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4] 오공단(Kongdan Oh Hassig)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① "북한은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게 근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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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저명한 민간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오공단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오공단 박사는 브루킹스 연구소에 적을 두는 한편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국방연구원(IDA)의 책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오 박사는 그간 북한에 관한 많은 논문과 저서를 발표해왔습니다. 오 박사는 특히 지난 2009년에는 200여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북한 주민의 참담한 생활과 인권 실상을 파헤친 <숨겨진 북한 사람들(The Hidden People of North Korea)>란 저서로 호평을 받았고, 앞서 지난 2000년 북한 정권의 본질과 실상을 날카롭게 분석한 <거울 저편의 북한 (North Korea Through the Looking Glass)>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두 권의 저서를 집필하는 데 동참한 랄프 해시그(Ralph Hassig) 박사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오공단 박사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30년째 북한을 연구해오고 있는 오공단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한 마디로 '거짓말 공화국'으로 단정합니다.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위정자들이 공산정권을 창건한 이후 반세기 이상 주민들을 상대로 철저하고 계획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며 연명해온 것이 북한 문제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오공단 박사

: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국가체제와 경제실패, 그리고 군사대치로 보는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국가체제도 이념, 경제체제, 군사문제도 아니고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이 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창건일 이후부터 계속적이고, 체계적이며 계획적으로 거짓말을 해온 게 문제다. 북한은 거짓말의 공화국이다. 거짓말을 만든 사람이 정치지도자들이다. 예를 들어 김일성의 과장되고 미화된 항일 투쟁 거짓말, 김일성 집안만이 성스런 핏줄기를 가졌다는 거짓말, 위대한 지도자와 그의 친애하는 동지인 김정일이 민족을 위해 일하고 헌신해왔다는 거짓말, 그리고 이제는 3대 세습이라는 희비극적인 결정이 민족의 영원한 지속과 한국민족의 단결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거짓말을 해온 것이 바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다.

그러면서 오 박사는 사회주의 종주국이라 할 중국도 북한과 똑같은 공산 체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북한과는 너무 차이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최고 지도자였던 모택동과 등소평은 김일성, 김정일처럼 부자 권력세습을 하지 않았고 아방궁 같은 데서 호의호식하지 않았습니다. 오 박사는 “바로 이런 차이 때문에 중국은 개혁을 했지만 북한은 개혁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오공단 박사는 “이렇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사회통제와 국가통제를 해온 나라는 인류역사상 북한 따라올 나라가 없다”면서 북한은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편으론 주체사항을, 다른 한편으론 반체제 인사들을 수용소에 보내는 탄압정책을 구사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오공단 박사는 최근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주화 혁명이 벌어져 독재자들이 축출되고, 예멘과 요르단, 시리아 등에서도 거센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북한에서 혁명과 같은 급진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게 봅니다. 그렇지만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북한 사회에도 몇 가지 중대한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는 게 오 박사의 진단입니다.

오공단 박사

: 1994년 김일성 사망 후에 고난의 행군 시 주체만을 믿고 살아온 순진한 북한 주민 거의 3백만 명 정도가 죽은 대량의 아사 사건, 두 번째론 경제 개혁을 시도했으나 두 발짝 나가다 세 발짝 뒷걸음 쳐서 하나마나한 경제개혁을 해서 인민을 실패시킨 것, 세 번째론 화폐제도 변화를 통해서 심지어는 엘리트층에서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을 준 것, 마지막으로 다양한 정보의 여러 경로를 통한 북한 유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북한 내부의 가장 중요한 변화다. 북한도 역사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오 박사가 주목하고 있는 점은 오늘날 북한 사람들이 국가의 철두철미한 감시, 통제에도 불구하고 외부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그만큼 북한 이외의 지역과 사람들에 관한 정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점입니다. 오 박사는 “지난 30년간 북한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검토한 결과 북한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중동의 혁명 같은 변화는 아니지만 작은 미세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공단 박사

