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⑱그래이험 앨리슨(Graham Allison) 하버드대 교수 "북한의 핵 확산 위험은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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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전문가인 그레이험 앨리슨 (Graham Allison) 하버드 대학 교수로부터 북한의 핵 확산 위험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1990년대초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 차관보를 지내기도 한 앨리슨 교수는 냉전 시절 쿠바의 미사일 기지 설치 문제를 놓고 미국이 소련과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간 상황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결정의 본질(Essence of Decision)>이란 고전적 저서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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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전문가 그레이험 앨리슨 (Graham Allison) 하버드 대학 교수. - PHOTO courtesy of harvardsquarelibrary.org (PHOTO courtesy of harvardsquarelibrary.org)

앨리슨 교수는 특히 지난 2004년엔 알 카에다와 같은 국제테러집단에 의한 핵물질 확보와 미국에 대한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핵 테러리즘(Nuclear Terrorism)>이란 저서를 펴내 국제사회의 허술한 핵관리 체계에 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요즘 핵 테러리즘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3일 역사상 처음으로 핵안보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향후 4년 안에 테러집단으로부터 핵물질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촉구했고, 한국을 포함해 회담에 참석한 47개국 정상들이 이를 전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앨리슨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핵물질과 핵 기술의 유출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북한이 외화획득을 위해 과거 미사일을 중동 국가에 판매한 선례가 있고, 시리아에겐 핵 원료를 생산할 수도 있는 원자로 공사에 개입한 선례가 있다는 겁니다.

Prof. Graham Allison

: The sad fact is that when President Obama took office, North Korea had ten bombs' worth of plutonium and had conducted nuclear weapon tests...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미 북한은 핵무기 1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었고, 핵실험을 마친 나라였다. 이게 슬픈 현실이다. 사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우리가 바란다고 해서 이런 현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북한은 또 시리아에 핵폭탄 수 천 개 분량에 해당하는 물품, 즉 영변 원자로와 같은 형태의 원자로를 지어주기로 하고,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지난 2007년 하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되기도 했다. 이걸 보더라도 북한 정권은 핵 기술을 확산할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북한이 핵 기술을 누군가에게 슬쩍 팔고도 그냥 걸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상상해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내 생각으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레이험 앨리슨<br/>

또 북한 정권은 설령 핵 확산과 같은 위험스런 일을 감행하더라도 발각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앨리슨 교수는 지적합니다. 때문에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앨리슨 교수의 주문은 분명합니다. 북한의 핵 확산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방지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이 해외로 흘러가는 북한산 핵무기에 대해 철저히 북한의 책임을 묻고 응징할 것임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Prof. Graham Allison

: The question is whether they can sell a nuclear bomb somebody and then can get away with it, and I feel that they could...

“문제는 북한이 핵 기술을 누군가에게 슬쩍 팔고도 그냥 걸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상상해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내 생각으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에게 촉구하는 바는 만일 출처가 북한인 핵폭탄이 미국 혹은 미국의 우방에 떨어질 경우 미국은 이걸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미국의 도시를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란 메시지를 가장 신뢰할만하고 엄중한 방식으로 북한 지도부에 전달하라는 것이다. 김정일도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아듣겠지만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단 한 발의 핵무기라도 미국의 도시에 떨어지면 북한은 감당할 수 없는 전면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김정일이 혹시라도 운반 체계능력이 있는 누군가에 핵 물질을 팔려고 할 때 바로 이런 두려움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핵무기가 현실적으로 미국에겐 위협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의 핵 확산 위험이 더 큰 위협이라는 겁니다.

Prof. Graham Allison

: The threat of North Korea using its nuclear arsenal to attack South Korea or American troops in South Korea...

“만일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이나 일본을 공격한다면 그건 분명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데 이건 엄청난 위험이다. 스스로 파멸을 자초할 것이 분명한 데도 그런 공격을 감행한다면 북한 정권은 미친 정권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모험을 감수하더라도 영변 식 원자로를 시리아 혹은 비슷한 걸 다른 나라에도 팔겠다고 과시한 나라다.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이지만, 북한은 그런 일을 아무런 탈 없이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로 이 같은 북한의 핵 확산 방지와 핵무기 제거를 목표로 6자회담이 열려왔지만 이 회담은 올해로 2년째 교착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북한이 현재 핵무기 10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한데다 핵실험까지 한 상황이라 비교적 협상의 입지가 강한데다 중국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서길 꺼려한다는 점”을 들어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북한 핵무기 제거라는 6자회담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앨리슨 교수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5개 참가국의 목표가 북한의 핵 무기고를 제거하는 데 있지만, 북한 지도부는 오히려 기존의 핵 무기고를 보유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바로 이런 북한의 태도를 이유로 6자회담의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엘리슨 교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이런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제거라는 미국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Prof. Graham Allison

: I think for a combination of reasons they'll have to continue affirming the proposition that the elimination of nuclear arsenal in North Korea...

“여러 가지 이유 상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 무기고를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임을 앞으로도 재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건 북한이 이미 단행한 핵실험의 충격을 완화하고 일본이나 한국 등 인접국의 핵 야욕을 누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다만 실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좀 더 즉각적인 관심은 북한의 핵 기술이 확산하는 걸 저지하는 데 둬야 한다. 나아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만일 핵 확산을 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룰 것이며, 오사마 빈 라단에게 흘러들어간 핵폭탄의 원료가 북한산으로 판명되더라도 엄청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다.”

앨리슨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이것도 미국의 입장에선 여의치 않다고 말합니다. 과거 중국이 북한에 대해 24시간 연료 공급을 중단해 북한의 핵협상 복귀와 같은 양보를 얻어낸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압력을 너무 가할 경우 북한 정권이 불안해지고 무너질 경우 더 큰 혼란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압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앨리슨 교수의 설명입니다.

Prof. Graham Allison

: I'm fairly pessimistic on that front. I think the Chinese showed themselves to be very short-sighted. They're prepared to talk...

“중국의 협조 문제에 관해선 상당히 비관적이다. 중국 스스로가 대북 문제에 관해 아주 단견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본다. 미국이 목소리를 내면 중국도 따라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지만 외교적 수사뿐이다. 실제로 중국의 행동을 본적이 없다. 협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중국도 자신들이 관심 갖는 부분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중국의 행동이야 말로 가장 수수께끼다. 중국은 북한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중국의 현명한 전략가라면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나설 때 부정적인 영향도 생각해볼 것이다. 즉 한국과 일본의 반응도 우려해야 하고, 이 지역의 핵경쟁의 가능성도 우려해야 한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여러 문제에 신경 쓰느라 북한엔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겠지만, 그러는 동안 북한은 계속 핵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행동은 참으로 실망스럽고도 수수께끼다.”

앨리슨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 확산 문제를 포함한 북한 핵무기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의 혼란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교체 내지는 붕괴를 바라던 전임 부시 행정부 때 특히 우려를 많이 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달리 좀 더 현실적인 외교노선을 북한에 취하고 있는 만큼 양국이 북한 핵문제 해법을 놓고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하버드대 그래이험 앨리슨 교수로부터 북한의 핵 확산 위험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