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1]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t) 랜드연구소 선임 분석관 "북한, 정권의 취약성 때문에 도발 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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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저명한 랜드연구소(Rand Cooperation)의 국방전문가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t) 박사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랜드연구소에서 국방문제 선임 분석관으로 있는 베넷 박사는 <북한 핵위협의 불확실성(Uncertainties in North Korean Nuclear Threat)>란 저서를 펴낸 것을 비롯해 핵을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관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언론과 북한의 정치, 군사 문제에 관해 인터뷰를 하는 등 북한 문제에 관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해왔습니다.

베넷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기본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대외 관계 등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없는 '실패한 나라'로 정의합니다. 또 나라꼴이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실패한 북한 지도부를 꼽습니다.


Dr. Bruce Bennett

: I think North Korea is fundamentally a failing state. Its agriculture isn't sufficient to feed its own people, its economy has significantly broken down...

“북한은 본질적으로 실패한 나라이다. 북한 농업은 자국민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경제는 상당히 망가진 상태이고 전력도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주민들은 정부를 점점 더 불신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도 갈수록 더 많은 문제에 부닥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계속 도발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북한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확신시키려 하고 있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 나아가 남한에 대한 군사 도발 등을 벌이는 원인을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의 취약성에서 찾습니다. 북한 정권이 취약하다보니 정당성을 확인받기 위해 주민의 복리 향상보다는 군사력과 핵능력을 과시하거나 도발을 일삼는다는 겁니다.

Dr. Bennett

: The problems turns to the weakness of the regime. With the regime so weak, they're in a position where they have to prove to their people...

“문제의 원인은 정권의 취약성 때문이다. 정권이 취약하다보니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북한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북한 지도부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경제력이나 식량공급 보다는 오히려 군사력과 핵능력을 과시하려 하고, 이걸 대안으로 본다. 게다가 북한 지도부는 군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군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권의 취약성에서 기인하는 북한의 도발 습성을 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혹시 있을까요? 베넷 박사는 북한의 도발 악순환을 중단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면 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북한에 대해 도발에 따른 손실이 이득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방법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 때문에 미국은 물론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남한의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감행 때문에 남한 정부로부터도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향후 도발 행위를 중단할 것이란 징후는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베넷 박사는 북한에 좀 더 확실한 위협을 주려면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진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방인 한국과 함께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등 군사적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앞으론 북한의 붕괴에 대비한 통일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정치적 행동’(political action)이 필요하며, 이 점을 북한이 가장 두려워할 것이라고 베넷 박사는 지적합니다.


Dr. Bennett

: Well, Kim Jong Il is telling his population that they're doing this provocation to illustrate their strength and their powerful country...

“김정일이 도발을 하는 이유는 북한의 강성대국을 과시하고 군사적으로도 남한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에서 “통일이 국민들이 생각한 보다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니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즉 북한이 도발을 일삼는 까닭은 정권이 취약성 때문이라고 말이다. 사실 북한 정권은 엄청난 취약성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벌여야 하고, 그 때문에 어느 시점에 가선 붕괴할 수도 있다. 북한이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남한은 정말 통일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첫 번째 조치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다. 남한이 실제로 이런 준비를 한다면 북한이 지상낙원이고 남한은 끔찍한 곳이라는 북한 정부의 거짓 선전에도 대응하는 것이다. 남한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선전이 거짓임을 알게 될 것이다.”

베넷 박사는 북한 정권은 어느 때라도 무너질 수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에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나면 후계자 김정은이 자기가 싫어하는 원로 지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강행할 것으로 보며, 그에 따라 상당한 불안정과 급격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만일 북한이 내일이라도 붕괴한다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도 만만치 않고, 북한 군부의 저항도 거셀 것이라 때문에 아주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북한 붕괴는 남한의 문제이지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침략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국제적 고립에 경제적 난관, 후계구도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꼽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핵을 국가의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한 대미 관계 개선은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Dr. Bennett

: Well, I think that's certainly possible, but they have to decide whether they're going to stick with their weapons as the guarantor, which currently they...

“분명 대미관계 개선이 생존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북한은 먼저 핵무기를 보장책으로 삼고 계속 고수할지 국제사회의 선의를 믿고 핵을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상당한 변화이지만 이런 변화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김정일 사후 들어설 권력자들이 좀 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 때문이라도 우린 김정일과 휘하의 지도자들에게 핵 포기가 최선의 국익이라는 점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이런 핵포기 설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베넷 박사는 북한 정권이 국내외적 요인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Dr. Bennett

: Certainly from my perspective, they're not going to give up their nuclear weapons. They see them as being essential for internal political purposes...

“제 관점에서 보자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내부 정치적 목적은 물론 대외 억지력과 지렛대용으로도 핵을 긴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핵은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소중하다. 우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베넷 박사는 핵개발은 김정일 정권 입장에서 보자면 주민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성취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북한이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지만 다른 핵보유국처럼 자신들의 핵전력을 확실히 보여준 적은 없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베넷 박사는 지적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핵국가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비확산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핵실험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베넷 박사는 북한의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 방안으로 남한 주도하의 통일을 꼽지만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앞으로 5~10년에 걸쳐 북한의 핵계획을 줄이면서 통일을 준비할 것을 제안합니다.

베넷 박사는 이어 북한이 국가기능을 상실하고, 주민들에 대한 정권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중국 정도의 개방, 개혁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Dr. Bennett

: I think at this stage they need to recognize that from their national survival perspective, the international community offers them an opportunity...

“북한은 현 단계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국가생존 전략 차원에서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들의 통제 관점에서 보면 여기엔 위험 요소도 있다. 사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 상당한 통제를 유지해왔는데 지금은 이걸 잃고 있다. 뇌물수수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북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얼마나 약화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북한 정권은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가 일부 부문을 통제하지만 다른 부문은 다른 집단의 사람들이 통제하도록 한 중국식 체제 전환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게 그나마 북한 정권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이 그런 결심을 했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나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 베넷 박사는 지적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랜드 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