중시할 경우 북한이 발전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