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43]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한미정책센터 소장 “시장화는 북 변화 이끌 가장 큰 촉매제”

0:00 / 0:00

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scott_snyder1_305
아시아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RFA PHOTO-장명화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아시아 재단 부설 한미정책센터(Center for US-Korea Policy)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이 보는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소위 한국 전문가로 거론되는 미국 인사들 가운데서도 당파적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려는 전문가로 꼽힙니다. 그는 지난 1987년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줄곧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고, 근래엔 중국의 역할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저서를 내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미국의 주요 언론에 한반도 문제에 관해 활발한 기고활동을 펼쳐왔고, 지난해 2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하원 청문회를 포함해 여러 의회 청문회에서도 북한 문제에 관해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의 협상전략을 파헤친 <벼랑 끝 협상(Negotiating on the Edge)>를 비롯해 <북한 내 비정부 기구의 경험(The NGO Experience in North Korea)>, <중국의 부상과 두 개의 한국(China's Rise and the Two Koreas)> 등 세 권의 저서를 냈습니다. 특히 스나이더 소장은 지난해 미국 내 연구기관으론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만을 전적으로 연구하는 ‘한미정책센터’를 아시아 재단 안에 설립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북한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은 북한의 ‘시대착오적’(anachronistic)인 정치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이란 말을 쉽게 풀어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규범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적인 예로 북한의 후계세습을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로 후계 체제가 세습된 뒤 이번엔 다시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3대 세습에 대해 국제사회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과거 공산주의 종주국이란 소리를 듣던 구소련이나 중국도 이런 후계세습은 없었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의 말입니다.


Scott Snyder:

North Korea has a variety of challenges. It's true that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North Korea's political system is quite unique... “북한은 다양한 도전에 봉착해 있다.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정치체제는 상당히 독특하고, 아주 시대착오적이다. 북한이 국제체제 속에서 외부 세계와 관계를 설정하는 데 문제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각 나라들끼리 서로 얽힌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활동은 외부 관찰자들이 볼 때 과거에 비해 훨씬 투명해졌다. 북한은 이런 상황과는 맞지 않는 예외적인 나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부 전문가들도 10~20년 전보다 오늘날 북한에 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본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 하면 북한은 국제적 기준이 자기들에게도 적용되는지 여부를 인정하든 안하든 외부의 전문가들은 국제 기준을 북한에 적용할 것이고, 북한도 그런 기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를 한다는 점이다”

스나이더 소장이 지적한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성격은 오늘날 전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정치,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제적 규범’과도 동떨어진 것입니다. 이를테면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인 북한의 핵개발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마련한 행동기준이라 볼 수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도 몰래 핵을 개발해오다 탄로가 났습니다. 북한은 경제 부문에서도 ‘국제적 기준’과는 전혀 맞지 않는 ‘자급자족’을 고집해 식량난과 경제난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부족한 자원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경쟁력이 있는 자원은 수출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국제통상의 시대이지만 북한은 이런 보편적 교역관계를 외면하고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자급자족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나이더 소장의 설명입니다.

Scott Snyder

: On the economic side, North Korea has a variety of problems. You know, their economy is neither self-sufficient nor sustainable. North Korea basically... “북한은 경제 부문에서도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북한경제는 자급자족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식으론 지탱할 수도 없다. 현재 북한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고 본다. 그런 기반을 가지곤 주권국가를 기본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앞으로 어느 시점에 가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외부세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북한 정치체제의 미래에 전략적 함의를 띄게 될 것이다”

스나이더 소장은 이런 난제에 직면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아 번영하려면 결국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생존에 필요한 변화가 북한 지도부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의 갑작스런 변화가 될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에서 변화는 계속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특히 현재 북한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역동적인 요인으로 장마당과 같은 시장적 요소를 꼽습니다. 시장적 요소야 말로 장차 북한의 전통적인 신분질서까지도 뒤흔들 수 있는 촉매제라는 겁니다.


Scott Snyder:

Marketization is the biggest factor for change. It's very clear marketization is a big factor. It's also very clear that the DPRK leadership makes... “시장화가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분명 시장화는 큰 요인이다. 북한 정부도 시장화와 연관된 변화 추세를 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아주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커다란 도전 가운데 하나는 어떤 변화가 자신들의 집권을 항구화는 데 필요하고 유용하며, 또 어떤 변화는 정권에 위협이 되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장치를 무척 두려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시겠지만, 북한 사회는 수직적이고 경직돼 있으며 주민들 사이에도 그런 생각이 몸에 밴 상태다. 즉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신분과 관련해 아주 전통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이 당에 가입하지 않고도 부자가 돼서 신분 상승을 얻게 된다면 큰 위협을 느낄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북한 사회에 굳이 당을 통하지 않고도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북한 당국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외부 요인보다는 시장화처럼 내적인 변화를 더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스나이더 소장은 전망합니다. 북한에 시장화가 촉진돼서 북한 사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때 북한 당국도 종전의 방식으론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점은 김정일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어떤 변화의 길을 갈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현재 워싱턴 조야에선 설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이 후계자로 나서도 북한의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신중한 편입니다.

Scott

Snyder:

Many people expect that there will be no change in policy under the new leadership. But I myself feel it would be mistake to make that prejudgement...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예단하는 건 실수라고 본다. 그런 예단을 하긴 너무 이르다. 저도 향후 북한의 전망과 관련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북한 사회의 전환이란 맥락에서 볼 때 새 지도부가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북한의 새 지도부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파산상태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새 지도부는 종전처럼 불법적인 활동보다는 합법적인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스나이더 소장은 현 단계에서 북한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하기 때문에 정책이 변한다는 징후도 없었지만, 향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도 북한의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하긴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특히 북한이 갈수록 경제적 의존 관계를 보이고 있는 중국처럼 개혁, 개방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오히려 북한 지도부는 중국식 개혁, 개방이 북한 정권의 생존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역교훈’을 체험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이 지난 2005년 9월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한 공동성명을 이행하면 확실한 변화의 전기는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시 공동성명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가로 미국,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정치, 경제적 혜택을 제공받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공동성명이 나온 지 5년이 흘렀지만 북한은 근래 비핵화 문제와 관계 정상화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그 때문에 6자회담의 재개도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 미국 정부 내 동향에 정통한 스나이더 소장은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느냐 여부라고 말합니다. 그는 “북한이 당시 공동성명에 나온 원칙과 합의 사항을 존중할 용의가 없다면 미국도 북한과 대화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지금까지 진행에 변창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