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56] 앤더스 애슬런드(Anders Aslun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경제 살리려면 충격 요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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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스웨덴 출신의 경제학자로 러시아가 시장경제국으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앤더스 애슬런드(Anders Aslund) 박사로부터 북한 경제의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미국에서 국제경제 연구기관으로 정평있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구공산권의 시장전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북한이 전공 연구분야는 아닙니다. 하지만 구공산권의 경제제도가 북한 경제와 유사한 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시장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애슬런드 박사는 일가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구소련이 붕괴한 뒤 1990년대초 러시아가 경제적 혼란에 처하자 하버드 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와 공동으로 이른바 '충격 요법'(shock therapy)이란 극복방안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가격의 전면 자유화와 민영화를 특징으로 한 '충격 요법'은 러시아 시장경제의 기수로 불리는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에 의해 적극 추진됐고,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경제는 "가장 중앙집권적인 경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경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1990년대 초반 공산권이 무너진 뒤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국들은 물론 세계의 다른 공산국들이 경제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시장주의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게 애슬런드 박사의 진단입니다.

Dr. Anders Aslund

: Well, I think this is an economy that will eventually collapse...

“북한 경제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경제다. 아직까지 망하지 않은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북한 경제가 망할 때쯤이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붕괴가 너무 지연됐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국들의 경우를 보면 경제적 왜곡과 고립이 지속되면 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애슬런드 박사에 따르면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권이 멸망하기 시작하던 1989년 이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한 나라는 구소련과 헝가리, 폴란드를 포함해 대략 30개 나라에 이릅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이처럼 경제 체제를 시장 경제로 바꾸는 데 성공한 구공산권 가운데 북한과 가장 실정이 비슷한 나라로 동유럽국 알바니아를 꼽습니다. 우선 알바니아가 북한처럼 철저한 독재국이었습니다. 또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처럼 권력이 독재자 호자에게 집중됐고, 개인숭배가 철저했습니다. 구소련 위성국이던 알바니아는 독재자 호자가 1944년부터 1985년까지 무려 41년을 지배해오면서 경제가 거덜이 났고, 결국 1990년 공산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알바니아가 비효율적인 공산 경제를 타파하고 시장 경제로 전환할 수 있었던 데는 가격을 자유화하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한편 토지를 재배분하는 등 ‘충격 요법’을 단행한 것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애슬런드 박사의 설명입니다.

Dr. Aslund

: I think North Korea is most likely similar to Albania...

“북한은 알바니아와 가장 비슷하다. 알바니아는 가장 고립된 나라였다.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알바니아는 체제 전환 이후 개혁을 시작할 당시 걸림돌이 없어 가장 성공적인 시장 전환국 가운데 하나였다. 알바니아는 진정한 충격요법‘를 통해 성공을 거뒀는데 개혁 초기 단계인 1991년 여름 알바니아 정부는 국유농지를 모두 배분했다. 그래서 토지를 나눠받은 국민들이 일정 헥타르의 토지를 경작할 수 있도록 배분한 것이다. 이걸 통해 알바니아 정부는 다른 행정조처 없이도 즉각적인 농업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당시 알바니아는 농업국이었다.”

애슬런드 박사의 지적대로 알바니아는 공산 정권이 몰락한 뒤 많은 국민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탈출하는 바람에 더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알바니아는 처음엔 북한처럼 자급자족형의 경제를 추구하다 실패한 뒤 1992년 벽두부터 본격적인 경제 개혁에 나섰습니다. 알바니아는 민주선거를 통해 들어선 정부가 1992년부터 급진적 경제개혁을 취하기 시작했는데, 그 핵심은 애슬런드 박사가 지적한 대로 종전에 국유지로 돼 있던 농지를 모두 농민들에게 재분배한 일이었습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농업중심국인 알바니아와 달리 북한은 산업중심국이라는 점에서 개혁의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금이라도 강력한 경제 개혁에 나선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애슬런드 박사는 자신이 만일 북한 정부의 경제 고문이라면 우선 북한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부터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분해 사유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방법을 도입하면 북한 경제가 시장경제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겁니다.


Dr. Aslund

: I would start with distributing land and allow more enterprises..,

“우선 토지 분배부터 시작하겠다. 나아가 소규모 사기업들의 활동을 허용하겠다. 그래서 사업에 종사하는 계층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혁에 따른 이득을 해외 교육과 경험이 있는 최고 귀족층의 자녀들이 독식하게 된다. 그래서 북한에 사업을 하는 계층을 확대하고 토지를 배분해서 중산층을 키우면 북한 경제와 정치가 보다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게 된다. 그럴려면 우선 토지를 농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애슬런드 박사는 이어 북한경제에도 알바니아식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며, 만일 이런 방식이 채택된다면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이득을 고수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경제개혁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Dr. Aslund

: I think it's absolutely necessary because otherwise the slower you go...

“북한 경제의 경우 충격요법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경제 개혁의 추진속도가 느리면 느릴수록 그 혜택은 최고층의 자제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빨리 해야 한다. 개혁 과정과 대외무역의 자유화를 천천히 하면 북한처럼 산업중심국의 경우 원료수출 공장에 죽치고 앉아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세계 시장가격의 10분의 1에 물건을 사서 세계 시장가격으로 되팔기 때문에 수익의 90%를 챙긴다. 과거 이런 일이 러시아에서 벌어졌다. 러시아에서 일찌감치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일찌감치 생산원료를 챙긴 사람들이다. 이들은 심지어 50센트에 물건을 산 뒤 100달러에 팔기도 했다. 그런데 가격이 자유화되지 않으면 충격 요법은 불가능하며, 수출이 자유화되지 않아도 충격요법은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에도 신속한 경제 자유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자유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되면 그 혜택을 받을 사람은 결국 북한의 구체제에서 특권을 누려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애슬런드 박사는 북한이 지난 2002년 7월 소위 ‘경제관리개선조치’란 명목으로 개혁 조치를 취한 적이 있지만 이는 체계적인 개혁조치는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조치는 과거 구소련의 코시긴 전 총리가 1960년대에 도입했다가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구소련의 1세대형 개혁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북한이 진정한 경제개혁을 위해선 ‘충격 요법’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가급적 빨리 국내 무역과 대외 무역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그러면서 “우선은 북한 지도자들이 농업 부문의 자유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토지를 농민들에게 재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Dr. Aslund

: You can liberalize agriculture, and that's not of relevance to the power...

“먼저 북한은 농업분야부터 자유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북한 권력층에 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1979년 등소평이 중국의 경제개혁을 할 때 기본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개인 영농업자를 활성화해서 이들이 꾼 돈을 세금으로 값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방법이 북한의 제도에도 꼭 맞을 것이다. 물론 이걸 허용하면 불안정한 요소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북한 정권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애슬런드 박사가 추천한 ‘충격 요법’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애슬런드 박사는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봅니다. 충격 요법이라는 게 가격의 자유화와 수출입 자유화, 민영화가 핵심인데 이걸 채택하면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물론 정권 자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애슬런드 박사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충격요법은 아니더라도 쿠바처럼 소규모 기업 활동을 허용한다면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 경제 개혁은 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앤더스 애슬런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