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38]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연구센터 소장① "김정은 권력 승계해도 북한에 1인 지배시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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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최고의 민간연구 기관으로 꼽히는 브루킹스 연구소 부설 동북아시아연구센터(CNAPS)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소장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부시 소장은 미국 국무부와 의회, 정보기관 등에서 20년간 공직 생활을 한 아시아 안보전문가입니다. 특히 그는 미국과 북한이 핵문제로 한창 씨름하던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정보관을 지냈기 때문에 북한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읽어낸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부시 소장은 자체 연구 보고서 외에도 연방 의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하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한반도 현안에 관해 적극 의견을 개진해 왔습니다. 특히 그는 최근엔 '핵국가 북한의 도전'(The Challenge of a Nuclear North Korea)란 논문에서 특히 북한의 권력 세습과 그에 따른 관련 이해당사국의 대응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리처드 부시 소장은 북한이 최근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을 사실상 후계자로 공식화했지만, 이에 대해 별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의 등극을 계기로 북한에서 1인 지배 시대가 끝나고 김정은을 포함한 여러 명이 이끄는 '섭정체제' (regency system)가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Richard Bush

: I don't think that designating Kim Jong Eun as a successor, if that's what's going to happen, will mean anything. What's important is the system...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정한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인데, 이 체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아주 나쁜 것이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처럼 1인 지배를 확고히 해나갈 수 있는 똑같은 입지를 누릴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지정돼도 그는 1인 지배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권력 기반을 갖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더 가능성 있는 것은 최고 기관의 지도자들이 김정은의 이름으로 북한을 통치하는 일이다. 일종의 ‘섭정’(regency) 체제가 들어서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새 집단 지도부가 취할 정책이다. 사실 북한의 정치는 군주제 정치와 같아서 후계자는 가족의 혈연에 따라 정해지는데 때론 군주제에선 미성년자가 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고관 귀족들이 후계자가 권력을 잡을 준비가 될 때까지 그의 이름으로 섭정한다. 이런 일이 북한에서도 일어날지 솔직히 말해 장담할 순 없지만, 북한체제의 속성을 감안할 때 그럴 것 같다”

부시 소장은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선친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을 때만해도 충분한 후계 기간이 있었고, 그 덕분에 1인 지배를 구축할 시간이 있었지만 김정은의 경우 그렇지 못하는 겁니다. 실제로 김정일은 지난 1974년 당 정치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후계자로 사실상 지정됐고, 이어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화됐습니다. 그뒤 김일성이 1991년 조선인민군총사령관이 됐고, 93년엔 국방위원장에 취임한 뒤 김일성이 이듬해 사망하자 공식으로 권력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은 20년에 걸쳐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시 소장은 “북한에서 집단지도체제란 선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제대로 굴러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새 지도부의 태도에 따라 기회와 위기기 동시에 있다고 말합니다.

Richard Bush

: I think the opportunity is that the new collective leadership could assess the consequences of Kim Jong Il's policies, and perhaps decide to make changes...

“기회란 이것이다. 즉 새 집단지도부가 김정일 추구한 정책을 답습하는 데 따른 결과를 평가하고 정책을 바꾸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험도 있다. 그건 집단지도체제란 새롭고도 시험해보지 못한 통치 체제이기에 그 안에서 여러 문제와 긴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경우 북한 체제는 무너지기 시작하거나 정체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 북한의 상황을 감안할 때 정체 상황은 좋은 일이 아니다.”

부시 소장은 김정일 사후 북한에선 집단지도부가 김정일이 추구한 정책을 답습하던가 아니면 김정일 노선과 결별하고 새로운 노선을 취하든가 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어느 경우든 김일성, 김정일처럼 한 사람이 북한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시대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다시 말해 1인 지배 시대는 김정일로 끝난다는 겁니다. 또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면 김정은이 단독으로 지배하는 걸 용납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부시 소장은 분석합니다. 부시 소장은 북한 정권이 창건한 뒤 전례가 없는 새 집단지도체제는 북한 주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체제는 아니지만 북한이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불가피한 체제 같다고 말합니다. 부시 소장은 이어 향후 김정은과 장성택이 주도하는 섭정체제가 김정일 위원장이 추구해온 노선을 버리고 과연 새로운 정책 진로를 취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Richard Bush

: Well, I think course change is possible. I do not think that it's the most likely outcome because of the difficult position North Korea is in...

“진로 수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북한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그게 가장 유망한 결과는 아닐 것 같다. 오히려 북한의 새 지도부는 현상을 유지하고 기존의 정책을 답습하려 할 가능성이 더 크다. 국내 안정과 권력을 위해서 말이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일이 추구한 정책의 결과는 끔찍했고, 비록 변화가 어렵긴 해도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길 바란다. 물론 이런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좀 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부시 소장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보면 북한이 가야 할 방향이 잘 나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공동성명은 북한이 현존하는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가로 에너지와 경제 지원을 받고 미국, 일본 등과 관계도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시 소장은 1975년 가을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나가는 새로운 정책을 취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점을 들어 북한의 집단지도체제가 새로운 노선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비록 북한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도 김정일 체제 한의 노선을 답습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새로운 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북한의 새 지도부가 과연 어떤 상황 아래에서 새 노선을 추구하려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요. 부시 소장은 북한의 새 지도부가 북한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논리를 찾아야 하지만 “그건 희생과 위험 감수를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온 핵문제에 관해 북한의 새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Richard Bush

: Well, in North Korea internal issues and external issues have always been linked. For example, North Korea over the last 15 or 20 years has faced...

“북한에선 내부 문제와 외부 문제는 항상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5~20년간 북한은 아주 큰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그건 미국과 일본, 심지어 남한과의 관계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그런대로 나았지만 썩 좋지는 못했다. 제가 보건데 북한의 새 지도부가 근본적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외부 정책, 특히 미국,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내부 상황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처럼 핵무기를 갖고 있어선 안 된다. 북한이 외부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옛날과 같은 접근방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커다란 위험요인이다.”

부시 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재하는 한 북한이 정치, 경제적 대가를 근거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거나 없다고 봅니다. 그 때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의 새 지도부가 정책 변화를 취할 경우 그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 시금석은 핵포기 여부가 될 것으로 부시 소장은 전망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미국의 핵포기 요구를 “진지하고도 신뢰할 수 있게끔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다면” 협조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부시 소장의 진단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연구센터의 리처드 부시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