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윌리엄 뉴컴 전 미국 재무부 선임 자문관으로부터 북한이 직면한 경제개혁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 해답은 무엇인지에 관해 들어봅니다. 뉴컴 전 자문관은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무부, 재무부에서 약 30년간 북한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북한통입니다. 그는 공직에서 은퇴한 뒤 북한 경제문제에 관한 자문을 해오다 최근 미국 정부에 의해 유엔대북제제 전문위원회(UN Panel of Experts) 미국 측 일원으로 지명돼 9월1일부터 새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뉴컴 전 자문관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처럼 중앙 정부가 일일이 경제를 계획하고, 더구나 민간 경제에 할애해야 할 자원이 상당부분 군사비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론 북한 경제가 회생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1980년대 이후 여러 번 경제개혁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William Newcomb: I think they made that decision. They had opportunities to reform... “북한은 과거 경제 개혁에 관한 결정을 한 적이 있다. 또 여러 해 동안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이를테면 김일성이 다스리던 1980년대 초 북한은 중국의 개혁을 따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실제로 북한은 당시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외국기업과의 합영 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잠정 조치를 취했지만, 완수하진 못했다. 당시 농업부문에서도 새로운 개혁을 도입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1990년대 들어 북한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면적인 변화를 취할 수 있는 완전한 기회를 맞이했다. 어짜피 모든 게 무너지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또 북한은 2002년에도 금융 분야에서 더 광범위한 개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뉴컴 전 자문관의 지적대로 북한은 1984년 9월 이른바 ‘합영법’을 만들어 외국기업과 합작하고 자본을 끌어오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여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소련과 중국의 경제지원이 줄어들고 설상가상으로 외채를 값을 수 없으면서 서방국가들로부터 외자도입이 어려워지자 궁여지책으로 ‘합영법’을 만들었습니다. 즉 진정한 의미의 경제개혁 조치는 아닌 것입니다.
북한은 또 1990년대 들어 공산종주국인 소련은 물론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동유럽 공산 국가들도 붕괴하면서 경제지원이 사실상 끊기자 대외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1991년 12월 처음으로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안을 공식 발표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고 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나진시와 선봉군을 통합해 나선특별시로 승격하고, 이곳을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경제특구로 개발해서 동북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외국 투자자들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51개나 되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위해 47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론 중국과 홍콩본 기업들로부터 고작 1억4천만 달러의 외자를 유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실패한 겁니다. 북한은 2002년에는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하기로 하고 당시 중국의 거부였던 양빈을 개발 책임자로 임명했지만 그가 세금탈루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구속되면서 수포로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직후인 6월엔 평안북도에 있는 황금평을 중국과 적극 공동개발하기로 하고 착공식까지 거행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경제특구 개발을 위해 과연 외국 투자를 끌어올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윌리엄 뉴컴 전 미국 재무부 자문관은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봅니다.
William Newcomb: I think they can probably attract a few, small you might call... “북한이 아마도 선발 투자자들을 몇 사람 끌어올 순 있을 것이다. 이들은 미래의 수익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돈으로 투자 기반을 깔아놓겠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상당수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오진 못할 것이다. 북한은 외국인 투자객들을 유치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국 투자자들이 북한에서 활동하는 데 의사소통의 제약이 아주 많고, 북한의 시장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제약도 따른다. 설령 외국 투자자들이 북한에 공장을 세운 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물건을 만들어도 북한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들로부터 관련 기술도 전수받고 북한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등 부대 혜택을 받아야 투자에 따른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외자기업을 고립시켜 다른 북한 산업과 유기적인 효과를 차단해선 안 된다. 나선 특구를 개발해도 이런 지역이 북한 내 다른 지역과 차단하기 위해 커다란 담을 쌓아놓으면 북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북한이 외국 투자자들과 자본을 유치하려면 이들을 끌어올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하지만 아직 그런 투자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William Newcomb: The foreign investor makes a pretty sharp-penciled calculation... “외국 투자자들은 아주 냉철한 계산서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투자 기회는 많다. 이들은 북한에 투자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에 하는 게 좋은지 계산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외자를 유지하려면 먼저 외국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여러 개혁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오라스콤(Orascom)이란 이집트 통신회사를 끌어들였지만 그밖에 누가 있는가? 중국 회사들은 아주 작다. 또 개성공단이 있긴 하지만 이건 경제적 목적 못지않게 정치적 목적도 있다.”
그러면서 뉴컴 전 자문관은 북한이 진정한 경제 개혁을 할 수 있으려면 결국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William Newcomb: Political will is always the most important, and it's not there... “개혁을 하려면 정치적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 지도부는 그게 결여돼 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나쁜 결정만 해왔다. ‘조수가 밀려들면 모든 배는 뜨게 돼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곧잘 인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 사실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시아엔 조수가 밀려온 적이 있는데, 맨 처음 일본이 그 다음엔 중국의 조수가 밀려왔다. 그때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일본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득을 봤지만 분한 경제는 완전히 그런 기회를 놓쳤다. 만일 당시 북한이 대외 무역관계가 있고, 국제사회에 최소한의 기준에 부합되는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산업이 있었다면, 그리고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가졌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 있었을 것이다.”
뉴컴 전 자문관은 북한 정권이 이처럼 ‘정치적 의지’가 결여된 데는 개혁에 따른 정권의 불안정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북한이 경제개혁을 한다는 건 곧 경제에 관한 결정사항이 최고 권력층에서 일선 사업 책임자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북한이 개혁을 하려면 이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여기엔 불안정이 따르기 때문에 개혁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컴 전 자문관은 또 북한이 현재 권력 이양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점도 경제개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정은이 앞으로 권력을 이어받을 경우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하지만 그 경우 기존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기존의 경제규칙을 바꿔 정권에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제개혁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북한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연 개혁에 나설 수 있을까요? 뉴컴 전 자문관은 만일 김정은이 부친을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그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William Newcomb: We'll make the assumption that he has a pro-economic growth... “김정은이 경제 성장을 위한 의제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우선은 그가 부친을 설득해서 자신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전에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은 책임자가 새로 들어올 때가 아니라 사람이 나갈 때다. 통상 떠나는 책임자가 이임 막바지 순간까지 새로 들어오는 책임자보다 더 힘이 세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새 지도자가 힘을 행세하려면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에 불만을 품거나 동요를 보이는 층도 그런 불만을 새로 들어서는 권력자가 아닌 떠나는 권력자에게 품도록 하는 게 훨씬 좋다. 이를테면 김정일도 아들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뒷받침해주면서 비판은 자기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뉴컴 전 자문관은 김정은이 만일 경제개혁에 나선다면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선은 농업 부문에서 국영농지를 일반 주민들에게 대폭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경공업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화학 공업에 비해 경공업은 투자가 적으면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나아가 북한도 과거 남한처럼 수출산업을 진흥시켜야 하며, 군부에 과도하게 할당된 자원을 민간 경제로 대폭 재전환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에는 결국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