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70] 이시마루 지로 (石丸次郞) <림진강> 편집장 겸 발행인① "북 주민, 경제난 해결 못하면 후계세습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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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 내부 소식을 현지 북한 소식통을 통해 소상히 전하고 있는 일본어 잡지인 <림진강>의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편집장 겸 발행인이 보는 북한의 실상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이시마루 편집장은 지난 1993년 이래 올해로 18년째 북한 문제를 추적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그는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를 70회 이상 답사했고, 면담한 탈북자가 750명을 넘습니다. 하지만 그는 외부에서 북한 내부 사정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지난 2006년 여러 명의 북한 현지인을 통해 직접 내부 소식을 전해주는 잡지인 <림진강> 일어판을 창간하는 한편 동영상을 통해 그간 외부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충격적인 북한의 실상을 폭로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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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식통을 통해 소상히 전하고 있는 일본어 잡지인 <림진강>의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편집장 겸 발행인. - PHOTO courtesy of Jiro Ishimaru (PHOTO courtesy of Jiro Ishimaru)

이시마루 편집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 정권이 정권 지탱세력에게 식량을 제대로 줄 수 없어 곤경에 처해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가의 식량배급망에서 벗어난 일반 주민들과 달리 국가배급망에 주로 의존해오던 군대와 당, 정부 인사 등 정권 지탱세력에 대해 북한 정권이 제대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체제 약화 징후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시마루 편집장

: 지난 5월말까지 조-중 북경지대를 취재했고, 내부 취재원으로부터 새로운 영상 자료화면을 확보했고, 이들과 많은 얘기를 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식량사정은 물론 좋다곤 말할 수 없지만 절대량이 부족해서 북한 전체가 기아상태가 들어갔다곤 평가 안한다. 지금 식량사정이라는 건 군대가 먹는 군량미가 있고 배급 생활을 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군수공장, 보위부 가족들, 지방 간부들, 평양 시민들을 비롯해서 김정일 정권이 우선적으로 배급을 준 대상들이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가 식량을 계속 보장해왔는데 지금 정부가 보유한 쌀이 많이 부족하다. 양도 그렇고 질도 많이 줄었다. 이건 작년 12월부터 표면화 됐는데 예를 들어 평양시민은 기본적으로 100%는 안 돼도 배급이 좀 있었다. 그리고 보안원, 보위부도 가족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본인은 100% 받지만 가족은 50% 나오는 달이 있고 안 나올 때도 많다. 무산광산이나 군수공장 등 북한 정부가 살려야 하는 우선순위가 높은 기업소도 본인만 50% 나오고 가족들은 안 나온다.

이시마루 편집장은 북한 내부의 통신원들의 말을 근거로 “현재 일반 군인들은 30-50% 정도의 식량밖에 공급받지 못 한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북한 정권이 지지 세력에 대해선 식량을 공급할 수 없으면서도 막상 대다수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장마당에는 쌀을 비롯한 식량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평안북도에 사는 내부 소식통이 수도 평양을 포함해 최근 4군데의 종합시장을 돌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검토해보면 쌀과 밀가루가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시마루 편집장은 설명합니다.

이시마루 편집장

: 평양시민들도 작년 말부터 기본적으로 배급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시장에 가면 쌀이 있다. 배급을 줘야 하는 건 정부가 보유한 쌀이 없다는 거다. 장마당 쌀은 민간보유 식량이다. 시장에 나오는 쌀은 여러 가지인데 하나는 농민들이 장사꾼에게 판매한 쌀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도 개인 밭이 있어서 뙈기밭이라고 하는데 함경북도에선 소토지라고 하는데 불법이나 어느 정도 뇌물주면서 경작한 개인 밭에서 나온 쌀이 들어온다. 또 큰 부분은 정부가 보유한 쌀이 부정부패 때문에 시장에 많이 흘러나온다. 시장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식량배급이 없어진지 오래된 사람이다. 제가 추측컨대 북한 인구의 60-80%가 배급이 없는 상황에서 먹고 살고 있다. 이들은 장사하고 현금주고 장마당에서 산다. 장마당이 수요가 있고 수요가 있기 때문에 식량을 팔고 사는 공급도 있다. 지금 북한에서 식량사정이 나쁘다는 건 정부가 보유한 식량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기존 배급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상황이 나쁘다. 그래서 우선 배급을 줘야 할 사람들이 고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시마루 편집장은 북한 정부가 이처럼 정권 지탱세력조차 식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정도로 궁하다보니 장마당에 나도는 식량을 강제로 수탈해가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이시마루 편집장

: 특히 지금 장마당에서 장사하려면 군량미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 2월 달 평양의 강동 장마당에서 촬영한 것인데 구호판이 장마당에 나붙었는데 거기에는 장사한 사람들이 누가, 누가 60kg 혹은 50kg의 군량미를 냈다, 받쳤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군량미를 아직 내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 관리원으로부터 쫒겨나는 상황도 있더라. 군량미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 보유 쌀을 강제로 내라고 징수하려고 하는 그 정도 위기감을 정부가 느끼고 있다.

이처럼 식량난이 계속되다보니 북한 당국이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선포한 해인 2012년이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반 주민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국이 강성대국을 빌미로 수탈행위를 더 일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편집장

: 내년의 강성대국에 대해 농촌 간부들이 모인 상태에서 얘기가 나왔는데 한 사람은 “강성대국이라는 건 벌써 반년 7-8개월 2012년인데 이런 식으로 가서 무슨 강성대국이 될 수 있나?”라고 말했고, 또 한사람은 “아직도 강성대국이라는 걸 믿고 있어?”라고 반문했다. 또 30대 평양여성과도 얘기해보았는데 ’강성대국이 내년에 된다고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그것보다는 경제가 악화되고 있으니 정부가 강성대국 선전하면 할수록 군량미를 강압적으로 징수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더라.

이시마루 편집장은 이어 북한이 요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중국과 황금평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군대가 당장 군량미를 걱정하고 있고, 백성들도 장마당에서 그날그날 먹고사는 상황에서 몇 년 후에나 투자 성과가 나올 황금평 사업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금년 경제상황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대 이후 최악이며, 그래서 민심이반과 반발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시마루 편집장은 “경제난이 지속되면 김정은의 권력 승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로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세습도 힘들 것으로 북한 내부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 내부 소식지인 <림진강>의 이시마루 지로 편집장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