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입니다. 란코프 박사는 1980년대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1985년 북한의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수학한 적도 있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북한 문제를 정치, 외교적 현안 등을 통해 들여다보는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과 달리 해방 이후 북한이란 나라와 사회의 태동과 형성이라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비교적 깊이 있게 분석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중진 학자입니다. 란코프 박사는 <스탈린에서 김일성까지: 1945~1960년 북한의 형성>이란 역저를 비롯해 지금까지 여러 권의 북한 관련 저서를 냈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매체에 인용돼왔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신봉건주의 국가’라고 규정하고,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독재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란코프 박사는 새해 벽두부터 남한에서 화두로 등장한 북한의 변화 문제에 관해 다소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과거 김일성 시대에 비할 때 현재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면서 한 예로 북한 주민들이 말로만 사회주의 경제에 살고 있을 뿐이지 자본주의적 삶이 주민들 사이에 많이 침투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사회가 변해도 북한을 다스리는 최고 권력층이 별로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란코프 박사는 지적합니다.
Andrei Lankov: 북한은 변화고 있지만 이건 자발적인, 자생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그들의 목적은 북한 사회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북 사회를 냉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체제유지이기 때문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 뿐 아니라 측근, 많게는 수만 명의 간부들도 똑같은 문제다. 그래서 그들은 자생적인 변화를 가로막으려 노력하고, 가능하면 아무런 체제가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려 최대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북한은 신봉건주의국가라고 말 할 수 있는데, 왕국인데 이런 세습독재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북한에 변화를 촉발시킨 원인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박사는 그 원인을 기본적으로 북한의 실패한 경제난에서 찾았습니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대기근 이후 국가식량배급체제가 무너지면서 주민들에게 식량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되자 준시장 형태의 장마당을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상국가라면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충당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해외에서 수입할 만한 재원, 다시 말해 외화도 없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북한 경제는 낮은 생산성 때문에 이미 김일성 시대부터 서서히 붕괴하고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Andrei Lankvov: 기본적인 원인을 보면 북한 경제체제, 김일성 시대의 경제체제의 잘 못 때문에 생겼다. 왜냐하면 북한 식 국가사회주의는 원래 소련과 중국의 지원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아주 낮은 경제 제도였다. 쉽게 말해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경제가 보이지 않게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70년대부터 말이다. 문제는 당시의 소련과 중국의 경제지원 덕분에 북한 사람들은 간부들조차 이런 사실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소련도 중국도 옛날처럼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하지 않게 되자 경제가 무너졌다. 원래 시대착오적인 생산성이 너무 낮은 경제체제가 무너지고, 결국 장마당이 생겨난 것이다. 장마당은 많이 생겨났고, 북한 주민들도 중국을 비롯한 이웃나라로 가 비공식 무역, 밀무역을 많이 하고, 특히 중국에서 일자를 잡고 돈을 벌기위해 중국으로 탈북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이유는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에 있었던 경제제도가 너무 시대착오적인 제도다. 이 같은 국가사회주의는 세계어디에나 무너졌다. 무너진 이유는 효율성, 효과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서 유독 경제난 극복을 강조한 것도 북한이 당면한 최대의 문제가 경제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경제 발전을 강조한 신년 사설의 기조에 따라 내각의 결정을 통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이런 거창한 경제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계획을 입안하고 실천할 책임이 있는 지도층의 변화라고 설명합니다. 북한 지도층이 피상적인 변화가 아닌 진정한 변화를 주도하고 추진할 만한 의지가 없는 한 변화는 말 뿐이라는 겁니다.
Andrei Lankov: 그들도 잘 아는 것은 아래서의 자발적인 변화를 그들의 권력에 위협하는 것으로 본다. 지금 사실상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사실상 국가 감시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 김일성 시대보다 아주 자유롭게 산다. 예를 들면 다 녹화기가 있고, 외국영화를 많이 보고, 외국에서 나온 소문을 듣고 마음만 먹고 돈이 있으면 다른 지방으로 아무 때나 갈 수 있다. 중국 국경도 넘어가기도 힘들지만 이것도 가능하다. 원래 김일성 시대 할 수 없었던 것도 지금 비교적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다. 독재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아직 먼 길이다.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과연 언제까지 변화의 바람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란코프 박사는 현 북한 정권은 종전처럼 대외적으론 협박과 도발 외교를 펼치면서 국내적으론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강화해나가면 앞으로도 그대로 권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이 지금과 같은 상태론 영원히 통치할 수 없다는 게 란코프 박사의 진단입니다. 즉 그런 식의 철권통치를 통해 독재 정권의 붕괴를 다소 연장할 순 있지만 붕괴 자체를 피할 순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근래 남한에서 부쩍 고개를 들고 있는 북한의 변화와 그런 변화가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란코프 박사는 통일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에 관해선 다소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Andrei Lankov: 북한 사람들은 외부에 대해 김일성 시대보다 많이 배웠다. 특히 평양과 같은 대도시와 접경 지역의 사람들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남조선을 비롯한 다른 지역이 어떻게 사는지 옛날보다 잘 안다. 또 장기적으로 말하면 이 같은 의식변화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먼 길이다. 왜냐하면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이 더 잘산다는 것을 알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중국이 잘 살고 있는 것을 짐작하지만 얼마나 잘 사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북한의 경제적 문제를 초래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설령 북한 사람들이 경제 문제를 야기한 게 미국이나 적대국이 아니라 북한정부의 경제정책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해도 현 단계에서 김정일 체제를 반대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란코프 박사는 과거 1980년대 후반 공산권의 갑작스런 멸망을 예로 들며 “북한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도 말합니다. 실제로 1980년 당시 10년 뒤 구소련이 무너질 것을 예측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겁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