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45] 토머스 허바드(Thomas Hubbard) 전 주한미국대사 “북 권력세습은 체제의 취약성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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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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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AFP PHOTO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토머스 허바드(Thomas C. Hubbard) 전 주한미국대사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한미국 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은퇴하기까지 근 40년간 외교관으로 생활했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특히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고조되던 1990년대 들어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깊숙이 간여했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의 핵동결을 대가로 북한에 정치, 경제적 보상을 담보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냈고, 미국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공직을 은퇴한 뒤 허바드 전 대사는 한미 우호친선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관인 코리아 소사이티(Korea Society)의 이사장으로 지난 2008년 취임했고, 세계적 전략자문회사인 맥클라티사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늘날 안고 있는 문제의 태반은 핵문제를 풀면 해결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북한이 기존의 핵을 포기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적극 도와줄 준비가 돼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최근 미국의 핵과학자까지 불러들여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으로 전용될 수 있는 농축 우라늄 핵시설을 공개한 데 대해 허바드 전 대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Amb. Tom Hubbard:

Well, I think they've been working on these enriched uranium programs for many years. I think during the era in which their plutonium programs... “북한은 다년간 농축 우라늄 생산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본다. 과거 제네바 협약에 따라 플루토늄 생산계획이 동결되던 시절 북한은 이미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전 북한이 농축 우라늄 계획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지만, 다음 두 가지 점은 놀라운 일이다. 하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농축 우라늄 계획을 공개적으로 선전하며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농축 우라늄 시설을 직접 본 헤커 박사의 반응에 따르면 북한의 농축 우라늄 시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하다는 점인데 북한의 기술이 그 정도까지 갔다는 데 놀랄 따름이다. 또 북한이 기꺼이 이런 사실을 전 세계에 떠벌리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 연료 가공 공장에서 최근 구축된 2천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았다고 증언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진 바 있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이 이처럼 미국의 핵과학자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을 의도적으로 보여준 데는 “북한도 핵 국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는 한편 국내적으론 현재 진행 중인 권력 이양과도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즉 이런 권력 이양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강력한 국가이며, 앞으로 더욱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 세계에 과시하려 했다는 겁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 핵협상이 올해로 근 20년째가 됐어도 결정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 데 대해 그 책임을 북한으로 돌렸습니다.


Amb. Hubbard:

I think the basic problem here is North Korea, and the North Korean leadership seems to have been determined to develop this nuclear capability... “기본적으로 문제는 북한이라고 본다. 북한 지도부는 반드시 핵능력을 개발하겠다고 작심한 듯 했고, 또 이를 정권의 생존전략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은 핵개발 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추구해온 반면 다른 나라들은 북한을 상대하면서 그다지 일관적이지 못했다. 이를테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포용정책을 펼쳤을 때 체결한 제네바 핵 협정이 한 예다. 이 협정을 통해 우린 북한에게 북한이 국제사회의 말을 무시하기 보다는 협조할 때 성공이 더 기약된다는 교훈을 가르쳐줬다. 이런 포용 기조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한 대통령이 된 뒤 훨씬 더 나갔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에 종전과는 아주 다른 대북정책을 추구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대북 정책은 기복이 심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여러 단계에서 협조적 태도를 보인 것 같았어도 실은 일관되게 핵능력을 추구해왔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지난 2005년 9월19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합의한 공동성명대로 비핵화를 실천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핵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일본과의 외교 관계정상화를 비롯한 포괄적인 정치, 경제적 혜택을 제공받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이번에 북한이 농축 우라늄시설을 만천하에 공개해 비핵화 의지를 저버린 이상 미국이 북한과 핵협상에 나서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은 지난해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등을 단행함으로써 사실상 미국과 ‘대결의 길’을 걸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Amb. Hubbard:

Well, I think the Obama administration started out by thinking they could sort of pick up where the Bush administration left off...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남겨놓은 대북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 말기에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건설적인 길에 들어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뒤 북한에 손을 뻗쳐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그런 포용을 거부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회동 제의를 거부했고, 오히려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단행했다. 또 남한 천안함을 침몰시켰다. 그러고 보면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 대결의 길을 걸어왔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의 부자 세습에 의한 권력 이양에 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최근 평양에서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은이 대장 칭호와 함께 당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공식 후계자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 이런 후계 세습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Amb. Hubbard:

Well, it's unique in world history to have a communist regime, you know, follow this dynastic succession model, and now we're seeing it for the second... “공산정권이 이런 식의 왕조적 세습을 따르는 일은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우린 지금 두 번째로 이런 후계세습을 목도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부자 세습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북한 체제의 강인함보다는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본다. 김정일이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장치를 통해 김정은이 고모 김경희외 고모부인 장성택, 그리고 최소 한 명 이상의 장성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한 의도의 배경엔 단기적으론 이런 식의 권력이양 장치가 작동할 것이란 계산이 깔렸다고 보지만, 어느 체제건 사문화된 이념 아래 부자간에 권력을 이양하는 전체주의 정권은 어느 시점에 가선 상당히 취약해질 것으로 본다.”

허바드 전 대사는 향후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에서 개혁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체제의 생리상 개방과 개혁을 하면 할수록 김정은이 이어받은 왕조적 세습 구조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만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정권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끌 북한은 아주 심대한 도전과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합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북한의 지도체제와 정권, 그리고 북한 체제가 어우러진 데서 비롯됐고, 그 때문에 북한 주민은 물론 북한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변화가 일고 있지만 현재 북한은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통제아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결국 나라를 발전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면 핵을 포기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허바드 전 대사는 지적했습니다.


Amb. Hubbard:

I think the world symphasizes with their situation. The world would like to see the kind of change by the North Korean leadership that will... “전 세계가 북한 주민의 상황에 대해 동정하고 있다. 전 세계는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해주는 식의 변화를 보고 싶어 하지만, 핵심은 비핵화이다. 일단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세계가 개입해서 북한 지도부가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기본 생필품을 해결해주는 걸 도와줄 것이다.”

허바드 전 대사는 북한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북한이 기존의 접근방식을 바꾸는 일이지만 이게 김정일 정권 아래서 가능한지 모르겠다”면서 “북한 주민과 세계를 위해서도 김정일 정권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