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①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 캘리포니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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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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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D) 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 교수 - PHOTO courtesy of ucsd.edu (PHOTO courtesy of ucsd.edu)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첫 순서에서는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관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SD) 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해거드 교수는 지난 2008년 마커스 놀란드(Marcus Noland)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과 함께 북한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식량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논문에서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90년대 중반 대기근 이후 여전히 식량난에 처해 있고,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한 대외 무역거래도 핵문제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제재 등으로 한계에 부딪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정권은 장마당과 같은 민간 부문의 성장을 막기 위한 반시장적인 조치를 취해서 경제를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해거드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도 북한 정권이 특히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취한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이 지난 2002년 이후 취한 가장 급진적인 조치로서 경제 개혁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반시장적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Prof. Stephan Haggard: Well, this is a measure which is basically taking the wealth that's beginning to emerge... "이번 조치는 기본적으로 북한 당국이 민간 부문에서 성장하기 시작하고 있는 개인의 부를 빼앗자는 데 있다. 이게 이번 화폐개혁의 진짜 목적이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의 경제 성장에 급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상당한 불확실성을 조성할 것이다."

해거드 교수는 단적인 예로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의 경우 신권에 대한 구권의 교환 한도액을 10만원으로 정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이 있자 50만원까지 올렸지만, 그 이상의 저축은 북한 당국이 강제로 압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화폐개혁의 역풍으로 경제에도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고, 원화로 거래하는 무역상들 사이에서 부패가 퍼질 것으로 해거드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번 화폐개혁으로 그나마 장마당과 같은 사설 시장을 통해 식량과 다른 필수품을 해결해온 일반 북한주민들의 생활도 더욱 궁핍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 정부가 민간 시장을 뿌리 뽑기 위한 아주 중대한 조치이다. 그리고 화폐개혁에 따른 부작용은 정말로 북한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 - 스티븐 해거드<br/>

Prof. Haggard: In the immediate post-harvest period there is food. So, November, December, January, those months are okay... "북한의 식량 상황을 보면 추수가 끝난 직후인 11, 12, 1월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가을 추수 덕에 시장엔 그런대로 곡물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하순부터 시작해 4월, 5월에 접어들면 식량부족 현상이 다시 나타난다. 그런데다 이번 화폐개혁 조치로 시장이 얼어붙게 됐다는 게 문제다. 북한이 국가차원에서 배급하는 식량이 주로 곡물(grains)이다보니 주민들이 다른 농산품이나 식량, 식용유, 석유, 또 계란처럼 단백질원을 구하러 시장에 의존했는데 이런 시장들이 이번 화폐개혁 조치로 붕괴된 상황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북한으로선 그래도 좋은 시절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듭 말하지만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 정부가 민간 시장을 뿌리 뽑기 위한 아주 중대한 조치이다. 그리고 화폐개혁에 따른 부작용은 정말로 북한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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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드 교수는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의 원인을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잘못된 경제 정책에서 찾았습니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처럼 부족한 것은 해외에서 수입해서 충당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Prof. Haggard: They've tried to be self-sufficient. But what they need to do is... "북한은 식량의 자급자족을 추구해왔지만 정작 필요한 일은 수출지향적인 경제 정책을 추구해서 해외에서 충분한 곡물을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과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도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4년 북한 정부의 정책을 보면 북한은 시장을 통제하는 등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북한이 단행한 화폐개혁 조치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극도로 심각한 조치다. 화폐개혁 조치는 오히려 북한의 경제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해거드 교수는 만성적인 식량난에 주민들의 영양부족, 실패한 경제정책과 민간 시장에 대한 단속 등이 “북한 체제의 문제이고, 북한체제가 실패한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정권과 체제에 대한 위협 때문에 경제 개혁을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Prof. Haggard: I just think this is a regime that has become completely out of touch with realities... "북한 정권은 현실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정권이다. 북한 정권은 고도로 독재적이고 중앙집권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권력의 중심이 나타나면 위협감을 느낀다. 북한 정권은 통제 가능한 개혁이 뭔지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개혁에 나서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론 이웃에 남한이란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큰 나라인데다 대만의 위협을 덜 느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방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 북한이 진정 경제 개혁의 길로 나선다면 궁극적으론 ‘왜 두 개의 한국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봉착한다. 왜냐하면 아주 잘 시장경제가 성공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남한이 바로 이웃에 있기 때문이다. 그게 북한 정권에겐 아주 큰 도전이다."

해거드 교수는 특히 북한이 미국과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하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북미관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공약을 실천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는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이 핵보유를 통해 정권의 강건함을 보여주고자 하지만, 오히려 그건 정권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번영을 좀먹는 것이라고 해거드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어 한때 북한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장거래에 나서고 장사를 하고 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등 일종의 시장경제로 나갔지만 북한 정부는 시장을 추구하는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북한 정부는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반개혁 조치를 취했고, 최근의 화폐개혁 조치가 바로 그런 반개혁 조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경제 개혁을 정권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 개혁의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결국 북한의 대안은 ‘김정일 정권의 퇴장’이라고 해거드 교수는 지적합니다.

Prof. Haggard: This regime seems incapable of changing. The question is how bad it will get before it forces policy changes or bring changes to the fore... "현 북한 정권은 도저히 변화가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나빠질대로 나빠져서 하는 수 없이 정책을 바꿀 수 있겠느냐 하는 건데 개인적으로 볼 때 김정일이 퇴장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든다. 그가 물러나거나 사망하기 전에는 북한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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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거드 교수는 미국 학계에서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제를 단순히 정치적인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요인이 어떤 식으로 정치에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하는 정치경제 분야의 권위자로 꼽힙니다. 해거드 교수는 개인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북한의 기근 때문이었다면서, 특히 수백만 주민이 아사해도 꿈적도 않는 북한 정권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 기근 문제를 연구하면서 북한이 처한 경제적 변수들에 주목해 이런 대목이 북한의 정치상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대외경제 관계> <북한의 기근> 등 굵직굵직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끈 바 있으며, 현재 샌디에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UCSD)의 한국학을 이끌고 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첫 순서에서는 캘리포니아 대학 스티븐 해거드 교수로부터 북한의 경제난 원인과 대책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