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81] 마이클 마자르 미국 해군대학(U.S. Naval War College) 교수 “장마당은 북한 사회변화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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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마자르 교수 (사진-KEI 홈페이지)

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해군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이클 마자르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마자르 교수는 해군대학에 몸담기 전에 저명한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스팀슨 센터(Henry L. Stimson Center)에서 다년간 근무했고, 지난 1995년에는 <북한과 폭탄(North Korea and the Bomb)>란 저서를 통해 북한 핵 개발과 핵 확산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현재 조지타운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 교수직도 맡고 있는 마자르 교수는 북한에서 일고 있는 사회, 경제적 변화와 향후 대처방안에 관한 신선한 논문을 최근 발표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마자르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북한은 사회적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이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지만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소식은 계속 북한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는 겁니다. 또 장마당이 일상화되면서 대다수의 주민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돈벌이에 재미를 느끼면서 점차 의식도 시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마자르 교수는 북한이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를 경제에서 찾습니다.

Prof. Michael Mazarr: I think the economy is the essential problem that defines ... “북한에선 경제가 모든 걸 좌우할 정도로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이양에 따른 우려도 있겠지만 이건 충분히 통제할 수 있고, 실제로도 북한은 권력이양 준비를 잘 진행해오고 있다. 북한은 북한의 정치적인 불안정을 우려하는 주변국들과도 관계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핵심은 북한 경제인데, 현재 북한은 경제 성장과 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의 성격을 변화하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이 핵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거부하는 바람에 유엔의 제재가 늘어났고,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적대적인 남한 정부의 정책에 직면해 있다. 나아가 중국도 북한의 행동에 점점 실망해 북한이 붕괴하지 않을 정도만 도와주려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은 경제를 성장시킬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데 바로 이게 문제다.”

북한의 경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마자르 교수는 그 요인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그 중 한 가지 요인은 경제개혁과 개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북한 정권과 북한 체제의 성격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경제난을 가중시킨 핵 개발이 또다른 요인이란 겁니다.

Prof. Mazarr: I think it's a combination of primarily two things. One is the nature of ... “주로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해 빚어졌다고 본다. 하나는 북한 체제의 성격이다. 김정일이 처음 중국을 방문한 이후 중국은 거듭 북한에 경제 개혁을 권유했다. 또 북한이 그런 길로 나갔더라면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에 따른 엄청난 파급 효과를 두려워했다. 북한 정권은 좀 더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취하면 이를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간주한다. 북한 정권의 성격상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다. 북한은 처음엔 안보 혹은 협상용으로 핵 개발을 추진하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료적인 이유 아니면 내부적인 정치적 이유로 핵개발을 진행돼오다 지금은 리비아와 이라크 사태를 겪은 뒤 북한은 지금은 안보를 위해서라도 핵무기를 억제력으로 가지는 게 절대로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북한의 핵정책은 경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외부 세계의 협조를 끌어내거나 대북경제제재를 제거하는 데 거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의 성격과 핵문제, 이 두 가지 요인이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요인이다.”

북한은 2005년 10월 처음으로 핵 실험을 단행한 뒤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제를 받았고, 2009년 4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고, 5월엔 2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추가 제재에 놓여 국제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상태입니다. 제재를 받게 되면 수출입에 지장을 받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도 일절 기대할 수 없습니다. 통상 경제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 정권이 바뀌거나 민심이 악화돼 반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보안기관의 철저한 탄압과 감시 때문에 주민의 조직적인 저항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급기야 국가의 식량배급마저 중단되면서 절대 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자구책으로 장마당과 같은 비공식 경제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한 경제의 실상을 살펴보면 전체 2천4백만 주민 가운데 약 2천만 명이 중앙정부의 배급이 아닌 장마당과 같은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도 중앙정부의 배급에 의존하는 층은 평양 시민 260만 명과 북한군인 14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평양의 특혜층과 군인을 제외한 나머지 절대 다수는 중앙정부의 배급에 더는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과 같은 비공식 시장에 의존하면서 북한 사회의 변화도 촉진시키고 있다는 게 마자르 교수의 설명입니다. 마자르 교수는 북한에선 장마당과 같은 시장화 과정이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사회 밑바닥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됐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장화가 가속화되자 당국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점은 북한 당국도 이런 시장화를 전면 취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고, 아직도 북한 주민 대다수는 자기들이 필요한 것을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아닌 다른 통로로 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북한 정부가 장마당이란 ‘사회적 힘’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자르 교수는 이어 근래 장마당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돈을 버는 사람도 나타나고, 또 이런 자본주의적 경제 행태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장마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물품을 구하고 팔 수 있는 시장 기능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인식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게 마자르 교수의 진단입니다.

Prof. Mazarr: There is a sense that the government doesn't work, It isn't efficient... “하나 분명한 것은 북한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효율성도 떨어지며 필요한 재화와 상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점점 부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주민들도 필요한 물품을 국가가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경로로 구입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주민들 사이에 이미 새로운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정부가 공인한 이외의 분야에서 경제 활동을 하려는 개별 사람들의 인식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현재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식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는 아는 사람에게서 생선을 구하다 시장에서 팔아 이윤을 남기는 주부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시장에서 거간 노릇을 하는 중개자일 것이다. 이들은 서구식 ‘자본주의자’로 불러도 될 만한 그런 사람들이다.”

마자르 교수는 이어 아직 북한에는 서구식 개념의 ‘중산층’은 없지만 근래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참여 인구가 늘어나면서 앞서 언급한 중간상과 같은 나름의 ‘중산층’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Prof. Mazarr: By 'middle class', basically, we're referring to the people participating... “제가 말하는 북한의 중산층이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시장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고등교육을 받고 주체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생각이 있으며 이걸 통해 자신은 물론 가족의 복리향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또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서 소비재품을 구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속한다. 물론 북한식 ‘중산층’은 서구에서 적용하는 중산층과는 분명 정의가 다르다. 즉 북한에 서구식 중산층 개념을 적용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건 북한의 경제활동에서 현재 등장하고 있는 층을 가리키는 것이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분명 그런 층은 나올 것이다.”

마자르 교수는 이어 북한 정권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중국처럼 개혁, 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상실할 것을 우려해 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마자르 교수는 이어 “북한이 적극 개혁할 의사만 있다면 중국은 자체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아마도 북한이 진정한 개혁을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 다만 김정일이 퇴장한 뒤 후계자인 김정은이 개혁에 나설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 그건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도 부친처럼 진정한 개혁, 개방이 정권에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북한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고 지적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미 해군대학 마이클 마자르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