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도 제임스 굿비(James Goodby)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진단한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굿비 선임연구원은 냉전 시절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구소련과 전략 핵협상에 관여했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때는 핵안보군축 담당 특별대표를 지냈습니다. 굿비 선임연구원은 핀란드 주재 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은퇴한 뒤 조지타운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 카네기 멜론 대학 등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지금은 워싱턴의 권위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한반도 문제를 집중 탐구하고 있습니다.
굿비 전 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냉전시절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구소련과 군축 협상을 하고, 동유럽 공산국가들을 상대해본 경험에 미뤄볼 때 북한은 ‘주민들의 애국심으로 뭉친 나라’이긴 하지만, 이런 애국심을 김정일 북한 지도부가 철저히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착취(exploitation)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Amb. Goodby: Well, it's a mixture of Korean patriotism. That's fundamental, and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ries to exploit that... “북한은 주민들의 애국심이 한데 뭉친 그런 나라이고, 그게 가장 근본적이다. 문제는 북한 정부가 이걸 착취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북한주민은 자신들의 유산과 한민족이라는 사실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감정을 북한 정권이 악용하고 있다. 또 이런 감정을 악용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아마도 붕괴했을 것이다. 또 다른 부분은 김정일 일가의 정권 지탱 방식이다. 김정일 일가는 외부의 적대 세력에 맞서 어떻게 하면 정권을 가장 잘 지탱할 수 있을지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런 식의 노선은 분명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보다 의당 더 잘 살 수 있어야 하고, 강제 수용소도 없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또 지금처럼 탈북하지 말고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며 한다. 북한에 외부 정보가 들어가면 갈수록 주민들 사이에 이런 생각이 크게 퍼질 것이다.”
굿비 전 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세습하면 북한도 결국은 변화의 과정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도 김정일 정권이 펼쳐오고 있는 현재의 국내외 정책으론 더는 북한이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일 이후 북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Amb. Goodby: I think there will be some changes when the current leadership passes from the scene. Whether the son, the designated ruler is waiting to be the man... “현 북한 지도부가 공식 무대에서 퇴장하고 후계자가 들어서면 북한에도 분명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후계자로 지정된 아들이 정말 후계자가 될지는 알 길이 없지만 분명 변화는 찾아오리라 본다. 현행 북한 지도부의 정책은 얼마 못 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부문을 보면 북한은 점점 더 바깥 세계와 동떨어진 채 뒤처지고 있다. 그나마 북한을 돕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며, 중국이 북한을 돕는 것도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기보다는 안정 때문이다. 이런 상황도 변하리라 본다. 오늘날 북한에 점점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가고 있고, 북한 정부도 이를 차단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정보의 차단 벽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그 벽이 무너지면 북한 주민은 북한을 다른 나라, 특히 남한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북한도 지금과 다른 방식의 경제정책을 취한다면 남한처럼 경제가 발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굿맨 전 대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이 살길은 핵을 포기하고 결국 개방, 개혁뿐이라면서 “만일 북한이 진작 핵을 포기했더라면 지금쯤 중국과 비슷한 경제 체제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Amb. Goodby: Yes, I think they've been much better today. There was any danger that they're being attacked by the United States or South Korea...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면 오늘날 훨씬 경제가 좋아졌을 것이다. 북한이 과거 미국 혹은 남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은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이 가진 돈을 모두 핵무기 개발에 투입한 것은 불필요한 부문에 돈을 전용한 셈이었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더라면 주변국은 물론 유럽, 미국 등으로부터 대규모의 경제협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북한은 점진적이긴 해도 오늘날 중국의 경제 체제와 비슷하게 변했을 것으로 본다. 물론 그 경우에도 국가의 통제는 있겠지만 오늘날 북한이 하지 못하는 교역도 가능했을 것이고, 첨단 기술과 컴퓨터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핵을 포기했다면 가능했지만 북한은 그 반대로 나갔다. 그러지 못한 건 북한 지도부의 수치요 비극이다.”
냉전 시절 구소련을 상대로 오랫동안 미국 측 핵협상 대표를 지낸 바 있는 굿비 전 대사는 이어 “핵을 가졌다고 해서 한 나라의 안전이 더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핵은 냉전 시절 미소간의 핵 대결이 있을 때나 효용성을 지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상호 억지력 차원에서 볼 때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미국이 더 염려하는 건 러시아의 핵무기가 아니라 핵 확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안전은 오히려 핵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와 협력해 핵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더 증진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굿비 전 대사는 공산권의 개방, 개혁을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일에 비유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국 개방, 개혁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일단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가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북한은 같은 공산권이면서도 개방과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식 경제를 도입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나 베트남을 쫒아갈 수 없다는 겁니다.
Amb. Goodby: Well, I liken it to a feeling that they're riding on a tiger, and how to get off the back of the tiger. China was able to get off the back of the tiger... “북한의 개방, 개혁 문제를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즉 호랑이등에 일단 타긴 했는데 어떻게 내리느냐 하는 문제다. 중국이 개방이란 호랑이의 등을 타고도 잘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에게 떵떵거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강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며, 중국 공산당은 상당 세월 국민들의 복리를 돌보며 정통성을 인정받았다고 말이다. 중국은 현재 과거와 같은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개방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길을 따라갈 수가 없다. 중국처럼 가려면 일정한 개방이 필수적이고 북한에 대한 해외의 투자와 다국적 기업의 참여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개방이 북한에도 좋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개방은 결국 북한 정권의 장악력을 이완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다른 나라의 예가 보여주듯 좋던 싫던 북한도 경직된 정치체제를 지금처럼 유지하면서도 경제 자유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굿비 전 대사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개혁, 개방이란 호랑에 등에 타고도 내릴 수가 없으니까 어느 순간 발이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굿비 전 대사는 김정일 이후 북한의 새 모습과 관련해 “자유와 평화가 흘러넘치며, 결국엔 남한과 경제가 통합되는 통일한국”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굿비 전 대사는 중단기적으로 보면 북한이 경제개방을 통해 최소한 중국 정도의 사회주의 나라로 변하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말합니다.
Amb. Goodby: In the short or mid-term, what we can see is perhaps an evolution of the current regime into something that's a lot more like what exists in China... “중단기적으론 예상할 수 있는 건 북한의 현 정권이 중국 경제와 비슷하게 나가는 건데 김정일과 측근들도 아마도 이 정도 목표는 내심 생각해봤을 것이다. 김정일도 중국을 서너 번 방문한 뒤 내부적으로 사설 시장을 허용하는 등 개혁을 시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북한은 전문 경제지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이 유럽 등에 사람을 보내 연수도 받게 하고 자유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배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게 북한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그 쪽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려면 북한이 시장 통제를 줄여야 하고 북한을 방문한 해외 투자자들이 북한 경제에 관해 할 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정도 조치만 취해도 북한엔 점진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굿비 전 대사는 자신이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경제 고문이라면 “북한이 주변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꼭 말해주고 싶다”면서 “남한이 과거 이런 경제통합 과정을 통해 오늘날 경제 분야는 물론 정치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나라(global country)로 성장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제임스 굿비 전 미국 대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