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Detroit Mercy) 대학의 한국계 미국인 김석희(Suk H. Kim) 교수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국제경제학자인 김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인기가 있는 국제경제 교과서인 <국제기업재무(Global Corporate Finance)>를 비롯해 여러 권의 국제금융에 관한 저서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해 2주 예정으로 국제경제에 관한 강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북한 당국이 막판에 입국 비자를 내주지 않아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2006년 신설된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 부설 북한학연구소(INKS)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기관에서 발행하는 의 편집인을 맡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기로에 선 북한(North Korea at a Crossroads)>를 펴낸 데 이어 2007년엔 <핵국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Economic Sanctions against a Nuclear North Korea)>란 저서를 펴내는 등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저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김석희 교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앞날이 참으로 암울하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선례가 없는 사회주의, 중앙계획 경제를 북한 정권이 고수하다보니 오늘날과 같은 비극을 자초했다는 겁니다.
김석희 교수
: 북한 경제 문제는 간단하다. 이 세상에서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독재 경제를 해서 성공한 나라가 없다. 모든 중앙정부 중심의 경제체제가 실패한 원인, 사회경제주의 체제 때문이다. 1990년 공산세계가 몰락한 이후 북한에선 식량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품의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너무 증대해 자본주의 요소를 허용하거나 눈감아주고 있다. 사회경제체제는 실패한 제도이기 때문에 빨리 와해될수록 북한 경제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김정일이가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와해는 북한체제의 와해와 직결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주의 경체제체를 와해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자국의 경제상황에 관한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내역을 알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경제에 관한 미국 중앙정보국의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말 기준으로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4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주민의 국내총생산은 2009년말 기준으로 1천9백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에 반해 남한은 세계 12위의 경제 강국으로 2009년말 기준으로 1조 3천640억 달러에 1인당 국내총생산액도 약 2만 8천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시장주의를 채택한 자본주의 남한은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난 경제 대국인 셈입니다.
김석희 교수는 북한이 2002년부터 부분적이나마 경제개혁을 시도했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일관성 없고, 개혁자체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론 개혁이 북한 체제의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중단한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김 교수는 북한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식량난의 원인을 북한 지도부의 실정에서 찾았습니다.
김석희 교수
: 북한은 식량난 해결을 위해 북한은 지금까지 의존해왔다. 첫째는 부분적인 경제개혁, 둘째 대외원조, 셋째 무기 수출 및 위조지폐 등의 불법수단, 그리고 핵협상의 대가로 받은 경제협조 등이다. 그러나 이 네 가지 방법은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북한이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경제개방을 베트남이 중국처럼 하면 된다고 본다.
사실 김석희 교수가 지적한 이 같은 해법은 이미 2005년 9월 북한이 나머지 6자회담 5개국과 합의해 발표한 공동성명에 잘 나와 있습니다. 당시 공동성명의 골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은 미국과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와 경제협력을 지원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에 상응한 정치, 경제적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게 공동성명 합의문이고, 북한도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김석휘 교수는 북한과 미국 간에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우선은 체제안전 문제부터 챙기려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합니다.
김석희 교수
: 북한 지도자들이 바보가 아니다. 경제개혁을 해야만 북한 경제가 좋아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안보 고민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에 경제가 부진상태가 있다. 자신이 없다. 북한이 체제보장에 자신이 없는 이유가 월남과 중국과 비교해볼 때 두 나라는 통일된 국가이지만 북한은 분단된 국가이다. 월남이나 중국은 체제보장에 있어 전혀 염려가 없지만 북한은 체제보장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경제개혁도 안되고 대외관계도 가능하면 차단하려 한다. 남한에 흡수되는 것 뿐 아닌가. 예를 들어 장마당이니 자본요소가 계속 들어가면 북한 경제는 남한에 흡수되고 폭동이나 반란이 안 일어난다고 누가 보장하는가?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유엔의 경제제재는 물론 미국으로부터도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이런 제재는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체제안전에 더 매달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석희 교수
: 요즘 북한논문을 보면 그걸 지지하는 논문들이 많다. 지금 북한에 대해 미국이 제제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6.25 사변이 일어난 지 3일 뒤부터 시작돼 법으로 통과한 것이 10개 넘고, 대통령령이다 유엔이다 해서 할 경우 수백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김정일 정권이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대량살상무기 수출이 중지되는 것도 아니다.
김 교수는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로 자처하지만 적어도 북한을 제재하는 문제에 관한 한 생각이 다릅니다. 김 교수는 과거 남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실시한 ‘햇볕정책’이 문제가 있긴 해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수정된 형태의 햇볕정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석희 교수
: 물론 햇볕정책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 북한에 여러 가지로 지원을 해줬다. 지원해준 상당한 부분이 군비확장으로 전용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햇볕정책을 하되 그것이 군비확장으로 전용될 수 없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제 압박은 소용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들여다봤는데 경제제재는 미국이나 유엔이 수십국가, 이를테면 이란, 이라크, 시리아, 북한 등에 대해 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고, 오히려 반발심이나 독재자는 외부의 경제 제재를 자기의 정권수단의 도구로 사용하고 데 사용했다.
김 교수는 대북 경제제재가 전혀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 한 가지 방안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가 제안하는 방안은 이렇습니다.
김석희 교수
: 제일 좋은 방법은 서로 상호간에 신뢰를 높여야 하는데 신뢰를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외교관계를 맺되 조건부로 3, 4년 맺고, 경제원조도 군비확장으로 전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면 될 것 같은데, 사실 해결 방법은 다 알고 있는데 문제는 양쪽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김석희 교수는 최근 북한에서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의 3남 정은이 사실상 공식 후계자로 지정됐지만 그가 단독으로 혹은 섭정체제를 통해 차기 북한의 지도자로 나서더라도 경제 개혁에 대한 전망을 낮게 봅니다. 그렇지만 체제가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개방,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김석희 교수
: 김정은은 나이도 어리고 지지기반도 약하기 때문에 섭정체제 하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 본다. 물론 북한 군부는 경제개혁을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섭정체제 하에서 내부적으로 경제개혁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섭정체제 하에서 미국이나 우방국이 체제를 보장해주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미국도 대가없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안 해줄 것이다. 따라서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핵 협상하는 몇 년 동안 조건부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외교관계를 맺는다면 획기적인 경제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석희 교수는 이어 자신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고문이라면 “북한이 외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을 염려는 없는 만큼 체제보장에 대해 너무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기존의 군사비와 군대를 대폭 줄이고 핵무기도 포기하고 과감한 경제개방과 개혁에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의 김석희 교수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