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5] 오공단(Kongdan Oh Hassig)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② "북한이 살려면 김정은이 ‘젊은 등소평’이 돼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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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국가발전에 직접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핵개발 문제는 물론 열악한 인권 문제에 관해 미국의 저명한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오공단(Kongdan Oh Hassig)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오공단 박사는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국국방연구원(IDA)의 책임연구원으로 다년간 근무하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통치술, 북한 정권의 안정성 문제, 한미 동맹문제,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저술도 하고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오 박사는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부자 권력세습을 통해 유지돼온 북한 정권의 본질을 '거짓말 공화국'으로 단정하고,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이 중국의 등소평 주석처럼 개혁의 기수로 변해 북한을 환골탈태시키지 않는 한 북한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오공단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국제사회의 큰 우려 사안인 북한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과거 여러 핵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합니다. 북한처럼 가난한 나라에게 핵무기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인데 이를 포기할리 만무하다는 겁니다.

오공단 박사

: 제 생각으론 북한의 핵카드는 ‘가난한 자가 지닐 수 있는 유일한 백금 크레딧 카드다, 즉 플라티늄 크레딧 카드’라고 말해왔다. 돈도 다른 재력도 하나 없는 국가로서 소위 백금 카드는 무제한적인 힘이 있다. 예컨대 핵클럽 멤버로 가입할 수 있고, 두 번째로 국가견제용이 될 수 있고 세 번째론 외교, 군사적 공갈협박용으로 쓸 수 있다. 네 번째론 교섭용으로 쓸 수 있고 다섯 번째론 특히 국내 사회 통제를 위한 정치용도로 쓰일 수 있다. 즉 다목적용 백금 크레딧 카드라고 보면 된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자가 가진 최상의 카드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이런 기막힌 카드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오 박사의 지적대로 북한은 미국과 핵협상 끝에 지난 1994년 10월엔 자체 핵동결을 대가로 경수로 제공 등을 약속받은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체결했고, 특히 2005년 9월 19일에는 북한이 현존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에너지 제공 등 경제적 혜택은 물론 외교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정치적 혜택도 받도록 한 6자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공동성명과 달리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단행했고, 2009년 5월에도 2차 핵실험을 단행해 핵합의를 위반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엔 우라늄 농축 핵시설까지 공개함으로써 기존의 플루토늄에 근거한 핵무기는 물론 농축 우라늄에 근거한 핵무기까지 개발할 의도를 천명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오공단 박사는 미국도 북한에 속는 줄 알면서도 핵협상을 벌여온 것은 그래도 한 가닥 북한의 진정성을 기대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도 단념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오공단 박사

: 처음엔 무식해서 속았고, 두 번째는 속는 것처럼 하면서도 한번 속고 두 번 속아도 속다보면 한번쯤은 실리가 생길 것이라고 밀고 나가자는 주장이 있었고, 계속 희망을 가지고 미뤄온 것이다. 1994년 첫 번째 핵 위기가 터졌을 때 카터 전 대통령과 김일성과의 면담을 통해서 그해 10월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만들어졌다. 그게 ‘벽돌쌓기’식 공조라는 건데 즉 내가 하나 놓으면 당신도 하나 놓고 하면서 벽돌을 쌓아가는 과정인데 그래서 좋은 집을 만들자, 미국에선 중유를 제공하고 한국에선 경수로 자재와 자금을 제공하고, 북한은 땅을 제공하는 식으로 영변의 핵을 없애고 경수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이 벽돌을 하나 놓으면 북한도 놔야 하는데 벽돌을 놓으면 조금 놓다가 뒤놓게 놓는다든가, 미국에서도 뒤늦게 놓는 수가 있는데 미국은 관료체제다 보니까 그리고 중유값이 뛰다보니 아무래도 의회의 예산관리를 받다보니까 예정된 중유가 제때 도착을 못한다. 북한은 항만시설 등 인프라가 좋지 못하다보니 왜 제때 안주냐고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경수로 짓는 것은 말은 꿈이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벽돌쌓기’식 공조가 물거품이 됐다. 그걸 통해 대화를 계속하면 북한이 말을 듣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는데 지난 94년부터 오늘날까지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면서 한 가지 배운 점은 북한이 핵을 보여주면서 핵을 근본적으로 푸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면서도 떡만 먹고 김칫국을 마시는 게 아니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오공단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도 보유하면서 미국과 수교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 절대 오산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은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미래 어느 행정부라도 핵을 가진 북한과 수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공단 박사

