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외교관 출신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미국 스탠퍼드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한국학 부소장으로부터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1979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의 근무를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다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과장을 지냈고, 뒤이어 2004년까지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내는 등 외교관 생활 30년 가운데 약 12년간을 한국 문제를 다룬 지한파 인사입니다. 그는 2006년 공직을 은퇴한 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등에서 후학들을 가르쳤고 2008년 지금의 스탠퍼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여전히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독재자 알리 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엔 아랍의 권위주의 국가인 이집트에서 국민들이 30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반독재, 반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거센 시위의 물결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사이지만,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그 영향을 미미하다고 봅니다. 그런 반정부 시위가 북한에 영향을 주기엔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의 정보로부터 너무 차단돼 있다는 겁니다.
David Straub
: (That's another reason to believe that this'll have very little influence on North Korea, generally speaking because I think you're correct the North Korean...)
“북한 지도부가 이집트 상황을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도 북한은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전 세계 주요 현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과거 루마니아와 다른 구소련 위성국들의 몰락을 지켜본 북한 지도부는 전 세계 권위주의 국가의 붕괴 혹은 잠재적 붕괴를 하나의 경고 신호로 간주하고 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이집트 상황을 깊이 우려할 걸로 보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정말 걱정한 것은 과거 구소련과 동유럽 위성국의 몰락이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와 같은 외부 사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요인으로 비밀경찰과 보위부, 정부의 선전선동,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고립 정책, 나아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혹독한 탄압을 제도화한 북한의 스탈린식 제도라고 지적하고, “오늘날 북한이 확립한 스탈린 제도는 과거 스탈린 생존 시의 소련 압제정권보다 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을 변하게 만들려면 중국의 힘이 긴요하긴 하지만 미국이 가진 힘도 만만치 않다고 말합니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도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라고 말하고 한 예로 지난 10여년간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이 주도한 대북 압력에 국제사회 대다수가 동참했고, 그 때문에 북한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일부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압력과 제제보다는 포용과 교류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너무 단순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북 정책에 있어선 동기 부여도 중요하지만 나쁜 행동을 억제하도록 만드는 ‘억제 요인’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북한이 남한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도에 대한 포격을 가하는 등 도발행동을 취했을 때 한국과 미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통해 북한의 의도를 좌절시킨 사실을 꼽았습니다.
David Straub
: (North Korea sank the Cheonan and shelled Yeonpyong as part of their carefully calculated strategy to reset the strategic chessboard to its favor...)
“북한은 철저한 계산 아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도에 대한 포격을 단행했다. 전략적인 장기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해서 그랬다. 북한은 그런 방식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느끼면 언제든 다시 감행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 북한이 그렇게 나왔다고 해서 북방한계선이 바뀐 것도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바꾸지도 못했다.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의 도발 기간 중 남한 편에 굳건히 섰다. 반면 북한은 이런 일을 감행해 전 세계에 또다시 나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의 정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후계자로 지명된 3남 김정은으로 넘어간다 해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앞으로 김정은 시대가 열리더라도 북한이 지금처럼 철저한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나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다른 어떤 것보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게 급선무라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현재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넘도록 재개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부시 행정부 당시 일련의 핵합의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도 6자회담의 재개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트라우브 소장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북한이 어떤 합리적인 조건 아래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엄청난 전략적 실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이목이 항상 집중돼 있는 영변 핵단지 내에 농축 우라늄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미국 과학자에게 공개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따라서 핵관련 회담이 열리려면 먼저 북한이 핵포기 의사와 관련한 확실한 진정성이 나와야 한다는 게 스트라우브 부소장의 견해입니다.
David Straub
: (North Korea must persuasively, even dramatically demonstrate that...)
“북한은 핵문제에 관한 기존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점을 누구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보여줘야 한다. 또 진지한 조건 아래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용의를 보여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은 근본적으로 기존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을 열어봤자 진전을 거두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영원히 힘들지도 모른다. 부시 행정부가 아주 힘들게 기존의 대북 정책을 바꾸면서 북한과 핵합의를 이뤘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두 번째 핵실험을 감행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과도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했는데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핵을 포기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사실상 모든 사람들에게 입증했다. 2차 핵실험은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을 허무는 거대한 타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해커 박사에게 최신식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북한과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일을 정치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핵문제에 관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북한은 어떻게 해야 진정성을 미국에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우라늄 핵시설을 해체하고, 플루토늄 핵시설도 해체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진정성만 가지면 할 일은 많다”고 말합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이어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 너무 많은 거짓말을 너무 자주 했다”면서 “북한이 핵문제에 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북한과 핵합의를 고려하는 것조차 힘들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에 써먹을 수 있는 핵카드를 잃어버렸고, 핵카드의 가치도 너무도 떨어졌다”면서 “북한이 미국을 설득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걸 이해시키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핵을 포함해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 ‘남북통일’이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이 근본적인 태도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않으면 다른 정권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답했습니다.
David Straub
: (The problem is the way the North Korean government behaves. So, if the current North Korean government can reform in a fundamental way, then it...)
“문제는 북한 정부의 행동방식이다. 현 북한정부가 근본적인 방식으로 개혁을 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많은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반면 북한 정부가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없다면 논리적인 유일한 해결책은 다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게 다른 형태의 북한 정권이 될지 아니면 통일 대한민국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느 경우든 다른 정권이 될 것이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