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2]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① "중국, 김정일 후계자 정운에 개혁 바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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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Bonnie S. Glaser)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학 부장 겸 선임연구원으로부터 핵개발을 비롯한 북한의 개혁, 개방의 문제점과 그에 관한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저명한 민간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근무하기 앞서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의 자문관으로 두루 근무하면서 중국의 대외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특히 중국의 대한반도 문제에 관해서 국제토론회에서 활발히 의견을 개진해왔습니다. 또 Asian Survey, International Security와 같은 학술지를 포함해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등 주요 국제 언론에도 중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견해를 표시했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실패한 경제로 국민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나마 믿을 곳이라곤 이웃 우방인 중국뿐인 북한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북한의 '고립'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Bonnie Glaser

: Oh, I think the one word that comes to my mind is 'isolated'. North Korea is truly the most isolated place in the world...

“북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그건 ‘고립’이란 말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진정으로 가장 고립된 곳이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과 너무도 교류도 없고, 외부세계에 관한 정보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침투가 덜한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분명 현대 세계의 일원이 아니고 21세기에 진입했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북한을 동북아 지역과 세계 속으로 다시 편입하느냐 하는 게 우리에겐 큰 도전이다. 제가 알고 있는 북한은 그게 무엇이든 고립돼 있고, 북한의 많은 정책이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편집광적 행동의 산물이다.”

이처럼 북한을 고립으로 몰아넣은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을 가장 먼저 꼽습니다. 그는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는 중국은 물론이고 잠재적 원조국인 일본과 미국도 북한의 핵개발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핵은 결코 북한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와의 관계개선과 경제원조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고립에서 탈피해 국민들의 생활수준과 복리를 향상하려면 우방인 중국처럼 개방, 개혁의 길로 나서야 하지만 북한은 과거 중국의 권유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Bonnie Glaser

: I think the Chinese has for years encouraged North Korea to pursue economic reforms. I think initially their strategy focused on demonstration effects...

“중국은 다년간 북한에 대해 경제를 개방하라고 권고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택한 첫 전략은 북한에게 성장의 전시효과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즉 중국이 거둔 눈부신 경제적 성공의 사례를 김정일에게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중국은 등소평 주석이 1978년 경제개방 조치를 발표하기 앞서 남방 지역을 순방하던 것처럼 김정일이 지난 2006년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하면 경제개방을 할 것으로 바랬다. 솔직히 당시 중국 지도부는 지나칠 정도로 낙관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귀국 후 중국이 취한 개방의 길도 가지 않았고, 경제 개혁도 취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은 아주 실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8월 26일에도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후계자인 아들 정은을 대동시켰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에서 후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확고히 경제중심으로 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사업을 전면 발전시키며 민생을 보장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국 개혁, 개방 30년의 가장 기본적인 경험이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자력갱생도 필요하지만 대외 협력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당시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제개혁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 고위 관리들에 따르면 “김정일도 당시 회담에서 경제개혁 문제에 관해 종전보다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귀국하면 뭔가 경제 개혁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면서 “중국 지도부는 지금은 오히려 후계자 정은이 더 개혁적이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 때문에 다른 지도자들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고 진보적”(more open-minded and liberal)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바라는 데는 북한이 부유할수록 한반도의 안정도 그만큼 강해질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Bonnie Glaser

: The Chinese believe there cannot be a real stability in North Korea unless there are economic reforms and greater prosperity...

“중국은 북한에 경제개혁과 번영이 없는 한 진정한 안정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꼭 중국식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중국의 경험을 자신들의 조건에 맞춰서 경제개혁을 실험해볼 것을 바란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모델을 북한에 수출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이 긍정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북한이 현 체제 안에서 좀 더 많은 시장과 경쟁을 허용하고 궁극적으론 식량 배급을 폐지해서 민간부문이 성장하길 바란다. 이런 일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지만 중국은 그 가능성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진정한 번영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게 북한과 이웃 나라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좋고, 북한이 동북아 지역 경제에 통합하는데도 좋다고 본다. 그 결과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서 지지도 얻고, 그걸 바탕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면 개방도 더 할 것으로 본다. 또 그래야 외국 투자자들도 북한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레이저 선임연원은 또 중국이 북한에 개혁, 개방을 적극 권유하는 데는 국내적인 요인도 있다고 말합니다. 즉 경제특구를 통해서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국 남부 연해지역과 달리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북 3성지역이 낙후돼 있고, 북한과 접경을 이루고 있어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이들 지역도 경제적 부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Bonnie Glaser

: Importantly for China, a prosperous and thriving North Korean economy will be good for China's northeast. The northeastern parts of China...

“중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면 북한과 접하고 있는 동북 지역에도 좋다고 본다. 중국 동북부 지역은 가장 낙후한 곳인데 그렇게 된 부분적인 이유는 이 곳이 북한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이나 대만은 비록 중앙아시아 나라들과 접해 있지만 얼마나 잘 사는가. 중국은 북한이 개방해서 잘 살아야 중국 동북부 접경지역에도 좋다고 보기 때문에 북한에 개방을 권유하는 것이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이 지적한 동북부 접경지역은 흔히 동북 3성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요녕성과 흑룡강성, 길림성을 말합니다. 여기서 단둥과 선양이 있는 요녕성에는 약 30만명 정도의 조선족이 살고 있고, 흑룡강성에는 약 30만, 그리고 길림성에는 가장 많은 120만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동북 3성은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비율로 따지면 8%대에 불과할 정도로 다른 부유한 지역에 비해 아직은 낙후합니다.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결국 북한이 경제적으로 생존하려면 고립 탈피를 통한 경제 개혁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바로 그 점을 후계자 김정은에게 권고하겠다고 말합니다.

Bonnie Glaser

: I suppose I agree with the Chinese that economic reforms should be...

“중국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경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북한 경제는 이미 몇 년 전 망했기 때문에 이제는 주민들의 복리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제도가 들어서야 한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개혁에게서 배울 게 많다. 물론 너무 개방을 하면 정권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북한 지도부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건 그들이 대처해야 할 문제다. 북한이 문제투성이라 어느 한 가지 조치를 취한다고 좋아지진 않겠지만, 우선은 경제 개혁을 해서 생활수준을 높임으로써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부터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일본같은 이웃나라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만일 외부세계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는다면 일본이야말로 원조와 투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북한은 일본 최대의 관심사인 일본인 납치문제에 관해 아주 편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부터 신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개혁, 개방 문제에 관해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