: 지금 북한에 46만대의 휴대폰이 있는데 물론 우리가 이용하는 블랙베리나 아이패드처럼 전 세계적으로 GPS나 로밍이 되는 전화는 아니더라도 서로 연락하고 통신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 그리고 남한에 나와 있는 탈북자들이 그리워하는 친구들이나 친지들이가 가족들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중국 국경을 왔다 갔다 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중국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새로운 현실적인 감각과 새로운 정보를 유입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가장 큰 기여 요인이라고 본다. 중국이란 변수를 나쁘게만 생각하는 데 중국이라는 우방이 바로 북한 속에 있는 데 중국이 지금 기가 막히게 빠른 가속화된 쾌속전차처럼 달리고 있는 경제이며 사회이기 때문에 중국의 변화가 북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북한 사회에 미세하긴 하지만 변화가 일고 있고, 특히 중국을 넘나드는 주민들의 의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변화에 현 북한 지도부가 과연 제대로 부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오공단 박사가 주시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지만, 현재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로는 그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봅니다.


오공단 박사

: 중국의 등소평은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없다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확고한 현실개방적인 경제 개방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오늘의 중국이 탄생했는데, 소위 북한에는 김정일이 등소평의 발뒤꿈치에도 못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김정일은 거짓말 공화국의 총수였기 때문에 절대로 개혁을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북한을 주체 공화국, 특별한 민족주의로 똘똘 뭉친 독특한 공화국 이라고 분석하는데 북한은 모든 실패한 독재국가의 한 유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의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을 쥐고 절대 내놓으려 하지도 않고 주민들로부터 판단을 받으려고도 않지만 투표하는 날이 심판의 날이 돼야 하는 민주화를 지독히 미워하기 때문에 결국은 자기 아들을 통해서 자기의 위대한 거짓말을 영구적으로 지속시키려 한다. 그런 의미에선 새로운 지도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앞날은 참담하다.

현재 북한의 차기 지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정은으로 공식화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올해 28세이고 친모는 평양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부인인 고영희이라는 점, 그리고 어릴 때 스위스에서 한때 공부했다는 점 외에는 별로 신상에 관해 알려진 게 없습니다. 이처럼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로 이어지는 부자 권력세습에 이어 이번엔 김정일에서 김정은로 이어지는 3대 권력세습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오공단 박사는 이런 세습이 ‘실패한 국가’ 북한의 대안은 절대로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중국에 개혁, 개방 시대를 열어 오늘날 중국을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초석을 마련한 등소평을 본받는다면 북한의 앞날에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는 게 오공단 박사의 진단입니다.

오공단 박사

: 영어에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 (Behind every cloud is a silverlining) 모든 구름 뒤에는 반짝이는 햇볕이 있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북한에 비유해보면 김정일의 세습체제는 정말 참담한 희비극적인 민족의 결정이었지만 한 가지 좋은 결과를 남긴 것은 전세계, 심지어는 실패한 아프리카 공화국에서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북한이야말로 구제불능의 나라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줬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자신이 개혁하는 새로운 젊은 등소평으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도 결국은 ‘아, 이렇게 살아왔는데 3대까지 속아야 되겠는가 라는 의문을 또다시 던지게 되고, 만약 그게 화두가 된다면 분명히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가 점조직 또는 소소한 물결을 타고 거대한 파도가 될 거라 본다.

이와 관련해 오공단 박사는 특히 최근의 탈북자들의 추세에 주목합니다. 오 박사는 “이들은 의식도 또렷하고 교육도 잘 받았고, 굶어죽을 위치에 있지도 않은 소위 엘리트 계층인데 이들은 북한에 남아 있다가는 언젠가는 아이들과 후손들이 다 망할 수도 있다고 보고 먼저 탈북해 터전을 닦겠다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런 의식을 가진 북한 주민들이 탈북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오공단 선임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