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윌리엄 뉴컴(William J. Newcomb) 전 미국 재무부 선임 자문관이 보는 북한 경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뉴콤 전 자문관은 첫 공직으로 1979년 중앙정보국에 들어가 북한 경제 분석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1984년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선임경제학자로 주로 북한 경제를 분석했고, 그 뒤 2005년엔 재무부로 옮겨 선임 자문관으로 북한 문제를 주로 다뤄온 북한통입니다.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끝으로 마친 뉴컴 씨는 현재 정부와 연구기관에 북한 경제문제에 관한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뉴컴 씨는 지난 3월11일 하원외교위원회의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이 외화 획득을 위해 벌이는 불법 무역활동에 관해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특히 유엔안보리가 지난 2009년 북한에 대해 취한 경제제재의 실행과 관련해 설립한 유엔전문가위원회(UN Panel of Experts) 미국 측 일원으로 9월1일부터 활동을 시작합니다.
뉴컴 전 재무부 선임 자문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북한경제가 피폐해진 원인을 자급자족형의 폐쇄적인 중앙 경제를 추구한 데서 찾습니다. 북한 경제가 1970년대 초까지도 남한에 비해 우위를 보였지만 이런 폐쇄적인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오늘날 남한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격차가 벌어졌다는 겁니다.
William Newcomb
: North Korea did have an economic advantage by most accounts...
“북한은 대체로 남한에 대해 대략 1972년, 73년까지 우위를 보인 게 사실이다. 그 이후 남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반면 북한은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된 원인은 남한이 무역의 문호를 개방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한은 수출 산업을 개발했고 조선업을 특성화해 발전시켰다. 남한이 이처럼 개방한 반면 북한은 계속 자급자족의 경제에 만족했다. 서방에 그다지 개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북한은 조금은 개방을 위해 노력을 했지만 대외 부채로 그마저 멈춰 섰다. 북한은 또 동유럽공산권을 중심으로 한 상호경제원조회의, 즉 코메콘(COMECON)에도 의존했는데 이것도 경제개발의 대안이 되진 못했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일제시대에 발전ㆍ비료ㆍ화학 등 기간산업이 북한에 몰려 있는 바람에 해방 뒤 1970년대 초까지도 남한 경제보다 잘 나갔습니다. 하지만 남북한 경제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1980년대 들어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의 경우 1980년대 연평균 9%대, 그리고 1990년대 6%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북한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해가 수두룩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식량난으로 북한 경제가 최악의 시련기를 맞이한 1990년대에 북한은 1999년과 2000년 두 해를 빼곤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얼마나 남한 경제에 비해 뒤떨어졌는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올해 초 남한 통계청이 공개한 ‘북한 주요통계지표’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현재 북한의 경제력은 남한에 비해 37배나 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한의 국민총소득은 8천372억 달러에 달했지만 북한은 고작 224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걸 1인당 국민총소득으로 환산하면 남한은 1만7천여달러였지만 북한은 970달러에 불과했는데 이는 남한의 1976년이나 1977년 수준입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의 주류는 중앙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수요와 공급의 기본원리에 의해 경제가 작동하는 이른바 시장경제입니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국들도 1990년대 들어 공산정권이 무너지면서 중앙통제식 경제를 벗어던지고 시장경제국으로 전환해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국가가 경제를 관리하는 중앙집권적인 경제를 유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비효율성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다는 게 뉴컴 씨의 지적입니다.
William Newcomb
: It's not that you cannot grow an economy under central planning...
“물론 중앙계획 경제를 가지고도 경제를 운영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중앙계획경제 아래서도 경제는 성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경제 밑에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장 경제는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달성한다. 북한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가진 자원을 여러모로 낭비했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시장경제 아래였다면 아주 낮은 비용으로 이뤘을 경제 성장을 성취하기 위해 아주 높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군사 부문이 그 중 하나다. 북한이 중공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자본집약적인 접근을 해야지 노동 집약적 접근을 해선 안 됐다. 그래선 일자리를 많이 못 만들어낸다.”
