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학교에서 재직 중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교수가 진단하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란코프 교수는 레닌그라드대학에서 한국 문제로 박사학위를 한 뒤 한때 북한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했고, 남한에 정착해 북한 문제에 관해 다양한 글을 발표해왔습니다. 한국어가 유창한 란코프 교수는 20여년에 가까운 연구 생활을 하면서 북한 문제점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한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특히 미국 관리들도 종종 북한에 관한 그의 견해를 귀담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의 핵과 개혁, 개방문제, 후계체제 문제 등에 관해 세 차례에 걸쳐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소개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개혁, 개방 문제에 관해 란코프 교수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체제에 대한 위협 때문에 한사코 개혁, 개방을 거부해왔고, 급기야 장마당과 같은 사경제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화폐개혁이 단행된 지 두 달째 접어든 현재 북한에는 물가와 환율이 치솟아 주민들의 생활이 말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 란코프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 경제는 이미 장마당이 50%를 대체했을 만큼 ‘장마당 경제’라고 볼 수 있다며 장마당과 같은 사경제를 막기 위한 화폐개혁은 혼란과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적어도 50%가 장마당 경제다. 북한 정부는 장마당을 대체할 능력도, 가로막을 대책도 없어 보인다. <br/>- 안드레이 란코프<br/>
Prof. Lankov: 북한에서 장마당은 바로 북한 경제는 장마당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몇%는 김정일도 잘 모른다. 믿을 만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50%가 장마당 경제다. 임시적으로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별 변화가 없다. 북한 정부는 장마당을 대체할 능력도, 가로막을 대책도 없어 보인다.
란코프 교수는 이어 정상적인 국가의 경우 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주로 화폐개혁을 단행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이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화폐개혁은 장마당을 위축시켜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게 란코프 교수의 지적입니다.
Prof. Lankov: 북한 정권은 일반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신권으로 그대로 줄 것이라고 했다. 바꿔 말해 화폐개혁 이전 3천원 받은 사람은 후에도 3천원 받는다. 그렇다면 살인적인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들은 기쁘지만 한 두 달 뒤 물가 상승이 너무 심할 것 같다. 결국 지금 임금은 하루아침에 100배 증가했지만, 하지만 김정일은 경제법칙을 위반할 수 없다. 몇 개월 뒤 물가는 100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높은 물가는 북한 경제를 좀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입장에서 화폐개혁은 국가의 기반, 정확히 북한 간부계층, 통치배들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보다 약화할 수 있다. 지금은 얼마정도 기반이 많지만 몇 개월 뒤 물가상승 때문에 그들이 살아온 임금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 것이다.
실제로 남한의 비정부 기구인 ‘좋은벗들’이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청진과 함경북도의 쌀값을 조사한 결과 쌀값은 지난해 11월 28일 킬로그램 당 구권으로 2천원이었지만 12월 10일 신권으로 50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순 쌀값은 킬로그램당 신권으로 240원에 달해 불과 한 달 사이에 5배 가량 올랐습니다. 또한 달러 환율도 지난해 12월 미화 100달러당 3천8백원이었지만 지난달 중순엔 3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또 화폐개혁 조치로 장마당의 물건 공급원인 개인 무역업자들이 타격을 입었겠지만 결과는 실패한 것 같다는 게 란코프 교수의 진단입니다.
Prof. Lankov: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북한에서 장사하는 사람 대부분은 북한 돈이 아니라 중국 돈, 일본 돈, 미국 돈, 주로 중국 돈이다. 특히 비싼 물건을 사다 파는 사람들은 별로 손실을 입지 않았다고 본다. 그들은 조선 돈을 전혀 쓰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돈을 많이 버린 사람들은 지금 물론 타격을 받고 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들은 경험도 있고 관계도 있는데 몇 개월 이후 옛날처럼 장사를 계속 할 것 같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정부는 체제에 대한 위협감 때문에 개혁, 개방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 때문에 북한이 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정권지지 계층이 버티고 있는 한 인민들의 삶이 궁핍해도 견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Prof. Lankov: 북한은 어느 정도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그래서 지금도 어려운 북한은 앞으로 더 어렵게 살 것 같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 정부는 외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얻고 이 지원으로 평양시민을 비롯한 간부들을 비롯한 정부 기반으로 볼 수 있는 사회계층을 지지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는 아무 개혁을 안 해도 앞으로 10-20년 동안 그대로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은 그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북한과 이웃나라 간에 경제적 격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방, 개혁으로 나갈 수 없는 까닭도 그럴 경우 북한 주민들의 삶은 나아질지 몰라도 체제가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란코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Prof. Lankov: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다. 김정일 살아있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김 입장에서 보면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하면 인민들이 잘 살더라도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김정일과 측근 입장에서 보면 인민이 중요한게 아니라 체제 유지다. 김정일을 비롯한 고급간부들은 바보들이 아니다.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개혁, 개방을 외면한 김정일 체제 아래에서 주민들의 삶이 갈수록 궁핍해져도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저항세력이 북한에 없다는 점이라고 란코프 교수는 지적합니다.
Prof. Lankov: 제가 보기에 10-20년 그대로 지속할 수 있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저항이 불가능하다. 인민들은 독재정권을 대립할 수 있는 몇 개 조건이 있는데, 첫째 너무 어려워도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독립군은 몇 개나마 지하조직이 있었다. 북한에는 지하조직이 없다. 둘째로 인민은 대안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북한 사람 대부분은 외국서 잘 산다는 걸 배우고 있는데 그렇지만 그들이 사는 생활밖에 모른다. 대안을 모른다. 리더가 집단 리더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 너무 혹독한 탄압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북한에서 민주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적으론 이런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건 오판일지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북한에서 김정일 독재, 1인 독재를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 주민들이 김정일 체제에 반발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게 란코프 교수의 단언입니다. 또 이런 저항세력을 키워주기 위해 외부 세계가 도와줘야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이웃나라들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보다는 자기 나라의 국익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 내 저항세력을 도와줄 형편도 못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개혁, 개방 가능성에 관한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