: 북한은 정치, 사회체제를 모두 유지하고 체제를 확고하게 보장받으면서 인권이나 북한 내부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미국이 북한이 어느 정도 핵을 가진 상태에서 수교하는 거나 같다. 미국은 의회가 지금까지 핵개발, 미사일 부품 수출하는 북한과 절대 인정 못한다. 두 번째는 21세기에도 강제수용소가 있고 인권유린을 하는 북한과 수교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의회의 입장이다. 절대로 지금 같은 상태에선 북한이 핵도 갖고 국교정상화도 할 수 없다는 게 절대 현실이다.

이처럼 북한 하면 다른 어떤 문제보다 핵문제가 부각되다보니 그 이상으로 심각한 북한 주민의 참담한 인권 문제는 주된 관심사가 되지 못했습니다. 오공단 박사도 실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핵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핵과 인권 문제를 연계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오공단 박사

: 인권 문제를 솔직히 말하면 핵이나 국제정치를 다루는 사람들은 인권 문제는 여자들이나 비정부기구나 종교인들이 떠드는 문제이지 나라가 핵 같은 거대한 문제에 막혔을 때는 인권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도 좋다고 하는 태도인데 이는 가장 몰상식한 태도다. 왜냐하면 북한 사회의 핵문제는 결국은 북한 사회내부의 정치와 사회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난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 조금 보이는 거지, 북한 사회가 인권문제가 없고 경제문제가 없으면 뭐하러 핵을 만들었겠나? 핵, 핵 하고 떠든다고 하나도 되는 게 없고 인권문제를 핵과 북한사회와 총체적 문제와 연결해서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는데, 요즘 미국 상원 하원의원 정치가들 사이에 인식이 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21세기에도 과거 나치 독일처럼 강제수용소를 운영하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국시가 자유, 정의,인권 행복 아닌가. 이걸 주장하면서 미국이 북한인권 무시하면 이중적 잣대라고 비난받기 때문에 미국도 총체적인 문제로 보려고 하는 건 중요한 변화다.

일부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 차원의 비난 결의안이 여려 차례 통과됐고, 미국도 지난 2004년 이례적으로 북한인권법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 시각을 보내기도 하지만, 오공단 박사의 견해는 다릅니다. 국제적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부각하면 할수록 북한도 내심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오공단 박사

: 북한이 거기에 대해 ‘왜 우리나라에 대해 콩놔라 팥놔라’ 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인권문제가 부각되고 탈북자들이 미국 의회에 와서 증언할 때마다 북한이 다 지켜보고 있다. 저는 이걸 전략적 심리대화라고 보는데, 그게 뭔고 하니 ‘우리가 너희 수용소 가지고 있는 것 알고 있다. 향후 통일되면 이걸 전 세계적으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심판을 받을 테니 잘 하고 있어라’하고 계속 전략적 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 거기 종사하는 사람이나 정책입안자들이 속이 뜨끔뜨끔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유엔이나 이런데서 기록을 만들어 우리가 모든 자료 갖고 있고, 언젠가 너희는 심판받을 것이고 국가적 가치이기 때문에 계속 의회에서 증언하고, 또 이걸 북한도 계속 들여다본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권문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조건으로 연계를 맺어야 한다.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핵 문제든 인권 문제든 결국 북한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론 통일이고, 차선책으론 정권 교체를 꼽습니다. 오공단 박사는 이런 방안이 단기적으로 힘든 만큼 우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이 중국의 개방, 개혁 시대를 활짝 열었던 등소평처럼 개혁의 기수로 변신해 북한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오공단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