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7] 수미 테리 (Sue Mi Terry)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 "북한 주민, 외부 정보 많이 접할수록 반정부 저항심도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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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협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수미 테리(Sue Mi Terry) 연구원. PHOTO courtesy of Sue Mi Terry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외교 문제에 관한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으로 저명한 미국 외교협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수미 테리(Sue Mi Terry) 연구원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테리 연구원은 외교협회에 몸담기 전에 미국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과장을 지냈고, 그에 앞서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동아시아 담당 부정보관을 지내는 등 정보 분야에서 10년간 한반도 문제를 다뤘습니다. 한국계 1.5세인 테리 연구원은 한국어도 유창하며, 터프츠(Tufts) 대학의 플레처 국제대학원에서 한국 문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곧바로 미국 정부에 들어가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현재 외교협회에서 주로 북한의 권력세습 문제와 북한 핵문제,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핵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 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도전이자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말합니다. 특히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고민은 더하다는 겁니다. 북한은 비단 핵 문제로 국제적인 고립에 빠져있는 것 외에도 식량난, 경제난, 권력 세습 문제, 인권 침해 문제 등으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하나같이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입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오늘날 주민들의 식량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딱한 지경에 빠진 원인을 주민의 복리보다는 생존에만 관심을 기울여온 정권 탓으로 돌립니다.

Dr. Sue Mi Terry

: The (North Korean) regime is so focused on the survival of the regime versus the betterment of the country, and one of the ways that it survives...

“북한정권이 나라의 발전보다는 정권생존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 정권이 생존하는 방식이나 안정의 버팀목 가운데 하나는 정보 독점이다. 북한 정권은 개방할 수가 없다. 개방하면 새로운 사상과 정보가 유입되는데 그러면 나라는 개선될지 모르지만 정권이 불안정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가 좋아지면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경제 개방을 해야 하지만 정권이 불안전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게 된다. 북한 정권에게도 이 점이 힘든 상황이지만, 정권의 최우선 관심사가 김씨 왕조의 지속이니 만큼 어쩔 수 없다.”

테리 연구원은 조부모가 월남한 가족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탓에 남한이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잘 살고 부강하지만 북한은 주민들의 식량난조차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궁핍한 나라로 전락한 데 대해서 “너무도 슬프고 비극적”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서구 자유민주주의 나라 같으면 국민이 투표라는 합법적인 정치 행위를 통해 인기가 없는 정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통제 사회인 북한은 이것도 불가능합니다. 1990년대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이 멸망하면서 붕괴가 점쳐졌던 북한 정권이 이처럼 끈질긴 데 대해 테리 연구원은 몇 가지 요인을 꼽습니다. 즉 사회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보안 감시망, 외부 세계의 정보에 대한 철저한 통제, 나아가 중국, 남한 등의 경제적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통제 요인이 없다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정권에 대해 저항할 수 있을까요? 테리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온갖 보안 기구를 통해 지금과 같은 ‘공포 전술’을 구사하는 한 그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장기적으론 변화의 촉발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Dr. Sue Mi Terry

: It'll take some time because even with monopoly on information, the other one is fear tactics through the very effective security system...

“북한주민이 저항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 정권은 정보 독점 외에도 아주 효율적인 보안 기구를 통해 공포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탈북자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북한 사람들이 설령 외부 세계에 관한 정보를 안다 해도 행동에 나서기가 아주 어렵다고 한다. 자신들은 물론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화근 때문이다. 이게 실은 양날의 칼인 셈인데 그래서 행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났을 때 목격했듯이 간헐적이나마 주민들의 시위 혹 저항이 있었다. 비록 이런 움직임이 광범위하진 않았지만, 정보가 더 많이 유입되면 북한 정권에 잠재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조짐을 본 것이다. 현재 북한 정권은 확고히 정보를 독점하고 있지만 만일 여기에 틈이 생기면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결집할 수 있는 잠재력은 있다고 본다.”

테리 연구원은 현재 미국 정부가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에 대해 여러 형태의 경제제재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다지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선 정권 교체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힘든 상황에서는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의 인식 변화가 오히려 더 중요하며, 특히 주민의 저항심을 키우는 데는 정보 유입이 상책이라는 게 테리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Dr. Sue Mi Terry

: I think the information campaign is probably the best way, and that's why even what the South Koreans are doing with balloons. We have to find...

“정보유입 운동이 아마도 최상의 방법이라고 본다. 남한 사람들이 풍선을 북쪽에 보내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제가 볼 때 다른 방법은 아주 힘들다. 미국 정부가 지금 대북 금융 제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게 반드시 북한 인민의 봉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와 핵 확산 금지노력, 군사훈련 등을 펴고 있지만 별 도움은 못 되고 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유일한 방안은 정보 유입이다. 남한에 들어간 탈북자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과 휴대 전화 등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데 이것도 정보유입이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항거할 가능성도 더 높다. 북한 주민을 결집하려면 정보유입 운동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본다.”

이처럼 북한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늘 주목을 끄는 대목은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세습 움직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인민군 대장에 임명함으로써 후계 작업을 공식화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특히 김정은의 권력 세습에 성공하느냐 관건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면서 “만일 김정일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건재하다면 정은이 경험도 쌓고 엘리트 지지계층을 끌어들이는 데 필요한 후계 작업을 도울 수 있고, 정은도 순조롭게 권력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설령 권력을 순조롭게 이어받아도 개방과 개혁을 통해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해선 테리 연구원은 회의적입니다. 그는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그다지 알려진 것도 없고, 정통성이라곤 오직 김정일 가문 출신이라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부친 김정일 보다 다루기가 더 쉽다거나 또는 김정일과 다른 정책을 내놓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북한에 압력을 가해 개방, 개혁을 유도할 수 있는 나라는 최대 우방인 중국이만, 중국도 북한 정권의 안정을 해칠까봐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게 테리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Dr. Sue Mi Terry

: The problem is China has to do more, but China is unwilling to pressure the regime in the end. We've seen this in the Cheonan and Yonpyeong...

“문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 더 힘을 써야 하는 데, 결국은 북한 정권에 압력을 행사하길 꺼려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공격 사건에서 봤듯이 중국이 얼마나 북한 편을 들었는가. 중국이 북한에 압력 행사를 꺼리는 이유는 북한 정권이 현재 아주 취약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북중 국경지대에서의 안정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북한 내부의 불안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2008년 김정일의 뇌졸중 증세에서부터 화폐개혁 실패, 나아가 김정은의 권력 승계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은 한반도에서 현상유지가 지탱되지 못하고 깨질 것을 진정 우려한다. 그래서 중국은 압력을 얼마나 가해야 북한이 변할 수 있을지 혹은 어느 정도의 변화에 북한 정권이 붕괴할지 관한 모형이 없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과거 남한 정부가 북한에 햇볕정책을 펼쳤을 때처럼 다른 나라가 북한에 경제지원을 할 때 오히려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 정권의 취약성 때문에 중국도 더는 북한을 떠밀고 싶지 않다. 중국이 가장 원치 않는 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재촉해서 국경 너머로 북한 피난민들이 넘쳐나고 북한에 내전이 벌어져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다.”

테리 연구원은 이어 “중국의 우선순위는 자국의 경제발전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기존의 지정학적 구조에 어떤 변화도 원치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북한 정권도, 북한 정권에 변화의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중국도 압력을 행사하는 데 미온적인 상황에서 북한 주민은 앞날은 참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테리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에 정권 교체가 돼서 진정 주민들의 복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몽적인 지도부가 들어서거나 아니면 남북통일이 되는 게 결국 북한 주민들에겐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망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외교협회 수미 테리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