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로 이름난 고든 플레이크(L. Gordon Flake) 맨스필드 재단(The Maureen and Mike Mansfield Foundation) 소장으로부터 미국의 주요 외교현안인 북한 핵문제의 해법에 관해 들어봅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지난 3월1일 상원 외교위원회 북한 청문회를 비롯해 종종 의회 청문회뿐만 아니라 한반도 관련 주요 국제 토론회에도 단골손님으로 통합니다. 한국어에도 능통한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 내 비정부기구 활동에 관한 저서인 <선의의 포장(Paved with Good Intentions)>를 2003년 펴내기도 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8년 여름에 발족한 아시아 외교자문진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고, 2009년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과도 두루 인맥을 갖고 있어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밝다는 평을 듣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북한이란 나라에 관한 역대 미국 정부의 시각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외교관계는 물론이고 아무런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북한에 이른바 '대북 정책'은 없다는 게 플레이크 소장의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로 미국은 물론 동맹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Gordon Flake
: “오바마 대통령이 캠페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없다고 봐야죠. 오히려 동북아시아 정책이 있다고 봐야죠. 생각해보라. 미국의 국가우선 순위, 전략이익이 어디에 있느냐? 북한에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동맹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게 전략적 이익 아닌가? 중국,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역시 우리 국가이익이다. 북한하고 관계 개선하는 건 우리 목적 아니다. 조그만 나라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북한하고 관심을 가지느냐 하면 우리를 협박하니까 그렇다.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테러, 위폐하고 관련된 문제 있으니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 해결하려고 관심을 갖게 되는 데 그것 때문에 대북정책이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1월 출범한 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임 부시 행정부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 ‘개입 정책’(engagement)을 펼칠 태세였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1기 때 북한에 대한 개입 정책을 포기하고 무시 전략으로 갔다가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플루토늄 생산을 확대하는 등 역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8년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부시 행정부가 2기 때 그나마 북한과 핵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뒤늦게나마 개입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라며 개입 정책의 부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도발행동을 일삼자 오바마 행정부도 개입 정책을 단념했다고 플레이크 소장은 말합니다.
Gordon Flake
: “오바마가 처음 들어왔을 때 부시 행정부가 했던 6자회담 계속 지지할 거라고 생각했었고, 커다란 변화 얘기 안했다. 그래서 오바마도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잘 대하고자 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오자마자 북쪽에서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고 핵실험도 했다. 그때 2009년 초 한미일이 정말 공동입장의 힘으로 중국, 러시아를 끌어오는 데 아주 성공 많이 했다.”
플레이크 소장의 지적대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2009년 4월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충격을 던졌습니다. 당시 북한은 발사 대상이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우주 발사체 은하 2호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발사체가 실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 실험이라고 규정짓고 강력한 응징에 나섰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4월13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맞서 북한은 즉각 6자회담에서 탈퇴하고, 영변 핵 단지에서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측 사찰요원들을 철수시켰습니다. 이어 5월25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도 개입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북한이 태도를 먼저 바꾸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놓고선 워싱턴 조야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이 정책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응징과 함께 유엔의 제재, 나아가 동맹 강화라는 이득을 안겨줬습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한 지난해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도에 대해 포격을 가했는가하면 그간 일관되게 부인해오던 농축 우라늄(UEP) 시설까지 공개하는 등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플레이크 소장도 이런 비판에 일리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으며, 이 점을 북한도 똑똑히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Gordon Flake
: “다른 갈 길이 없고, 방법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 북한이 핵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면 의미가 있는 북미협상은 못 하는 거죠. 남북관계 개선안하면 북미협상은 불가능한 거다. 북한이 100% 다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북한이 현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고 하면 협상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은 자기들이 핵 국가라고 주장할수록 미국하고 못 만난다. 우리가 협상을 못한다. 현재의 환경 속에서 북한하고 협상해도 북쪽에서 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히려 북한하고 직접 협상하게 된다면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고 오히려 온 세상에 NPT, 즉 핵확산금지조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략적 인내는 무슨 전략이라기보다는 현실이다.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이 만약 핵 국가로 인정받아야만 협상하겠다고 한다면 협상은 못하는 거고 미국도 그런 환경에 있어 북한하고 협상을 할 수 없는 거다”
그 때문에 만일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2005년 9월19일 6자회담 공동성명에 나온 대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지 않는 한 오바마 행정부는 잔여 임기 동안에 북한 핵문제에 관해 진전이 없어도 무방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플레이크 소장의 설명합니다.
Gordon Flake
: “상관없다. 우리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면 그걸로 충분한 거다. 생각해봐라.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이 무지 많다. 국내 경제문제도 있고 중동문제도 있고 아프가니스탄도 있고 이라크도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외교의 힘을 투자하고 시간 있으면 좋은 결과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과연 누가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 북한 쪽에선 아무런 표시가 전혀 없는데. 핵을 포기하겠다는 표시, 6자회담에 대해선 언급조차 안한다. 그래서 현 단계에선 전략적 인내가 좋아서 실시하는 게 아니다. 다른 대안이 없다.”
플레이크 소장은 미국이 혹시라도 언젠가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오산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나온 공동성명을 북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Gordon Flake
: “북쪽에서 자꾸 비핵화 말을 하는데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쪽에서 비핵화라면 북한도 핵 국가이고 미국도 핵 국가이고, 서로 핵 국가로서 서로 군축하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을 절대 포기 안 하겠고, 맨 끝에 미국도 핵을 포기하면 미국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는 거다. 그래서 비핵화 지지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비핵화라고 한다면 미국의 핵우산도 없애버리고 한미동맹도 없을 땐 그때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북한의 현 입장이다. 그런데 오바마하고 후진타오의 공동선언을 보면 미국과 중국이 동의하고 협정한 게 바로 이거다. 비핵화의 정의가 뭐냐, 바로 9.19 선언이며 북한이 핵 국가가 아니라는 점, 북한이 180여개 다른 나라들처럼 핵확산금지조약을 지키고 국제원자력기구 다시 가입하고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북한으로 좁히고, 6자회담을 정의하는 것이다. 전엔 북이 9.19회담 지키지 않아도 6자회담 하자 했는데 이제 오바마-후진타오 공동선언 본다면 6자회담의 범위가 뭐냐, 바로 9.19 선언이다.”
플레이크 소장은 “만일 북한이 정말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려고 한다면 지난 2005년 9월19일 성명 내용부터 언급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이 언젠가는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그런 기대감이 북미 관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우라늄 농축계획가지 공개한 이상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면서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북한과의 핵 협상은 아무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