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69] 피터 벡(Peter Beck) 일본 게이오 대학 객원연구원 "북한 정권, 변하지 않는 한 결국 붕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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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일본 게이오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Peter Beck) 객원 연구원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벡 연구원은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소(KEI)를 비롯해 스탠퍼드 대학 부설 아태문제연구소 연구원, 국제위기그룹 등에서 다년간 한반도 문제에 관해 분석 활동을 해왔고, 한때 한국의 이화여대와 미국의 아메리카 대학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강의하고 종종 미국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증언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해왔습니다. 그는 또 <아시안 서베이(Asian Survey)>와 같은 학술지는 물론 <월스트리트 저널>과 <포린 폴리시> 등을 포함한 유수한 매체에 한반도 사태를 분석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비교적 활발한 언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에도 유창한 피터 벡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때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지지한 진보주의자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태도에 실망해 요즘은 점점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건과 관련한 비밀접촉을 일방적으로 폭로한 데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거부한 것은 남한 이명박 정부 때문이 아니라 부강한 자본주의국 남한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Peter Beck

: 몇 년 전 부터 이런 얘기를 했다. 북한에게 제일 위험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남한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남한이 같은 언어와 문화, 역사가 있는데 남한에선 자본주의가 너무 성공적이다 보니 북한 정권에 가장 위험하다. 미국 언론도 한국 언론은 보수적 정부 때문에 남북관계 악화됐다고 보지만 전 그렇게 안 본다. 이명박 정부는 현실적 정부다. 북한은 북경에서 만난 걸 보면 비공식 노력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북한이 정상회담을 거부하지 않았나. 이건 이명박 정부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서 그런 것이다.

피터 벡 연구원은 그러면서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했어도 경제 개혁, 개방과 관련한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못한 걸 보고 북한의 개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접었다고 말합니다. 벡 연구원은 지난 2004년 국제위기그룹(ICG)의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북한의 경제 개혁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벡 연구원은 <북한의 철권통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40쪽짜리 보고서를 준비하면서도 과연 북한이 경제 개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관한 전망이 불투명했다고 말합니다. 벡 연구원이 이 같은 보고서를 준비할 당시 북한 당국은 이미 2년 전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도입함으로써 경제 개혁에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하지만 벡 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2009년 하순 장마당 자본을 말살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을 보고 북한이 더 이상 경제 개혁과 개방에 관심이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 당시 불투명하던 북한의 경제 개혁 가능성과 관련한 전망이 지금은 ‘개혁 불가능’으로 확실해졌다는 겁니다.

Peter Beck

: 화폐개혁을 하는 걸 보도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갈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장마당을 통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장마당이 너무 힘이 세지고, 그래서 무섭게 보고 있고 개혁, 개방에 자신이 없어 그랬다. 아무리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해도 경제 개방, 개혁으로 가지 못했다. 김정일부터가 마음이 불안하니까 자신이 없는 것이다. 중국은 워낙 크니까 대만과 홍콩은 상관없다. 반면은 북한은 경제적으로나 인구 면에서도 너무 작은데 남한은 너무 성공적이니까 아무리 개혁, 개방으로 가고 싶어도 남한으로부터의 위협 때문에 개혁으로 못가는 것 같다. 북한 정권도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제가 매일 보는 노동신문에도 CNC (컴퓨터수치제어) 란 말이 자주 나온다. 이들도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데 그것도 위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기술이 필요하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아무리 기술이 중요하다고 해도 위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북한 정권으로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피터 벡 연구원은 북한이 지금은 중국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외부세계에 관한 정보가 가장 많이 흘러들어가는 중간 통로가 바로 중국이라는 점에서 북한 정권도 중국을 내심 위협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도 공식적으론 개혁, 개방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실제론 정권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추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북한 정권이 개혁, 개방과 관련해 도처로부터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피터 벡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남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개성공단을 꼽습니다.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의 남한 공장으로 출근하면서 느끼는 남한 인식의 변화는 상당하다는 겁니다.

Peter Beck

: 아무리 남북관계 나빠도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도 북한 정권에도 위협이다. 이게 딜레마이다. 남한이 없으면 개성공단 없어지고, 현금 받고, 개성 근로자 월급의 반 이상 북한 정부로 가고 있다. 그것 때문에 개성공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제 5만 명의 북한 근로자가 남한 위해 일하는데 식구 친척까지 계산하면 20만 명에 달한다. 상당히 영향력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남한을 좋게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 욕해도 남한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공장에 근무하니 얼마나 좋으냐. 의료문제도 해결되고, 잘 먹는데 남한에 대해서 좋은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개성공단이든 장마당을 통해서든 혹은 중국과 교역하는 무역상을 통해서든, 혹은 남한의 인기 텔레비전 연속극이 담긴 동영상 등을 통해서건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소식이 북한에 계속 흘러들고 있고,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의 의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이 일반 주민에서만 나타나고 있지 정작 변화를 주도해야 할 지도층에선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터 벡 연구원도 김정일 체제에 이어 김정은 체제에서도 진정한 변화가 없는 한 주민들의 고통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이집트와 튀니지 등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보면 배고픈 사람보다는 먹고살만한 사람들이 주도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북한에서도 사회 변혁이 생기려면 일반 주민보다는 지도층에서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Peter Beck

: 중동 민주화 운동 보면 배고픈 사람들은 안 나온다. 배고픈 사람은 시위 못한다. 제가 볼 때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아무리 식량문제가 심각해도 차라리 낫다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배부르면 없는 것부터 신경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밥이 없으면 밥부터 신경 쓰고, 밥이 있으면 다른 것에 대해 신경 쓸 수 있다. 그래서 식량난 있는 사람은 혁명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북한정권도 이걸 알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하층에서 생길 수 있는 것 아닌 것이고 지도층에서 변화 생길 수 있지만 힘들다.

피터 벡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아무런 변화 없이도 장기적으로 버틸 수는 없다고 봅니다. 독재 정권의 종식은 21세기 들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겁니다. 그는 한때 장기 독재에다 철권 통치로 악명 높은 중동의 예멘을 비롯해 시리아, 리비아, 심지어는 아이보리코스트에서도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북한도 장기적으론 이런 추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는 “북한도 이런 나라 못지않게 지독한 독재 정권이고, 각종 경제실패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았지만 망하는 건 확실하다”면서 “다만, 언제 북한이 붕괴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일본 게이오 대학의 피터 벡 객원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