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양운철 박사로부터 북한이 처한 경제 위기의 본질과 해결 방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새종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양운철 박사는 특히 사회주의 경제의 폐해로 경제가 망가진 북한의 시장 전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의 시장전환 가능성을 분석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경제와 사회>를 비롯해 <북한경제 체제이행의 비교연구> <북한 체제의 이행과 경제개혁> <남북한 경제협력>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냈습니다.
양운철 수석연구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경제는 군수산업이나 당경제 같은 특수한 경제 부문을 제외하고 일반 북한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민간 경제는 장마당이 없으면 무너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실패한 계획경제를 장마당이 대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양운철 연구위원
: 장마당은 김일성 시대부터 있어왔고, 당시엔 농민시장 중심이었는데 북한이 1995년부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국가의 배급이 중단되고 월급과 식량, 공공재화가 점점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통해 점점 필요한 걸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계획경제를 이탈해서 장마당에 종사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장마당이 거의 계획경제를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군수산업은 아직도 당경제와 김정일 중심의 노동당 39호실 같은 특수한 경제는 아직도 국가에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일반경제는 장마당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본다.
양 연구위원은 특히 장마당에 종사하는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단순히 물건을 서로 사고파는 행위뿐 아니라 서구식 시장의 작동원리에 따른 고용 관계에 대해서도 터득하는 등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양운철 연구위원
: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시장이 확산되면 상품 뿐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에서 북한이 걱정하는 건 인간이 인간을 고용하는 거다. 그런데 서비스 산업은 사람이 사람을 고용해야 움직인다. 예를 들어 식당의 종업원, 경비원이 버젓이 일상의 삶으로 나타나고 있는 걸 보면 장마당이 단순한 상품뿐 아니라 노동의 매매, 노동도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본다.
양 연구위원은 또 북한에 장마당이 도입되면서 나타난 변화 가운데 하나로 출신 계층이나 성분이 나빠 소외됐던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큰돈을 벌면서 북한의 기존 사회질서를 깨치고, 그에 따라 북한 당국이 경계심을 갖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2009년 말 전격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한 데는 장마당과 같은 시장 거래를 통해 큰돈을 벌기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됐고, 결국 화폐개혁을 통해 이들의 돈을 강제로 압수한 측면도 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장마당과 같은 시장경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경제개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하기도 합니다. 양운철 연구위원도 북한에서 경제 개혁이 나오려면 우선은 북한을 대외에 개방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개방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개혁은 더욱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양운철 연구위원
: 개혁 의지가 있었으면 북한이 많이 좋게 변했을 것이다. 전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만약 개혁의지가 있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개혁에 앞서 개방이 실시된다. 한국 같은 경우도 국내 기득권 세력을 개혁하는 게 상당히 힘든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개방을 통해 외국 상품이 들어오고 외국 회사에 취직하고, 그래서 국내 기업들과 경쟁하는 단계를 거친다. 북한도 1984년 합영법을 만들었어도 결국 다 실패로 끝났다. 결국 근본적으로 개혁에 부정적이다. 개방이라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게임이 돼야 하는데 북한은 개방할 의도가 전혀 없다, 그러니까 개방이 안 되는 상황에서 개혁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북한도 하나의 국가고 이데올로기가 있는데 노동신문이나 언론매체를 보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경향이 많아요. 그걸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결국 시도가 실패로 끝났는데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구소련 개혁의 대부인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1989년 위성국인 동독을 방문해 당시 호네커 총리에게 개혁을 권유했다가 거부당한 사실을 꼽으면서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도 개혁, 개방을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양운철 연구위원
: 힘들다고 본다. 왜냐하면 동유럽이나 중국의 개혁, 개방의 예를 봐도 과거의 지도자가 물러나고 새로운 지도자가 부각되고 개혁의 성격을 띤 사람이 정권을 잡는다. 물론 대개는 체제전환 이후에도 기존의 지도자가 되는 수도 있지만 그런 구소련 연방일부국가를 보면 지금도 못산다. 자본주의 정도도 낮고 부정부패도 심하고. 북한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김정일 이후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진 김일성, 김정일의 권위로써 어느 정도 통치했는데 만일 체제가 바뀌고 김정은이든 장성택이든 집단지도체제가 나올 때 과연 정통성, 그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마디로 김정일 위원장 아래에선 북한의 개혁, 개방은 힘들며 그런 상황은 김정일 이후에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은 김정일 위원장이 생존해 있을 때 하는 게 수월하고 유리하다는 게 양운철 연구위원의 지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결국 북한 경제를 도와줄 수 있는 가장 큰 ‘후원자’는 한국이지만, 북한은 이 같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양 연구위원은 지적하고, 단적인 예로 남북한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사례인 개성공단 사업을 꼽습니다. 개성공단이 본격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개성의 한국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그 이윤으로 북한의 기업소에서 원자재나 중간재를 사오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현재는 이런 구조가 안 되다 보니 아무리 개성공단에서 생산물이 많이 나와도 북한한테 돌아가는 혜택은 고작 인건비밖에 없다는 겁니다. 양 연구위원은 “개성은 과거 중국이 제일 먼저 개혁, 개방을 한 심천과 같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개혁, 개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경제개혁과 개방, 압축 성장을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남한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양운철 연구위원
: 북한의 경우 계획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시설이 굉장히 낙후됐고, 더 이상 생산자체가 비효율이니 접고 가장 손쉬운 소규모 가공업이나 장사를 통해 자본주의 마인드를 깨닫고 한국과 교역도 하고 자체 소비도 하면서 조금씩 발달해나가는 게 좋고, 엘리트 부문은 한국에 어느 정도 한물간 산업들을 북한에 이전해서 생산하고 종사한다면 상당한 학습효과를 통해 일도 배우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남한의 경험을 비춰보면 의외로 쉽게 쫒아올 수도 있다. 정치적 의지도 그렇고 전략적 경제 선택을 하는 게 중요. 북한은 지금도 대규모 비날론 공장을 살려보려고 하는 데 사실 그런 것들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양운철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자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자유가 없는 경제 개혁은 있을 수 없다면서 “결국 김정일 정권의 기득권에 상당한 희생이 따르지 않는 한 경제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한국 세종연구소의 양운철 수석연구원으로부터 북한 경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