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권위있는 아시아 문제 연구기관인 아시아연구소(NBAR)의 마이클 피네건(Michael Finnegan)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이 직면한 문제점과 앞날에 관해 들어봅니다. 피네건 선임 연구원은 전직 국방부 관리 출신입니다. 그는 지난 2008년 8월 전국아시아연구국에 들어가기 전에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국방부 장관실의 한국담당 선임국장을 지냈고, 이어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실에서 특별 보좌관을 역임해 한반도 실무에 정통합니다.
피네건 선임 연구원은 우선 남한 천안함 폭파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 북한의 소행과 관련해 1990년대 이전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살펴볼 때 이런 테러 행위가 새삼스런 것은 아니라고 진단합니다. 단적인 예로 그는 1983년 10월 버마를 방문한 당시 남한의 전두환 대통령 일행을 겨냥해 자행한 폭탄 테러를 꼽습니다. 당시 폭탄테러로 남한 장관 5명을 포함해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41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는 또 198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707기를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테러 지령을 받고 폭파한 일도 꼽았습니다. 피네건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파는 북한이 과거 반복적으로 거듭해온 호전적인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호전적인 행동을 벌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피네건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런 호전적 행동을 통해 재미를 봤다면서 그 이면엔 양보를 얻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Michael Finnegan: What we've seen in recent years was they had the government in the South that were more malleable to the North Korean negotiating style...
“지난 몇 년간 북한은 북한의 협상 방식에 신축적으로 나온 남한 정부를 상대해왔다. 당시북한이 호전적일 때도 있었지만 협상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 그게 경제적 이득이든 정치적 이득이든 말이다. 물론 경제적 이득이 주를 이루긴 했다. 북한의 그런 방식은 한동안 통했지만 지난 2년간 통하지 않았다. 남한의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서 뭔가 받지 않으면 주지도 않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펼치면서 종전의 대북정책을 극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 10여간 구사해온 대남정책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북한은 긴장을 한껏 고조해서 이명박 정부가 협상에 나오도록 종전의 호전적인 행동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이미 2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해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또 이번 천안함 폭파사건 때문에 남한 정부로부터 전면 교역중단이라는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런 경제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전적 행동을 벌이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남한 사회가 김대중, 노무현 진보정부를 거치면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으로 보려는 남한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북한은 바로 이들을 겨냥해 남한 사회를 분열하려 한다는 겁니다.
Michael Finnegan: When they look at the face of the Lee Myungbak government, they see something very different from the time of Roh Moohyun or even Kim Daejung...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면 노무현 정부 때나 김대중 정부 시절과는 다르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남한 민중의 얼굴을 보면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지난 10여년간 남한 민중은 북한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남한의 진보 정당이 그나마 노무현, 김대중 정부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행동은 1차로 이명박 정부를 겨냥하기 보다는 오히려 남한 민중을 자극해서 ‘우린 이런 식의 긴장을 원치 않으니 뭔가 다른 행동을 보여라. 긴장을 낮추는 시정조치를 바란다’라는 식의 압력을 정부에 가하게 한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이런 호전적 행동을 통해 남한 민중으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를 압박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부드럽게 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할 때는 항상 남한 민중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도록 한다는 점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 이번 천안함 폭파사건이 반드시 이 경우에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수법은 비슷하다. 즉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10년 전 보다 훨씬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는 남한 민중이 거리로 뛰쳐나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대북 태도를 바꾸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북한은 계산한 것이다.”
그렇지만 천안함 폭파사건에 관한 한 남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런 계산이 통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피네건 선임연구원의 진단입니다. 피네건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 개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적 원조를 요청하러 4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 때문에 지금보다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처럼 공산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Michael Finnegan: I don't think in the one sense the Chinese and the Chinese communist party system never relied on the type of system Kim Jong Il ...
“중국 혹은 중국 공산당은 북한 김정일이 그토록 의존하고 있는 절대 권력체계나 개인 우상숭배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그 때문에 좀 더 개방을 확대하고도 공산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의 엔진을 가동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경제 엔진을 가동하면 김정일이 정권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바로 거기에 중국과 북한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처럼 경제개혁을 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이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도 좌절감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왜냐하면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도저히 경제개혁을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등소평은 개혁, 개방조치를 취하면서도 필연적인 정보의 유입을 허용했지만 북한은 체제에 대한 위협 때문에 결코 외부세계에 관한 정보가 북한에 흘러드는 일을 허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북한 김정일이 진정한 개혁을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북한 체제도 허물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겁니다.
피네건 선임연구원은 이어 김정일 체제 하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권력이양이 이뤄진 뒤에도 북한의 미래를 암울하게 내다봤습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생존을 위해 주민들에 대한 완전한 통제와 권력을 요구하는 한 북한의 미래는 암울하며, 북한의 개방, 개혁도 힘들다는 게 피네건 선임연구원의 진단입니다.
Michael Finnegan: The real question of the future of North Korea happens when Kim Jong Il passes from the scene, whether he decides to retire...
“북한의 미래에 관한 진짜 문제는 김정일이 은퇴를 결심하든 사망하든 혹은 다른 일 때문이든 공식 석상에서 사라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가장 그럴듯한 상황은 김정일이 사망할 경우 2년 정도 안정은 유지되겠지만 결국 내부 경쟁이 시작되리란 점이다. 그땐 김정일에 의해 억눌려있던 각 파벌이 고개를 들고 권력 장악을 위한 경쟁에 나서게 된다. 그런 경쟁에는 군부나 당 혹은 당과 군에 힘을 가진 사람이 개입할 수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에선 지금과 별로 다름없는 체제가 지속될 것이다. 반면에 김정은이든 누구든 권력 이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후계자는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기존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거쳐 이룩한 체제에 누구도 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후계자가 마음을 바꿔 북한의 경제적 성공에 정통성을 걸겠다고 할 경우 뭔가 새로운 장이 열릴 수도 있다. 문제는 후계자 옆엔 늘 수구파가 둘러싸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제는 후계자가 개혁 노선을 취하려 해도 과연 수구파의 도전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북한 체제론 군부와 당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나머지 2천1백만여 주민들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게 피네건 선임연구원의 진단입니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개방, 개혁의 길로 나서지 않는 한 북한 주민에게 희망은 없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가져볼 수 있는 다른 희망으론 김정일 이후 새 지도체제가 미국과 남한을 비롯해 이해 당사국들과 손을 잡고 북한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인데 이 대목도 낙관적이진 않다고 피네건 선임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국방부 관료 출신인 마이클 피네건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