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고든 플레이크 (L. Gordon Flake) 맨스필드 재단 소장으로부터 북한의 변화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한국어에도 아주 능통한 플레이크 소장은 올해로 약 20년째 북한을 연구해오고 있다면서 이 기간 북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의 요인으로 ‘정보의 흐름’을 꼽습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언론을 통제하고 외부세계로부터의 정보가 북한에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려해도 북한도 더 이상 정보의 사각지대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플레이크 소장은 남한에 정착한 2만여명의 탈북자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친척, 친구들에게 외부세계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중요한 통로라면서 바로 이들이 북한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Gordon Flake
: “제일 중요한 것이 정보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인터넷이 조금이라고 북한에 들어가 있고, 휴대전화도 30만대나 있다. 인터넷이라든지 휴대전화라든지 컴퓨터라든지 이런 것만 생각하면 거의 평양 사람들만 생각하게 되는 거고 다른 도시의 비교적 잘 사는 사람들하고만 관계되는 일이지만 탈북자의 가족이라든지 친척이라든지 이런 사람들하고 연결된 것은 평양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북동쪽에서 더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이 탈북자, 남한으로 넘어간 탈북자들이 2만 명이나 된다는 점인데 이들 각 개인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척에게 돈도 보내주고, 돈 보내주면서 정보도 보내주고 있다. 그 수가 2만 명인데 중국에는 그 보다 2-3배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옛날에 비해 북한에 정보가 잘 흘러간다고 본다. 이건 북한의 안보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위협이다.”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대목은 최근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와 이집트를 비롯해 중동 여러 나라에서 불고 있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 바람입니다. 과연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북한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인데요. 플레이크 소장은 현 단계에서 이집트와 같은 국민적 항거가 북한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Gordon Flake
: “기대하기 힘들다. 이집트하고 비교하면 거의 누구나 휴대전화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교통이 잘 돼 있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그런 교통제도나 통화제도 그게 전혀 없다. 그래서 힘들다. 북한에선 인터넷 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든지 바깥에서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북한에선 아직도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플레이크 소장은 또 평양 시민들도 이집트 사태에 관해 분명 알고는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들이 외부세계에 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들이 갖는 기대와 북한의 딱한 현실 사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면서 “만일 여건만 충족되면” 북한에서도 이집트와 같은 항의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Gordon Flake
: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가능성은 아니지만 이집트에서도 데모(시위)했던 사람들이 농민들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 아니었다. 오히려 시위했던 사람들이 교육받은 사람이거나 비교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이었지 않았나? 그들이 인터넷도 있었고, 교육도 잘 받았으니까 평양 시내만 보면 약 200만명의 시민들이 가장 많이 교육받은 사람들이고 가장 많이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고 정보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어 데모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현실과 기대의 차이다. 바깥 세계에 관해 알면 알수록 더 불만이 많아질 것이다. 기대와 현실 차이가 높아지니까.”
플레이크 소장은 이집트를 비롯해 중동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북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북한의 변화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도 중동의 민주화 바람에 상당한 경계심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압력도 종전보다는 훨씬 누그러질 것이며, 한 걸음 더 나가 중국의 보수파 지도자들이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더 지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플레이크 소장은 예상합니다.
Gordon Flake
: “오히려 이집트 변화의 바람이 어디서 제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냐면 중국인데 좋은 방향이 아니라 나쁜 방향이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올해 시작해 중국이 조금이라도 대북정책을 조정할 거라고 기대했다. 왜냐하면 너무나 나쁜 짓을 해서 중국도 자기의 전략적 이익에 많은 상처를 받지 않았는가? 그래서 올해는 오바마 대통령하고 후진타오 주석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미국하고 중국하고 남한이 조금 더 협조하라고 기대했었는데 문제는 중동 때문에 중동의 변화 바람 때문에 중국 내에 있는 보수파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처럼 불안한 상태에 있으면 보수파들이 항상 힘이 세다. 이런 환경 때문에 북한에게서 오히려 해야 할 말 안하고 오히려 더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더 많이 지지할수록 오히려 북쪽에서 잘 못 판단하고 실수해서 공격하든지 전쟁 시작하던지 잘 못할 가능성도 많다고 본다. 이게 부정적이지만 걱정스럽다.”
플레이크 소장은 중동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면 불수록 중국의 북한 껴안기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는 만일 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일으켰을 때 중국이 강하게 비난했더라면 북한이 연평도 공격에 나서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가장 핵심 우방인 중국에게서 아무런 ‘벌’도 없는 데 북한이 변할 이유가 없다는 게 플레이크 소장의 진단입니다. 특히 그는 “중동의 변화 바람 때문에 북한은 중국이 계속 지지할 수도 있다고 보고 더 나쁜 짓을 할지도 모른다”면서 “중동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세계적으로 보면 좋지만 한반도에서 보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북한의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 들어서도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걸까요?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 김정일 체제가 지금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주민들의 이동자유를 제한하고 생산력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변하려면 이런 감시통제 체제를 철폐해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변화의 가능성도 낮다는 겁니다.
Gordon Flake
: “문제는 누구든 북한의 개혁, 개방 희망하고 기다리는데 개혁, 개방하면 세 가지 기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개방, 개혁하기 위해 정보가 잘 흘러가야지 이동이 자유롭게 돼야하고 생산도 국가가 아니라 민간에 줘야 한다. 그래서 북한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다가도 두 걸음 물러서는 것이다. 바로 이 기본 문제를 김정일이 해결 못했고, 김정은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하기가 상당히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만일 정보가 잘 흘러간다면 국가가 불행해지고, 사람들이 이동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국가에서 음식과 소비자 물품을 얻을 수 없어 다른 데서 얻으면 국가가 필요 없는 것이다. 김정은이 아무리 바깥에서 교육받아도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겠나, 군대를 무시할 수 있겠나? 이 세 가지 기둥을 약화시킬 수 있겠나? 힘들다. 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다. 제도가 강해서 문제가 아니라 약해서 문제다.”
그러면서 플레이크 소장은 결국은 “핵이든 미사일이든 경제 문제든 모든 문제가 풀리려면 통일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