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40] 니콜러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북한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평화적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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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콜러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 선임연구원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선 북한 문제에 관해 누구보다 깊숙이, 그리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로 꼽힙니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구 학자로도 이름이 높은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1992년 북한에 관한 첫 저서로 <북한의 인구(The Population of North Korea)>를 시작으로 1995년엔 남북한의 통일을 전망한 <통일로 가는 한국(Korea Approaches Unification)>, 그리고 1999년엔 <북한의 종말(The End of North Korea)>이란 책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2년엔 국제사회 속에서 통일한국의 정치적 위상을 다룬 <한국의 미래와 열강(Korea's Future and the Great Powers)>, 2006년에는 북한경제를 본격적으로 해부한 <북한의 경제(North Korean Economy)>, 올해 2월엔 <냉전기 분단 한국의 정책과 경제실적(Policy and Economic Performance in Divided Korea During the Cold War: 1945-1991)>을 잇따라 펴냈습니다. 그는 또 이처럼 북한 전문 서적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유수한 언론기관과 권위 있는 학술지에도 북한 문제에 관해 폭넓은 기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북한과 북한 체제 전반을 연구해온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이란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에서 한참 이탈한 '수정주의'(revisionist) 국가로 규정합니다. 또 북한이 이런 수정주의 국가로 남아있는 한 북한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들도 풀릴 가망성이 없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Dr. Nocholas Eberstadt

: (North Korea is fundamentally a revisionist state in the modern world system. It has fundamental problems with workings of international economy...)

“북한은 근본적으로 현대 세계체제 속에서 수정주의 국가다. 북한은 국제경제의 작동 원리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데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경제와의 통합이 북한 정부와 정통성을 해친다고 파악한다. 북한은 또 남한이란 나라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김일성가가 세운 독자적인 사회주의 정부아래 한반도 전체 인민이 자국민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 한미동맹 뿐 아니라 미일동맹 등 미국이 아시아에 구축해놓은 안보 체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본다. 미국이 이런 안보 체제를 통해 아시아에 민주화와 풍요로운 경제 성장을 가져왔는데도 말이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처럼 정상정인 국가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나라다보니 북한을 상대로 문제를 풀어가기도 그만큼 쉽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북한 지도부는 상대 나라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윈-윈(win-win) 방식’이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윈-루스(win-lose)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 지도부는 이런 ‘윈-루스 방식’을 취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최근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을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했는데 과연 새 지도부가 이런 수정주의적 행태에서 탈피해 새로운 노선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할 때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무엇보다 북한이 처한 ‘항구적인 위기 상황’을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Dr. Eberstadt

: (You could say North Korea was always at a crossroads because North Korea is in a permanent situation of crisis...)

“북한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건 북한이 항구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권과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위기 선상에서 작동하는 체제다. 즉 위기가 좀 작다 싶으면 그런대로 북한이란 체제가 굴러가지만 위기가 커지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이럴 때 외부 관찰자들이 지켜볼 문제는 김정일의 후계자 지정이나 발표가 과연 북한 체제가 내포한 이런 위기를 줄여줄지 아니면 오히려 더 확대할지 여부다. 후계자 지정은 이런 위기를 줄이기 위한 의도가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추구할 의사 결정과정과 지도부의 성격, 또 그가 추구할 노선을 잘 관찰해야 한다. 가족과 국가, 그리고 양쪽의 정통성이 한데 혼합돼 있는 북한과 같은 나라에선 김정은이 장차 제대로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북한 체제가 앞으로 제대로 굴러갈 것이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아주 중요한 직책을 부여받아 그가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며 새 지도부의 핵심 주역으로 나서는 ‘섭정체제’가 들어설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에버스타트 선임 연구원은 신중합니다. 한국 역사에 ‘섭정체제’가 내포한 부정적 의미를 감안할 때 과연 이런 체제가 현실화될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만일 북한에 ‘김정은-장성택’이 이끄는 섭정체제가 들어설 경우 과연 현재의 김정일 정권 노선과는 다른 노선을 취할 수 있을까요?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질문에 다소 신중하면서도 과거 구소련의 예를 들어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봅니다.


Dr. Eberstadt

: (New course or fundamentally new course, that's for Western diplomay to test. Now is the time for the United States, ROK, Japan and other allied...)

“북한의 새 지도부가 과연 새 노선을 취할지 또는 완전히 새로운 노선을 취할지는 서방 외교관들이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미국과 남한, 일본 등이 현재 부각 중인 새 지도부의 중대 발표로 인해 혹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지 탐색해볼 때이다. 과거 구소련식의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에선 지도부가 바뀌거나 전환 중에 있을 때 종종 정책 노선이나 방향, 태도에서 상당한 변화가 뒤따르는 걸 목도한 적이 있다. 과연 북한의 새 지도부가 남들이 알아줄 정도의 국내외적 변화가 필요하며, 또 그런 변화를 꾀해도 좋다고 느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도 탐색해봐야 한다. 비단 외교적 대화뿐 아니라 경제정책이나 압력, 혹은 방어적 안보 조치 등을 통해서도 그런 변화 기류를 탐색해봐야 한다.”

북한에 새 지도부가 설령 들어선다 해도 일반 북한 주민의 입장에선 지금보다 생활이 더 향상되고 부유해지는 게 주된 관심사이지만, 에버스타트 선임 연구원은 과연 북한의 새 지도부가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해 주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Dr. Eberstadt

: (North Korean economy is still caught in a trap. It's still desperately dependent upon transfers of resources from abroad...)

“북한 경제는 지금도 덫에 걸려 있다. 북한은 여전히 외부세계의 자원에 절실히 의존해 있는데 심지어 자국의 기근과 재앙적인 식량난의 재발을 막는데도 이런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린 북한 지도부가 지금처럼 식량기근이나 막는 데 급급한 무인도 같은 경제상황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경제 성장률을 이룩하겠다는 어떤 암시나 경제 전략을 보지 못했다. 북한의 공식 매체는 물론이고 정부 발표 어디에도 말이다. 그래서 혹시 ‘개혁’이란 단어 자체가 지금의 혹은 향후 핵심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금기어’가 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에버스타트 선임 연구원은 북한 지도부는 국제무역이나 북한 내부의 생산성 혹은 생활 수준의 향상에 필요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이나 개혁을 추진할 경우 정권의 안위에 위험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에버스타트 박사는 외부세계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답은 없으며, 따라서 외부세계는 북한의 전략 목표에 순응하던가 아니면 저항해 ‘다른 형태의 북한’을 도모하든가 하는 양자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책으로 남북통일을 꼽습니다.

Dr. Eberstadt

: (In the final analysis, despite North Korea's problematic economic performance, we can argue that DPRK's menace to Northeast Asia...)

“최종 분석을 해보면 북한의 결정권자들이 문제가 있는 경제 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목표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 한 동북아시아와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의 위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과의 동맹 관계 속에서 시장주의 원칙과 개방적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평화적인 남북통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제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강력한 한미 안보동맹 속에 남북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것이 북한에 대한 그 어떤 대안도 제공해줄 수 없는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에버스타트 선임 연구원의 진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