뉴컴 전 자문관이 북한 경제의 문제점과 관련해 특히 지적하고 싶은 건 바로 과도한 군사비 부담입니다. 북한 정권이 민간 경제부문으로 치중해야 할 자원을 군 부문에 집중 투입하다보니 경제가 정체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는 특히 냉전 시절 동유럽 대다수 구소련 위성국들은 구소련이 제공하는 군사원조에 크게 의존해 국방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북한은 오히려 독자적으로 국방력을 증대한 것도 북한 경제를 왜곡하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봅니다.
오늘날 북한에선 2천350만 인구 가운데 119만 명의 현역과 4백70만 명의 예비역을 포함해 군대 규모가 약 6백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전 인구의 4분의 1이 군 부문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 군부는 해외에 미사일과 군사 부품 등을 수출하는 것 말고도 국내적으론 각종 건설사업에 종사하고3천개에 달하는 협동 농장의 경비업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민간 경제에 관여하면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개혁, 개방으로 나가기 위해선 우선 과도한 자원이 쏠려 있는 군부 경제부터 대폭 수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뉴컴 씨의 견해입니다.
William Newcomb
: If they're going to reform the economy, they can't do it when...
“북한이 경제를 개혁하려는데 달러 당 30-35센트를 군사비에 쓰면서 개혁할 순 없다. 다시 말해 경제를 개혁하려면 군사 부담을 덜어야 하고, 군인 수를 줄여야 한다. 군사 투자를 경공업과 민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군사 투자는 별로 나오는 게 없다. 북한은 경공업이 더 필요하다. 수출을 위해 군사 경제를 통해 중동에 미사일을 팔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군사부문을 줄여야 한다. 당신이 군부에 있다면 소득이 줄어든다든가 혹은 영향력이 줄어드는 일을 반드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군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 개혁은 곧 기회요 소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뉴컴 전 자문관은 중국의 최고 실력자이자 개혁, 개방의 총설계자로 꼽히던 등소평이 1980년대 경제 개혁과 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당시 소위 <4대 현대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방 부문의 현대화를 제일 나중에 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William Newcomb
: When Deng Xioping in China announced four modernizations...
“중국의 등소평이 과거 4대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을 때 늘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했는데 맨 마지막이 군사 부문이었다. 첫 세 분야의 현대화 대상을 보면 농업과 공업, 과학기술로 대체로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순서를 매긴 것이다. 등소평은 군부에 대해서 앞으로 더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면서도, 우선은 경제부터 발전시키고 보자는 논리를 폈다. 이는 중국의 개혁 기간 중 자원이 투입되는 순서를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1979년 중국이 개혁을 시작한 이후 이제 30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의 군부가 경제 성장의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즉 중국 군부는 ‘블루 워터’ 해군계획과 같은 자신들의 야욕을 뒤로 미뤘고, 이제야 그 결과에 다소 만족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군사를 소홀히 한 게 아니다.”
이처럼 우선순위에서 민간 경제건설을 최우선으로 삼고 군부 현대화를 뒷전으로 미루면서 과감한 경제 개혁과 대외개방에 힘입어 중국은 개혁, 개방을 한 지 30여년 만에 오늘날 10조 달러가 넘는 국내총생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 대국으로 변했습니다.
문제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군을 최우선으로 삼는 ‘선군정치’를 내걸고 있는 마당에 과연 군부 경제를 축소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뉴컴 전 자문관도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봅니다.
William Newcomb
: It does not seem very likely anyway. But that's what they have to..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를 개혁하려면 군부 개혁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작동 안 되는 경제를 가지고 절뚝거릴 수밖에 없다. 사실 1990년대 들어 북한은 전 세계 나라들 가운데 산업화 방향과 거꾸로 움직인 유일한 나라다. 북한 산업은 완전히 붕괴됐다. 북한은 그 뒤로 눈에 띠게 재건할 수도 없었다. 과거의 낙후된 중화학 산업을 바꾸지도 못했고 금속이나 화학 분야에서 수출산업을 재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북한 경제가 살길은 과감한 경제 개혁과 개방뿐이지만 이런 조치를 취하면 북한 김정일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게 뉴컴 전 자문관의 지적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윌리엄 뉴컴 전 미국 재무부 선임자문관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