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2]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② "중국, 국익 부합할 때만 대북 영향력 행사"

0:00 / 0:00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미국 전략국제문연구소(CSIS) 중국학 부장 겸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의 핵개발 문제와 이에 관한 중국의 입장 등에 관해 들어봅니다.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국방부와 국무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중국의 대외문제, 특히 한반도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고, 중국 내 고위 소식통들과도 맥이 닿아 있어 중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동향에 밝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심 우방으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북한의 행동변화와 관련해 결정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길 거부하는 한 영향력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Bonnie Glaser

: There is no doubt that China has a great deal of potential leverage...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한 잠재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 특히 중유와 식량 지원 측면에서 대북 영향력을 재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북지원을 하는데 5년마다 하는 것도 있고,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위해 현물지원도 한다. 이런 지원은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된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영향력으로 재볼 수 있으려면 중국이 그런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할 것이란 점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진 않는다. 중국이 대북지원을 영향력으로 활용하길 꺼린다는 사실을 봐도 대북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직접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길 원치 않는데 그것도 대북 영향력이 제한돼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의 지적대로 중국은 분명 북한에 영향력은 있지만 이 같은 영향력, 나아가 압력을 충분히 행사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2006년 10월 핵실험 통보를 받고도 자제할 것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한 채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9년 5월에도 2차 핵실험을 단행하기 직전에야 중국에 핵실험 사실을 통보해 중국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1차 실험 때 그토록 격노한 것은 북한이 하지 말라는 권유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핵실험이 중국의 이익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뒤 유엔의 대북제재에 기꺼이 동참한 것도 그런 분노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은 북한에 대해 어떤 형태의 지원도 줄이길 꺼린다고 지적합니다. 그럴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해를 준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의 지적입니다. 중국이 얼마나 북한의 신경을 건드리길 꺼려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예가 있습니다. 북한의 작년 11월 농축우라늄시설을 공개한 뒤에도 중국은 이에 우려를 표시하긴 했어도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진 않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지난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나온 공동성명에서도 후 주석이 ‘도발’이란 표현을 자제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게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의 분석입니다.

Bonnie Glaser

: Well, it was quite telling that in the joint conference President Obama...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후진타오는 ‘도발’이란 말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 공동성명에도 ‘도발’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다. 중국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용어에 아주 신중하다. 그러나 제가 볼 때 중요한 건 중국이 장기적 이익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점이다. 중국은 대북 행동과 관련해 단기적 이익에 부합해도 장기적 이익을 해치는 조치를 취하길 꺼려한다. 중국의 가장 우선적인 장기적 이익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일이다. 중국은 한반도 분쟁에 휘말리는 걸 원치 않는다. 중국은 국경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으며 한반도 분쟁 시 군대를 파견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한국전 때 참전 경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행동을 취할 것 같지 않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벌어질 것을 늘 우려하고 있고, 그래서 남한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사건이 벌어졌을 때 남한의 반응에 따라 사태가 격화될 가능성을 상당히 우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늘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면서 “중국의 한반도 우선순위를 보면 한반도 평화가 제일 먼저이고 그 다음이 안정이며 마지막이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건 중국의 최고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남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나아가 핵실험 등 도발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지만, 한반도 안정을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면 역으로 한반도 안정을 다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상책이라면서 단적인 예로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관심을 꼽습니다. 6자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최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반도에 전쟁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측 논리라는 겁니다.

Bonnie Glaser

: There're specific junctures where China has stepped up and willing to...

“분명 중국이 맡은 바 역할을 하겠다며 기꺼이 협조적으로 나온 선례는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중국은 처음으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3자회담 개최에 동의했는데 그전까진 굉장히 반대했다. 왜 중국이 마음을 바꿨을까? 2003년 1월 당시 파월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3자회담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은 당시 미국의 3자회담 제안을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신국가안보전략 측면에서 검토했다. 이 전략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런데 당시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할 태세였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대이라크 작전을 신속히 마친 뒤엔 북한을 겨냥할 것으로 판단했다. 거듭 말하지만 중국의 최고 우려는 분쟁 가능성이고, 그래서 한반도 분쟁에 휘말리는 걸 원치 않았다. 중국은 미국을 외교 협상에 끌어들이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북한에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걸로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중국의 그런 전략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역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신중히 고려한 흔적은 없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지난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뒤 6자회담 퇴장을 선언했을 때 상당한 분노감을 표시하고,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것은 그 같은 행위가 6자회담 의장국이자 6자회담을 중국 대외정책의 주요 성과물로 보는 중국의 입장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이어 중국은 앞으로도 국익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협력할 것이라면서, 특히 “한반도의 불안정이나 분쟁의 위험성이 고조될 경우 이를 풀기 위해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Bonnie Glaser

: If China were concerned that the situation would deteriorate rapidly...

“만일 중국이 보기에 북한의 상황이 아주 빠르게 악화돼서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상황이 찾아온다고 판단하면 중국도 계산을 달리할 수도 있다. 중국은 지금처럼 북한에 과도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자신들의 국익에 맞는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설령 북한의 행동이 갈수록 중국에 전략적 부담이 된다고 느낄지라도 동시에 북한을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이 대북관계나 대한반도 관계를 서로 독립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고, 바로 그런 맥락에서 광범위한 안보환경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의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조를 훨씬 더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