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72] 더글러스 팔(Douglas Paal)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 부소장①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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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손꼽히는 아시아 전문가인 더글러스 팔(Douglas Paal) 박사가 진단하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팔 박사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행정부와 1990년대 초 조지 H.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까지 지내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현안을 두루 다뤘습니다. 팔 박사는 백악관에서 일하기 전에는 국무부 정책기획국, 싱가포르와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그에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분석관으로 일하는 등 공직에 재임하는 기간 줄곧 아시아 문제만을 다뤄왔습니다. 팔 박사는 현재 워싱턴에 있는 저명한 민간 연구기관인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의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 부소장으로 재임하면서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한 주요 한반도 현안에 관해 활발한 견해를 개진하고 있습니다.

팔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이자 미국과 북한 간에 최대의 현안인 북한의 핵 포기 문제에 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의 핵계획을 좌절시키려 노력해왔지만 회담은 2008년 하반기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들어선 지 넉 달도 안 된 2009년 5월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고, 이에 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경제제재를 가하자 북한은 6자회담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회담의 폐기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팔 부소장은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는 걸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건 무리라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Dr. Paal

: I think the point of the 6 party talks is to keep the cycle of violence from getting out of control. It's to keep the process alive much as the Middle East...

“6자회담의 요체는 악순환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빠지는 걸 막는 데 있다고 본다. 마치 중동평화의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전쟁이 방지되는 것처럼 6자회담도 그 과정만큼은 살리자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계층, 즉 강온 양측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에 대북 협상에서 불합리하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되고 그래서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다. 중국도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대남도발 같은 걸 제어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6자회담이 낙관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이란 순진한 기대나 열망을 가져선 안 된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2005년 9월 북한의 핵 포기를 대가로 정치, 경제적 혜택을 담보한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팔 부소장은 북한이 자국의 핵 폐기를 명문화한 ‘9.19 공동성명’에 합의하긴 했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핵개발에 집착하고 있었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한이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에게 의도적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북한의 핵개발 의도가 변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Dr. Paal

: Judging from the quality of the uranium enrichment facility, they were working very busily on that at the same time...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의 질을 판단해볼 때 북한은 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도 동시에 농축 시설을 건설하느라 무척 분주했다. 그런 점에서 저는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문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 입장인데, 당시 합의문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북한 핵능력을 제한하느냐 하는 점이었는데 북한은 처음부터 오직 플루토늄에 근거한 핵 계획만 협상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농축 우라늄은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체결된 기본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에 있는 흑연감속로 가동을 동결하고 관련 시설을 해체하는 대신 2기의 경수로를 제공받도록 돼 있습니다. 즉 합의문 자체만을 들여다보면 팔 부소장이 지적한 대로 우라늄 농축 핵 활동에 관한 대목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습니다.

‘9.19 공동서명’까지 서명한 북한이 앞으로 회담을 통해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있을까요? 팔 부소장은 그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봅니다. 설령 북한이 미국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경제적 혜택을 모두 받아도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겁니다.

Dr. Paal

: I believe that we can never get to that point. Some people will tell you that if we don't make the offer of all the things they want, we'll never know whether...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지점에는 결코 이를 수 없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북한이 원하는 걸 제시하지 않으면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탐색해볼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린 북한이 핵무기를 고수하고 싶어한다는 걸 잘 안다. 이란이나 이라크 등의 현실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이들도 어떡하든 핵무기를 가지려고 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북한은 엄청난 희생을 하면서 핵을 건설했다. 즉 북한은 공군과 해군, 육군의 자원을 빼다가 핵 건설에 전용했다. 군부의 의지를 넘어서 모든 자원을 쏟아 부은 분야가 핵이었다.”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에 집착하는 원인과 관련해 팔 부소장은 그 원인을 여러 가지에서 찾으면서도 가장 큰 요인으로 정권의 안위 문제를 꼽습니다.

Dr. Paal

: Nuclear weapons what has given everybody freedom in the post-World War Two period from attack. So, it's reasonable calculation by security planners...

“2차 대전 이후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다른 나라의 공격으로부터 해방됐다. 따라서 북한의 안보 책임자들도 핵을 가지면 미국과 다른 나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억지력을 갖게 돼 더 안전해질 것이란 합리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두 번째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한 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는데 당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 목표를 높였다는 생각을 북한 위정자들이 가졌을 수도 있다.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가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했는데 이는 결국 핵이 없으면 미국의 공격에서 제외된다는 보장이 없음을 보여준 명시적 증거다.”

하지만 팔 부소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진 않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양보을 얻어내기 위해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건과 관련해 묶여있던 2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검은 돈’을 2007년 미국이 해제하자 미국과 다시 핵협상에 응했고, 2008년 여름에는 핵 신고를 하는 대가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팔 부소장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향후 협상용으로 내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Dr. Paal

: I think they're going to get back to the nuclear talks because they think they can keep the nuclear weapons and still have the talks...

“북한은 핵을 가지면서도 협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은 협상에 복귀할 걸로 본다. 북한이 최근 초현대식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흥정 과정을 시작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즉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대가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폐기하려 할지도 모르고, 이걸 통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종식하려 할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이 이런 북한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지만 북한은 핵 협상 때 이런 흥정부터 시작하려 할 것이다.”

팔 부소장은 이어 북한의 핵개발을 억지하려면 결국 북한에 가장 큰 지렛대를 가진 중국의 역할이 긴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상당한 제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스스로 핵포기 의사가 없고, 중국의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팔 부소장은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정권교체’를 꼽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권교체에 따른 비용과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악화를 감안할 때 상상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은 결국 남한 식의 통일뿐이라는 게 팔 부소장의 진단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의 더글러스 팔 부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