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미국의 유명한 민간연구 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 포럼의 랄프 코사(Ralph Cossa) 소장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코사 소장은 1966년부터 1993년까지 미 공군에서 재직하며 한때 태평양 함대 사령관의 특별보좌관을 지닌 뒤 대령으로 예편했습니다.

코사 소장은 미국방대학 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과 스탠퍼드대 부설 후버연구소의 국가안보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동아시아 안보문제에 관해 <저팬 타임스>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국제적 언론에도 폭넓은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코사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한마디로 ‘사상 최악의 공산주의와 족벌주의(nepotism)가 결합한 나라’이자 ‘정치, 경제 부문이 완전히 실패한 나라’로 규정했습니다.
코사 소장은 우선 전 세계의 이목이 잔뜩 쏠려있는 북한의 후계구도에 관해 흥미로운 견해를 내놨습니다. 지금의 후계작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은에게 당장 권력을 넘기려고 하기 보다는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굳혀주려는 속셈이 더 크다는 겁니다.
Ralph Cossa
: I don't think he's going to transfer power to his son. I think he's going to solidify his son's position as his heir apparent...
“제가 보기엔 김정일은 권력을 아들에게 이양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주려는 것이다. 그는 선친 김일성처럼 죽을 때까지 권력을 쥐고 있을 것이다. 그게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했던 것이다. 즉 김일성은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고도 많은 책임을 스스로 졌다. 김일성은 죽기 직전까지 권력을 잡았다. 실은 지금도 김일성은 영원한 주석으로 힘을 쥐고 있다.”
코사 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선친 김일성처럼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행위는 전통적인 공산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고대 아시아의 왕조세습’을 방불하게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코사 소장은 이런 비아냥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굳이 아들에게 후계를 물려주려고 하는 데는 “자신의 유산을 영원히 유지하고 동시에 가족을 가장 잘 지키는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북한 주민의 복리보다는 김정일 일가의 권력 유지와 신변 유지 때문에 왕조 세습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김정은의 후계작업과 관련해 미국에선 그가 설령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확정된다해도 실력자로 부상하기 보다는 매형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북한을 이끄는 ‘섭정 체제’(regency system)을 이끌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랄프 코사 소장은 북한의 차기 권력구조와 관련해 그것이 김정은 단독체제가 될지 혹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당과 군부,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포진한 집단지도체제가 될지에 관해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결국 이 문제가 김정일 위원장이 얼마나 건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말합니다. 즉 당장 다음 주라도 김 위원장에게 유고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에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는 것은 확실하지만 만일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오랜 세월 건강을 유지할 경우 사정은 다르다는 겁니다. 그 경우 김정일이 계속 권좌를 유지하되 후계자의 위치를 좀 더 공고하게 다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고, 후계자도 더 힘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랄프 코사 소장의 설명입니다.
Ralph Cossa
: The real question is what kind of policies the next leader will follow or what he will be compelled to follow...
“진짜 중요한 문제는 차기 지도자가 어떤 정책을 취할지 혹은 취할 수 밖에 없을지 하는 점인데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중국식 모델에 좀 더 개방적일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제가 보는 관점은 누가 후계자가 되든 그의 권력은 김정일 보다는 떨어질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권력을 잡으면 측근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김일성보다 권력이 강하지 못했던 것처럼 자신의 권력도 아버지처럼 강하지 못할 것이란 점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후계가 내려온 뒤 절대 권력은 계속 줄어들었는데 이런 현상은 중국과 구소련도 마찬가지였다. 즉 다음 지도자로 권력이 넘어갈 때마다 그 힘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그래서 권력자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협력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런 현상은 오늘의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차기 지도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집단지도체제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그건 절대적인 권력을 지녔던 모택동이나 등소평 때와는 다르다.”
문제는 북한이 김정일 이후 새 지도자 밑에서 대외 개방도 하고 경제 개혁도 해서 북한 주민의 생활과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요. 랄프 코사 소장은 김정은의 매형이자 섭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경제 개혁에 좀 더 개방적이고, 다른 누구보다 경제 개혁의 원칙 문제에 관해 이해가 깊다는 점을 들어 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코사 소장은 “장성택이 계속해서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멘토(mentor), 즉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맡게 된다면 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이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보면서도 김정은이 이끌게 될 북한의 미래에 관해선 섣부른 예측은 이르다고 설명합니다.
Ralph Cossa
: Well, I think it's too soon to tell because we don't know what Kim Jung Eun is going to be like, we don't really know about him...
“그걸 예측하긴 너무 이르다. 과연 김정은이 어떤 지도자로 변신할지, 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 지금처럼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어느 시점에 가서 스스로 힘에 못 이겨 무너지거나 혹은 남한에 흡수 통일될 것이다. 문제는 언제 어떤 식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하는 점이다.”
코사 소장은 북한의 차기 지도부가 과연 중국처럼 경제 개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에 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중국은 1979년 개혁, 개방 이후에도 정치, 경제를 포함한 모든 사회부문에서 국민들에게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왔지만 북한은 오히려 주민들을 외부세계와 고립시키고 그걸 정권 유지의 한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중국식 개혁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겁니다.
Ralph Cossa
: Well, because I think it's a whole different situation. First of all, I think when North Koreans go to China, it scares them...
“두 나라의 상황이 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 사람들이 중국을 가보면 크게 겁먹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은 정치 체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면서도 훨씬 개방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중국인들은 오늘날 바깥 세계 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 또 그들은 언제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유학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만큼 중국은 개방적 사회란 뜻이다. 중국 공산당이 이런 걸 허용할 수 있는 까닭은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중국인들도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런 중국식 방법을 따라갈 수 없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이 개방에 나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민들에 비해 자신들이 얼마나 못살고 있으며,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북한이 얼마나 낙후됐는지를 알면 정권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중국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정치적 자유화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정치 자유화를 포함한 중국식 개혁에 대해 북한 정권은 잔뜩 겁먹고 있다”
코사 소장은 이어 북한 정권은 현재 후계자 문제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개혁 문제는 상당히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코사 소장은 내다봤습니다. 코사 소장은 세계 공산주의 나라치고 중국처럼 성공한 나라도 없다면서 그 이유는 중국이 공산주의라는 벽을 넘어 과감히 경제개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전혀 중국식 개혁을 따라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북한은 지난 1960년대까지도 남한보다 잘 나갔지만 결국 잘못된 국정 수행과 실패한 이념 때문에 남한에 크게 뒤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코사 소장은 결국 북한 문제의 최종 해결책으론 북한 정권의 종식과 함께 ‘남북통일’뿐이라고 설명합니다.
Ralph Cossa
: To me, the only way North Koreans win in the long run is that they become South Koreans and join South Korean miracle, and to do that...
“제가 볼 때 북한 주민들이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남한 국민이 돼서 남한의 기적에 합류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이 변해야 하는데 궁극적으론 남북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현 시점에서 통일까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지 하는 건 어렵긴 하다. 특히 현재 남북 간의 불균형이 과거 동서독 통일 당시 보다 너무도 커서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퍼시픽 포럼의 랄프 코사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