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 평양주재 외교관을 지낸 러시아 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Georgy Toloraya) 한국연구국장으로부터 북한의 경제난과 후계체제 문제에 관해 두 차례에 걸쳐 견해를 들어봅니다. 오늘 첫 순서에서는 근래 북한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후계체제 문제와 미국과 북한 간 관계에 관해 톨로라야 국장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경제학 박사인 톨로라야 국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1970년대 평양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고, 구소련이 해체된 뒤엔 서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부대사로 재직하기도 하는 등 남북한의 여러 사정에 두루 정통합니다.
톨로라야 국장은 북한에서 직접 외교관 생활을 해보며 일반 주민은 물론 관리들을 만나보는 등 북한 사회의 이모저모를 몸소 체험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의 후계 체제와 그 이후의 앞날에 관해 비교적 정확히 짚어낸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톨로라야 국장은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친처럼 권력을 아들에게 넘겨주고자 하는 이유를 과거 구소련의 독재자인 스탈린에게서 찾습니다. 스탈린이 재임 시 절대 권력을 휘둘렀지만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주지 않고 사망한 뒤 스탈린 체제가 붕괴됐다는 점을 김일성은 똑똑히 보았고, 또 그런 점을 김정일도 잊지 않았다는 겁니다. 톨로라야 국장은 북한 정권의 생명력이 김일성 사후에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까닭은 이런 부자세습 체제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권력세습이 김정일에서 현재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3남 김정은에게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해서 톨로라야 국장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Dr. Georgy Tolorya:
The secret of the longevity of the regime is probably that the power was transferred from Kim Il Sung to Kim Jong Il. Will it work this time? ... “북한정권이 이처럼 끈질긴 비결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이 이양됐기 때문이다. 그게 이번에도 통할까? 전 모른다. 이건 아무도, 심지어 김정일조차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후계작업이 북한 체제를 안정시키고 기존의 권력자들의 자리를 보전해주고 나아가 북한이란 보존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런 작업은 김정일이나 북한 지도층의 입장에서 보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유일한 탈출구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투쟁이 일어날 것이고, 북한처럼 유교적 나라는 숭배적 지도자 없인 이 단계에선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우상의 대상이 권력의 정점에 있고 정치 엘리트가 권력의 밑을 받쳐주는 식의 수직적 권력 구조가 아니곤 북한 정권은 생존할 수 없다.”
톨로라야 국장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낙점됐다는 얘기가 많이 나돌고 있고, 실제로 그와 관련한 증거도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돼 권력을 이양받아도 2천3백만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과연 그들의 생활이 지금보다 더 윤택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톨로라야 국장은 차기 권력이 설령 김정은에게로 넘어가도 북한 주민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받을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북한 주민의 삶이 윤택해지려면 만성적인 경제난을 극복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북한 경제체제의 모순이 있는 한 힘들다는 겁니다.
Dr. Toloraya:
Well, it doesn't depend probably on him personally, but the overall situation. North Koreans, I think, see their only chance for themselves... “북한 주민의 복리향상이 아마도 김정은 개인에게 달려있진 않을 것이다. 그건 오히려 전반적인 상황에 달려 있는데 북한은 미국과의 타협을 유일한 희망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고, 중국은 물론 미국에게도 정치적으로 필요한 나라가 되며 자신들의 독립을 보존하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미국에게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우를 받고, 또 이런 식의 미묘한 균형을 확보한다면 북한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제 상황이 변하게 되면 사회적 자유화를 가져오게 되고 궁극적으론 지금과 같은 전체주의적 자립경제에서 좀 더 현대화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론 이게 실현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톨로라야 국장은 현재의 북한 김정일 체제에선 북한 주민들이 그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아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북한체제가 무너진다고 해서 이들이 모두 자본주의 남한행을 선호할 수 있을지에 관해선 다소 회의적입니다.
Dr. Toloraya:
Well, you know, we should ask North Korean people because I'm not sure that all North Korean people would find it satisfactory to just join S. Korea... “북한 주민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과연 북한 주민들 전부가 남한에 흡수돼서 통일한국의 이류시민으로 가는 걸 만족스럽게 생각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외부 세계, 특히 서구인들은 단순히 탈북자만 보고 판단한다. 물론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 가운데 불만에 찬 사람들이다. 북한 정부에도 적대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북한에 사는 대다수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불만족스럽긴 해도 과연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생활 개선을 원하는지 아니면 갑작스런 변화와 혁명, 혼돈적 상황을 원하는지 자문해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로라야 국장은 이 점 하나는 분명히 합니다. 즉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고, 고립에서 탈피하기 전에는 현재의 김정일 체제 아래선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그렇지만 만일 북한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개선되고, 북한 지도층의 안전이 담보될 경우 북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게 톨로라야 국장의 진단입니다. 특히 톨로라야 국장이 언급한 외부 환경의 개선이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말합니다. 현재 미국과의 관계 개선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단연 북한 핵문제이지만, 톨로라야 국장의 해법은 의의로 간단합니다. 북한 정권이 자신들과 북한 체제의 안전을 담보받지 않고는 절대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행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Dr. Toloraya:
Well, the solution to the Korean nuclear problem is very simple...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아주 단순하다. 우선 안보를 담보한 뒤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다. 우선 안보 문제에 관해 말하자면 평화조약과 안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게 선행된 뒤에야 북한에 대해서 비핵화를 하자고 얘기할 수가 있다. 그게 안 되면 긴장의 연속선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북한 사람들은 지금 핵융합이니 수소폭탄을 실험할 것이란 분위길 풍기고 있는데 누가 이런 걸 필요로 하겠는가?
이와 관련해 톨로라야 국장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공존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아직 그런 결정은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톨로라야 국장은 이어 6자회담이 주로 비핵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인식’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2005년 9월에 나온 6자회담의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평화와 체제 안전을 담보 받도록 돼 있다면서 “6자회담에서 비핵화만을 주장한다면 아무런 진전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맺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전망에 대해서도 톨로라야 국장은 외교적 노력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Dr. Toloraya:
Well, you know, we have to try because the actual choice we have is not the choice between nuclearized North Korea and denuclearized North Korea... “노력은 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실제적인 선택은 비핵화된 북한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비핵화는 평화와 안전이 먼저 담보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궁지에 몰린 채 적대적인 핵국가 북한이냐 아니면 평화적으로 대화와 협상, 타협을 모색하는 핵국가 북한이냐 하는 것이다. 저라면 궁지에 몰리고 고립된 채 핵을 가진 북한 보다는 대화도 하고 평화도 원하는 핵을 가진 북한을 택하겠다. 그게 현실이다.”
톨로라야 국장은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은 북한 체제와 안정을 담보해주는 일 시급하다는 겁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러시아 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한국연구국장으로부터 북한의 후계체제와 북한 핵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