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83] 한반도 전문가 집단 의견② "김정은 권력 잡아도 근본적 궤도 수정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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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도 지금까지 본 기획물에 출연한 한반도 전문가들이 파악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특히 북한의 권력 이양 문제에 관해 한반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를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본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3남 정은이 설령 새 지도자로 나서더라도 진정한 개혁, 개방을 통해 기존의 국정 궤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북한은 김정일 시대와 별로 달라질 건 없을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28일 당 대표자회에서 대장 칭호와 함께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전격 발탁됨으로써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상태입니다. 김정은이 맡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은 김정은의 첫 공식 직함이며, 지난해 당 대표자회에서 대장인 이영호 군참모장과 함께 이 자리에 임명됐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으로 권력이양이 시작됐지만 정작 외부세계는 김정은에 대해 아는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알려진 사실이라곤 김정은의 모친이 무용수 출신으로 김정일의 셋째 부인이었던 고영희였으며, 그가 어릴 때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잠시 유학했다는 점이 고작입니다.

이처럼 김정은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보니 한반도 전문가들도 김정일이 이끌 북한의 미래에 대해 대체로 신중합니다. 다트머스(Dartmouth College)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 교수의 지적입니다.

Prof. Jennifer Lind

: We just don't know anything about him. It could be that he's going...

“우린 김정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물론 김정은이 북한에서 역사적인 개혁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부친이 사망한 후 김정은이 들어선 뒤 ‘독재를 끝내고 남한과 통일하고 싶다’라고 말이다. 자기 자신과 가문, 나아가 자신을 지탱해준 측근들이 받게 될 엄청난 피해를 감안할 때 김정은이 실제로 이런 일을 벌인다면 정말 깜작 놀랄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실제로 북한에 개혁이 시작되면 기성 제도가 뿌리째 뒤흔들릴 것이고, 볼썽사나운 내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통일이 되면 과연 자기들이 남한 사람들로부터,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을지 걱정하는 북한 지도층이 많다고 본다. 다시 말해 북한 지도부는 개혁으로 얻는 것보단 잃을 게 너무 많다. 따라서 김정은은 측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자신의 가문이 해오던 일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콜럼비아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찰스 암스트롱(Charms Armstrong) 교수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Prof. Charles Armstrong

: Average North Koreans' life will not change much...

“김정은이 권력을 잡으면 처음엔 보통 북한 주민들의 삶에 별 변화는 없을 것이다.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김정은이 안정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은 지난 두 세대 이상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지배를 받아왔고, 김정은도 이런 식의 강요된 지배를 통해 안정을 꾀하려할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가던가 아니면 김정은을 김일성이나 김정일처럼 실질 지도자가 아닌 명목상 지도자로 내세우고 배후의 실력자가 섭정으로 나서는 형태를 띠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김정은이 북한의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상당한 변화를 제도화하지 못하면 일반 북한 주민들의 삶에 그다지 많은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냈고 현재는 워싱턴대학 총장으로 있는 미첼 리스(Mitchell Reiss) 박사는 김일성, 김정일 치하에서 고통받아온 북한 주민들이 또 다시 김정은 치하에서 산다는 건 ‘비극’이라고 말합니다.

Pres. Reiss

: I think it means more misery for the poor and long-suffering citizens...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다는 건 가난하고 오랜 세월 고통을 받아온 북한 시민들에겐 더 비참한 상황을 의미한다고 본다. 김정은이 지도자로 나서 북한의 철권통치를 완화하고 주민들이 삶을 향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어떠한 징후는 현재로선 없다. 따라서 그가 후계자로 나서더라도 종전과 달라지는 건 거의 없으며, 부친처럼 되도록 오래도록 김씨 가문을 지탱하려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젊은 김정은이 직책을 수행해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수와 오판을 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김정일이 김일성에게서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와 달리 아무런 국정 경험이 없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권위를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권위를 갖게 된다 해도 업무수행에 따른 기복을 겪게 될 것이며, 그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겐 더 많은 고통을 주고 세계에 불안정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리스 총장의 지적대로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처럼 체계적인 후계자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다 국정경험도 없다는 점에서 그를 정점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혹은 섭정체제가 등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 연구원은 “김정일 이후 북한에 더는 1인 절대 권력자가 지배하는 시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오히려 북한에는 김정은과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군 실력자들이 뒤에서 그를 돌봐주는 ‘섭정체제’(regency system)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새 지도부가 종전의 정책에서 탈피해서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혁, 개방을 하는 새 노선을 채택할 수 있겠느냐는 점인데요. 부시 선임 연구원은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봅니다.

Dr. Bush

: Well, I think course change is possible. I do not think that it's the most likely...

“진로 수정은 가능할 것도 같지만, 북한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별로 유망하진 않다. 오히려 북한의 새 지도부는 현상을 유지하고 기존의 정책을 답습하려 할 가능성이 더 크다. 국내 안정과 권력을 위해서 말이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일이 추구한 정책의 결과가 끔찍했고, 비록 변화가 어렵긴 해도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길 바란다. 물론 이런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좀 떨어지지만 말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스탠퍼드대학 부설 아태문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은 “설령 김정은이 권력을 잡더라도 북한이 철저한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나라로 변신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토마스 허바드(Thomas Hubbard) 전 주한미국 대사는 김정은 치하의 북한이 개혁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가능성은 희박하게 봅니다. 그는 “북한 체제의 생리상 개방과 개혁을 하면 할수록 김정은이 물려받게 될 왕조적 세습 구조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허바드 전 대사는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정권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끌 북한은 아주 심대한 도전과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합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Victor Cha)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의 경우 어떤 지도체제가 들어설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가장 바람직한 지도체제는 결국 개혁, 개방이 가져올 혜택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체제라고 말했습니다.

Prof. Victor Cha

: I think the leadership that's willing to acknowledge...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지도 체제는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선 개방을 해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체제다. 다시 말해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해하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지도부가 바로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부다. 물론 이런 지도부가 들어설 것이란 징후는 아직은 없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향후 김정일 이후 북한에 김정은 단독의 권력체계가 들어서든 아니면 섭정체제가 들어서든 결국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선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전향적이고 개방적인 지도체제만이 북한 주민의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본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권력이양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관한 공통적인 견해를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