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49] 서대숙(Dae-Sook Suh) 전 하와이대(Hawaii Univ.) 교수①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북한 퇴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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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학자인 서대숙 전 하와이(Hawaii)대 명예교수가 진단하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서대숙 전 교수는 1972년 하와이 대학에 처음으로 한국학 연구소를 설립한 뒤 1995년까지 초대 소장을 지냈습니다. 서대숙 박사는 미국에선 한국 공산주의 문제와 김일성 연구에 관한 권위자로 통하며, 특히 콜럼비아 대학 출판부가 펴낸 그의 '김일성 평전'(Kim Il Sung:The North Korean Leader)은 이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서 교수는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The Korean Communist Movement)>를 비롯해 <한국 공산주의 문헌집(Documents of Korean Communism)> <김일성 이후 북한(North Korea after Kim Il Sung)> 등 여러 권의 영문 서적과 한국어로 <현대 북한의 지도자>를 펴내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대숙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북한에 군인들이 판을 치는 선군 정치의 시대가 열리면서 북한이 더욱 피폐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1994년 부친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정권을 유지하는 데 최우선 역점을 두었고, 그걸 위해 군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선군정치가 도입된 뒤 최근까지 북한은 내부적으론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이 지속되고 대외적으론 핵 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와 첨예한 갈등관계를 빚는 등 오히려 북한을 퇴보시켰다는 게 서대숙 박사의 지적입니다.

서대숙 박사: 김정일이가 하도 군인들에게 매달려서 자기를 망하지 못하게 지켜달라고 해서 군인들이 지켜줬다. 군인들이 그것 밖에 못한다. 그건 성공적으로 했다. 김일성이 처음 했을 때는 당우위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러니까 노동당을 만들어 노동당이 정책을 세우면 정부가 일을 해나갔다. 노동당이 제일 중요했다. 구조적으로 그랬다. 그러다 김정일 세대로 넘어갈 때 김정일이 당을 아버지에게 이어받고 아버지는 정부로 전권을 이양해 정부가 좀 더 강해진다. 그래서 당에서 김정일보고 훈련을 해서 올라오라고 김정일이가 했는데 1980년대부터 1991년쯤까지 자기가 당을 계속하다가 김정일은 어떤 생각을 했느냐면, "당을 가지곤 안 되겠다, 군으로 고쳐야겠다"라면서 소위 선군정치를 해야겠다고 해서 1990년 초에 벌써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이 되 헌법을 고쳐 이북의 구조가 바뀌어 진다. 국방위원회가 가장 강하게 되고 당이 뒤로 가는 '선군후당'이 된다.

이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구한 선군정치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 총생산은 2008년 기준으로 262억 달러로 추산되고, 개인당 국내 총생산은 2009년 기준으로 천9백 달러에 불과합니다. 북한은 선군정치가 본격화되던 90년대 후반 식량난이 급격히 악화돼 더 이상 국가에서 식량을 배급할 수 없게 되자 소위 장마당을 허용하기 시작했는데,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올해도 북한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식량이 없어 굶주릴 전망입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최고 직책인 국가 주석직을 없앴습니다. 대신 북한은 1998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기존의 헌법을 새로 고쳐서 주석 대신 국방위원장 직을 신설했습니다. 즉 북한 정부를 대표하는 최고 권력자는 과거처럼 국가 주석이 아니라 국방위원장이라는 점을 명기하고, 이 자리를 김정일이 차지했습니다. 서대숙 박사는 그런 점에서 김정일이 지배하는 정치체제는 군인들이 판을 치는 군인지상 체제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이런 군인지상 체제가 북한의 퇴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지적합니다.

서대숙 박사: 당이 나라를 다스리면 어느 정도 당은 대표로 하니까 하급 단체에서 상급 단체에 민주적으로 정책을 상정해 실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산국의 하는 일이다. 지금은 군인이 맘대로 한다. 군인 만능시대다. 지금 이북은 직업 군인이 퇴역안하고 정치한다. 조명록은 죽었지만 김영춘, 리영호가 군복을 입고 견장을 달고 정치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군사정치, 군사독재는 공산주의보다 더 나쁘다.

이처럼 선군정치의 폐해가 크다보니 앞으로 김정은이 정권을 넘겨받으면 부친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탈피할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입니다. 서대숙 교수는 북한의 권력이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3남인 김정은에게 정식으로 넘어가면 북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부친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한 뒤 권력을 장악한 후 당 우위의 선당정치에서 군 중심의 선군 정책으로 전환한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김정은 시대가 열리면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서대숙 박사: 나는 앞으로 많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독재국가에서 한 사람이 나왔을 때 자기의 색깔을 많이 넣으려고 굉장히 애를 쓴다. 이번에 김정은이가 하는 걸 보면 자기는 당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자기를 소개하는 회가 당대표자회를 했다. 이게 군인들이 모여서 김정일을 지지한 게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혹시 김정은은 선당후군을 하지 않겠나, 또 그렇지 않으면 당이나 군, 당 균등제도를 하지 않나 하는 구조로 북한의 구조가 변할 것 같다.

서대숙 교수는 특히 북한이 1980년 이후 아무 것도 안 하던 노동당을 소집해서 후계자를 지명했다는 점은 앞으로 당의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선군정치의 폐해 때문이라도 서대숙 교수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식으로 넘겨받으면 당을 앞세워 나라를 정상적인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서대숙 박사: 김정은이 정신이 제대로 박혔다면 선당후군을 해야. 군대라는 것은 소비자다. 국고의 소비자다. 나라의 돈과 곡식을 먹고 아무 것도 안 한다. 전쟁을 안 하니까. 그러지 말고 국방비를 깍아 산업으로 옮겨 쌀을 더 사들인다든가 농경지를 개간한다든가 등 경제발전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맨 날 탱크만 만들어 연습만하다 뭐하겠는가.

서대숙 박사는 이어 북한에 '선당후군' 정책이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과거 김정일이 새 헌법을 통해 주석직을 없애고 국방위원장을 신설했듯이 북한의 권력 구조에도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대숙: 뭔가는 변경해야 한다. 김정일이 죽으면 김일성이 죽었을 때처럼 2-3년 걸릴 것이다. 김일성도 94년에 죽어 96년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린다. 이번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서 2-3년 걸려서 새로운 권력구조를 본보이게 할 것이다. 그때 보면 제가 지금 예상하긴 당을 다시 재활시킨다로 보고 군대를 멸시하지는 않지만, 군대를 조금 조정하고 당으로 나라를 다스려보겠다는 하는 것이 김정은 시대의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이 선군정치로 인해 뒤틀리고 왜곡된 상황에서 당이 중심이 돼 나라를 이끌어가는 구조로 바뀌어야 김정은도 희망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작업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동당 규약을 고쳐 김정은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군사위원회가 '모든 군사사업을 조직, 지도'하도록 했고, 인민군에 대해서도 '모든 정치활동을 당의 영도 밑에 진행한다'로 명문화해 군보다 당을 중시해 김정은 시대의 변화를 예고한 점이 주목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서대숙 전 하와이대학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