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동북아연구센터의 리처드 부시 소장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을 알아봅니다. 오늘은 북한의 대외 관계, 특히 미국과 남한 등과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으로 몰아넣은 핵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부시 소장은 국무부와 의회 등에서 20여년간 공직생활을 했고, 특히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 연방정부 산하 여러 정보기관을 거느리는 국가정보위원회(NIE)의 동아시아 정보관을 지냈기 때문에 북한 사정에도 정통합니다.
부시 소장은 최근 '핵국가 북한의 도전'(The Challenge of a Nuclear North Korea)란 논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좌에 남아 있는 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거나 없다고 단정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향후 북한에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설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추구한 핵정책의 이해득실을 평가하고 다른 노선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부시 소장의 분석입니다.
부시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북한의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 북한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에 진전을 보지 않고는 미국과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핵정책을 바꾸지 않고는 동북아시아는 평안할 날이 없다고 말합니다.
Richard Bush
: Well, it's partly nuclear issues, but it's really the destablizing role that Nrth Korea plays in Northeast Asia. It's the source of instability before North Korea...
“북한 문제는 부분적으론 핵이지만 실제론 북한이 동북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불안정한 역할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기 전부터 불안정의 원천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핵무기는 북한이 제기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동북아시아는 북한이 기존의 정책을 바꿀 때만 비로소 안정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다른 무엇보다도 핵정책부터 바꿔야 한다고 부시 소장은 지적합니다. 기존의 핵정책을 바꾸느냐 여부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태도가 과연 진정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부시 박사는 이어 북한의 김정일 지도부는 핵을 가져야 북한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보고 핵을 개발했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지적합니다.
Richard Bush
: It may have come to the mistaken conclusion that the best way to ensure security and the best way to build a strong country...
“북한은 아마도 안전을 가장 잘 확보하고 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핵을 개발하는 것이란 오판에 도달했는지 모르지만 그게 바로 커다란 문제의 원인이다. 핵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고, 북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나라들과도 단절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에 빠졌다. 북한이 미국을 두려워하는 건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가지는 것이 과연 북한의 생존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손실을 주고 있다는 점을 깨닫길 바라지만 그럴 수 있을지 확신이 안 간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6년과 2009년 각각 핵실험을 단행한 뒤 현재 미국 정부와 유엔으로부터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특히 지난 8월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심 인사들과 기관의 돈줄역할을 해오면서 불법 활동에 간여해온 혐의로 ‘노동당 39호실’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부시 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건재하는 한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말합니다. 설령 미국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치, 경제적 혜택을 모두 준다 해도 김정일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부시 소장의 소신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일 치하의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인 핵협상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김정일이 통치하는 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는 게 부시 소장의 설명입니다.
Richard Bush
: I don't think the United States right now isn't exerting much of an effort on denuclearization. We maintain communication with all parties...
“현재 미국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그다지 비핵화 노력을 하고 있다곤 보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모른 관련 당사국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주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본다. 즉, 김정일이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한 비핵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말이다. 설령 북한이 미국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맺고 경제적 혜택을 받아도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관한 현실인식 측면에서 정확하고 현실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서둘지 않는 것도 그래봐야 시간낭비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새 지도부가 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는 뼈아픈 현실이긴 하지만, 미국이 아닌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바로 이런 현실적인 인식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는 ‘현상유지’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부시 소장은 지난해 1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향후 북한에 김정일 이후 들어설 새 지도부에 대한 설득 작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겁니다. 즉 새 지도부가 김정일 위원장 치하 시절처럼 핵보유 정책을 지속할 때 이것이 가져올 손해가 핵포기에 따른 이득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계속 설득해서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당근과 채찍을 병용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부시 소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 목적을 두 가지로 파악합니다. 하나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음으로써 국제적으로 북한의 위상을 고양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지위를 통해 북한이 ‘대국’임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부시 소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국제법상 절대 핵국가로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고, 미국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부시 소장은 그 이유로 “북한이 국제 체제를 기만해 핵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그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국제법과 핵확산체제를 위해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부시 소장은 지적합니다.
Richard Bush
: Well, if it recognizes North Korea as a nuclear state, for purposes of international law and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I think that's a problem...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한다면 국제법이나 핵 비확산체제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취득한 방식 때문이다. 북한을 인정하면 다른 나라에도 핵을 갖고 싶은 동기를 주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인정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핵을 가졌다고 해서 핵국가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국제법 때문에 그렇다. 미국 정부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 소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관한 한 미국 정부는 한 치도 흔들림이 없다면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비핵화와 반대로 나서면 미국도 결국 북한에 봉쇄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은 그 결과 지금처럼 정상국가로 대우받지도 못하고 경제적 번영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처럼 북한이 핵개발 정책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이처럼 한 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북한의 새 지도부가 어떻게 평가할 것이야 하는 점입니다. 부시 소장은 북한의 새 지도부는 “김정은과 장성택의 섭정체제가 이끌 가능성이 크다”면서 새 지도부가 기존의 핵정책과는 다른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순 없다고 봅니다.
Richard Bush
: I do think there's a possibility that the new leadership will understand the value of the 6-party talks and the bargains presented in the 6-party talks...
“북한의 새 지도부가 6자회담의 가치와 협상결과를 이해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보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새 지도부가 핵을 보유해야 북한의 안전이 담보된다는 김정일의 정책을 계속 끌고 간다면 6자회담은 근본 목적에 비춰볼 때 별 가치가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6자회담은 소통의 좋은 통로는 될 수 있어도 협상엔 도움이 안 된다. 만일 북한이 김정일이 사망한 뒤에도 핵을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한다면 6자회담 다른 참가국들은 대북 봉쇄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일과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오히려 북한의 새 지도부가 비핵화에 따른 혜택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시 소장은 이어 비핵화 여부에 따른 이해득실을 가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핵을 가지고선 강성대국의 목표를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핵으론 생존할지는 모르지만 결코 경제 성장을 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시 소장은 이어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하긴 어렵지만 일단 그런 선택을 하면 북한이 가진 자원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원조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연구센터의 리처드 부시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