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보는 북한-47]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① “북, 인식변화 없으면 핵 포기 힘들 듯”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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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부시 전 행정부 시절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폴란드 주재 대사와 한국 주재 대사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지난 2005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에 취임한 뒤 4년에 걸친 재임 기간 내내 북한 핵문제로 씨름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활동하면서 지난 2005년 9월 19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정치, 경제적 혜택을 제공받기로 합의한 공동성명을 포함해 일련의 핵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라크 주재 대사를 마지막으로 올 여름 33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은퇴한 뒤 지금은 콜로라도주 덴버대학 국제대학원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지금도 한반도 현안에 관해 각종 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과 우라늄 농축 핵시설 공개, 그리고 최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이 저지른 일련의 도발 행동과 관련해 북한의 내부 사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Amb. Hill:

Well, it is hard to analyze what they want to achieve because, so far, what they achieved was to bring in the United States and Republic of Korea... “북한이 과연 이런 일을 벌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분석하기가 힘들다. 북한이 지금까지 얻은 건 오히려 미국과 남한의 결속을 더욱 강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실상이 그렇다. 이런 식의 긴밀한 한미 결속이 북한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현재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건 북한이 권력 이양에 따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권력이양 계획이 특별히 북한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으론 보지 않으며, 실제로 이를 못 마땅해 하는 주민들도 상당히 많다. 북한 군부가 다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점점 자기들이 원하는 식으로 일을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 행위는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 정권이 다른 나라들과 훌륭한 관계를 맺는 것을 귀중하게 여기기보다는 본질적으로 내부 문제에 더 치중하는 ‘내부 지향적’ 정권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북한 정권이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은 ‘난폭한 접근’(brutal approach)이라는 가정아래 세계를 향해 곧잘 이런 접근 방식을 택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북한의 행동을 과연 누가 자제시킬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의 역할을 지적합니다.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지렛대를 쥔 중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게 힐 전 차관보의 견해입니다. 왜 그럴까요?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이 북한에 확실한 압력을 넣지 못하는 이유를 “북한에 대한 중국의 두 마음”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중국 지도부내엔 북한에 매우 동정적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보니 대북 정책과 관련해 컨센서스’(consensus), 즉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Amb. Hill:

Well, again, this is an analysis, but I'm sorry to say, based on a certain amount of speculation because the Chinese do not share with us their internal... “중국이 내부 이견에 대해 우리와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추측에 근거한 분석이긴 하지만 분명한 인상을 갖게 되는 점은 있다. 그게 뭐냐 하면 중국 내 기관들 간에도 북한에 대해 다른 견해들이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 공산당과 정부 간의 이견이다. 이를테면 상무부와 외교부 등에 있는 관료들은 유럽과 미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더 많은 관계를 맺는 데 더욱 관심이 있는 반면 군부를 포함한 보안 기관들은 북한과 같은 옛날 우방을 돌보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문제는 보안 기관과 군부, 당에 있는 것 같다. 바로 이들이 훨씬 더 전통주의적이 세계관을 갖고 있고, 그러다보니 중국의 새 외교목표에 따른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의식이 없다. 즉 중국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새로운 국제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해관계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한 역대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중국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인 것 같다고 힐 전 차관보는 설명합니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을 다스리는 고위 관리들은 관료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어떤 문제에 관해 혁신적인 새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만사에 너무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다보니 선뜻 새로운 대북 정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절실하다고 힐 전 차관보는 역설합니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이 관심을 가지고 6자회담 과정을 진전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것은 중국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핵개발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Amb. Hill:

I'd try to put some focus on China here because the international nuclear system has left China the only nuclear country in East Asia... “현재 국제 핵 체제 아래서 중국은 동아시아의 유일한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중국 문제를 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어떻게 핵보유국이 됐는가는 역사가들이 탐구할 일이지만, 여하튼 중국은 현재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보유국이 됐다. 만일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제2의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고, 그런 상황을 중국이 허용한다면 중국의 안보 태세에도 진정한 손상을 입힐 것이다. 머지않아 핵 국가는 단지 중국, 북한 두 나라 뿐이 아니며,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나라들도 핵무장의 길로 나설 필요를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새로운 대북 결정이나 정책을 낼 수 없다는 점이 본질적으론 스스로의 입지를 손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힐 전 차관보는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썼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끄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또 최근엔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영변 핵 단지 내의 농축 핵 우라늄 시설을 공개해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핵협상을 하면서 시종일관 농축 핵 우라늄 시설의 존재를 부인해왔기 때문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이처럼 의도적으로 농축 핵 우라늄 시설을 공개한 까닭은 “북한이 생각보다 강한 나라이고, 미국도 이젠 북한을 단순히 핵 야욕국이 아닌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과시하는 동시에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어눌한(clumsy)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자신의 북한과 핵협상과 관련해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이 이미 생산한 핵융합물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 나아가 농축 우라늄 문제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북한이 정직하게 핵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부정적 측면이지만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을 동결하고, 플루토늄 생산 공장을 불능화한 점은 긍정적 측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 농축 우라늄 핵시설까지 공개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과 관련해 다소 회의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Amb. Hill:

If this were governed by logic, yes, they would give up their nuclear programs because all it's getting them is trouble and isolation... “북한이 논리적으로 행동한다면 핵을 포기할 것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문제와 고립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가장 작동하지 않는 게 바로 논리적 요소다. 현재 북한은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는데 그런 상황은 제가 볼 때 비논리적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생존이 핵무기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이 그런 비논리적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도 무척 어려울 것이다.”

힐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 재임 시 북한 핵문제가 풀릴 수 있을지에 관해 “잘 모르겠다”면서도 “북한 핵 문제가 가까운 장래에 해결되기란 무척 힘들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 이유를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국내적 요인과 중국에서 찾습니다.

Amb. Hill:

They have a very difficult succession question. They don't quite know what to do with the direction of their country, and China is internally stalemated... “북한은 지금 아주 어려운 승계 문제가 있다. 그들은 앞으로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전혀 모른다. 게다가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수도 있는 새 강경책을 내놓는 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교착 상태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 점을 이해시키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