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36] 루디거 프랭크(Ruediger Frank) 비엔나 대학 교수 "북한, 후계문제와 대미관계 풀리면 경제 개혁에 나설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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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Ruediger Frank) 교수가 보는 북한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이 대학의 동아시아 경제사회학과에 몸담고 있는 프랭크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의 변화 문제에 큰 관심을 가져왔고, 그런 차원에서 1991년 북한을 방문해 두 달 가량 머물렀고, 그 후에도 두 세 차례 방문했습니다. 프랭크 교수가 북한을 방문하던 시점은 동유럽 공산권에 이어 마침내 구소련이 붕괴를 맞이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프랭크 교수는 북한이 과거보다 외부세계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고, 통화경제가 도입되면서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경제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한때 안정적인 사회주의 나라로 간주되던 동유럽 나라들이 지난 1989년 불과 몇 주 사이에 연속해 붕괴되는 현상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듯이 북한도 현재 바깥에서 보면 튼튼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이미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는 게 프랭크 교수의 진단입니다. 또 이런 붕괴 과정을 늦출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다는 겁니다. 프랭크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북한이 직면해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으로 심각한 경제난과 후계자 문제를 꼽았습니다.


Prof. Frank

: Of course, the economy is the biggest problem, because everything else depends on the economy, domestic political stability depends on the economy...

“경제가 가장 큰 문제다. 다른 모든 부문이 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적 안정도 경제에 달려 있으며 국제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계획을 통해 위협하고 있지만, 그와 관련한 많은 문제들도 경제 문제와 연관돼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라고 본다. 다음으론 후계자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지도력을 영속적으로 끌고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북한은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정된 지도력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장치가 확립돼 있지 않다. 북한과 같은 전제정치 국가에선 후계문제가 늘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걸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느냐 여하에 따라 체제의 안정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점은 북한은 분단된 나라에다 잘 사는 남한을 이웃으로 갖고 있는데, 이것도 북한에겐 커다란 문제다.”

프랭크 교수는 북한 경제가 실패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서구식 경쟁 원칙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서구처럼 경쟁 원칙을 도입하면 비효율적인 기업이나 소유주는 퇴출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은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비효율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어떤 경제 정책을 도입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Prof. Frank

: In North Korea you don't have that because of its socialism, and because there is only one owner, and that's the state...

“북한엔 그런 효율성이 없다.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인데다 소유주도 단 한 사람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선 경제가 관료화돼있고 행정 조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서구처럼 경제가 분산되지 않고 중앙 집중화돼 있다. 이게 북한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어떤 경제개혁을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처럼 경제에 민간시장 요소를 도입하는 식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절대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북한은 아직 그런 개혁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그게 북한의 근본적 문제라고 본다.”

프랭크 교수는 북한은 현재 경제 개혁을 하고 싶어도 국내외적 여건이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힘들 것으로 전망합니다. 프랭크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1983년으로부터 1년 뒤인 1984년 북한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합영법을 공포한 점,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시동을 건 점, 나아가 2002년 7월 경제개선관리조치 등을 취한 점을 꼽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 개혁에 분명 관심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끈 경제관리개선조치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시기를 잘 못 선택해 실패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 해인 2001년 11월 미국 뉴욕에 발생한 테러 사건 때문에 미국의 대외 노선이 강경책으로 변했고, 그 때문에 당시 잘 나가던 북한과 일본 간의 관계 진전도 중단됐다는 겁니다. 프랭크 교수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해 막대한 규모의 경제 원조를 받아내고자 했지만 국제적 환경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고, 그런 환경에서 경제개혁을 하는 게 너무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제적 환경이 유리하게 바뀌면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개혁에 나설 수 있을까요? 프랭크 교수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Prof. Frank

: Absolutely, because that's his only option. I've talked to many North Koreans in Pyongyang, we had economic seminars there...

“물론이다. 그게 김정일의 유일한 선택 방안이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경제 토론회가 열렸을 때 많은 북한 관리들과 만나 애기해봤는데 그들도 공개적으로 말할 때는 왜 북한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도 장기적으론 북한 경제가 갈 길은 중국식 개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즉 시장 기능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들은 이해했다. 동시에 그들은 기존의 정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중국은 두 가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즉 시장 경제도 하면서 일당 독재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북한도 다른 선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본다. 어쩌면 북한은 또한번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기다리고 있다.”

사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으로 나가면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렇지만 프랭크 교수는 이 점에 관해서도 생각이 좀 다릅니다.

Prof. Frank

: If I say the Chinese model, of course, I don't mean one to one copy of it, but more or less in principle, the principle idea that you can have more or less...

“제가 중국식 개혁을 말하는 건 북한이 이걸 그대로 베끼자는 게 아니고 원칙을 본받자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경제를 유지하면서도 동유럽 공산국처럼 정치적 와해를 겪지 말도록 하자는 게 중심적인 생각이다. 2010년 북한 경제의 구조는 1978년, 1979년 중국의 경제구조와는 아주 다르다. 북한은 중국이 아니다. 경제 규모도 훨씬 작고 따라서 선택 방안도 다르다. 따라서 북한의 개혁을 중국의 개혁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그렇지만 원칙은 같다. 즉 경쟁과 시장 퇴출, 민영화를 북한 경제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또 북한이 중국식 경제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면 결국 부강한 남한에 흡수될 것이 두려워 개혁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프랭크 교수는 생각이 다릅니다. 중국이 과거 경제 개혁에 나서고도 훨씬 경제 규모가 컸던 대만에 흡수되지 않았듯이 북한이 경제를 잘 관리한다면 그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또 북한엔 외국인 투자를 관리하는 법도 있고 필요하다면 외국 회사들이 북한 회사를 사지 못 하도록 하는 법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프랭크 교수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북한이 경제운용 방식에 대한 생각을 바꿔서 이를테면 국가 소유에서 개인소유로 전환하고, 중앙계획에서 탈피해 시장구조로 전환하는 발상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프랭크 교수는 이어 북한 주민들이 만일 남한 주민들이 정부의 선전과 달리 훨씬 더 풍요한 삶을 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동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합니다. 북한 주민은 사회주의보다는 민족주의가 강한 만큼 설령 지금은 남한 주민보다 못 살아도 북한 정부가 경제개혁을 통해 장차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준다면 사회적 동요는 일지 않을 것이라고 프랭크 교수는 설명합니다.

Prof. Frank

: If the North Korean state, through economic reforms, manages to open to its people the perspective for having a better future, they might for certain times...

“만일 북한 정부가 경제 개혁을 통해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면 주민들도 그런 기대감을 갖고 현재는 아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도 일정 기간은 이걸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이게 중요한 점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개혁을 한다면 2~3년 안에 성공을 가져다줘야 한다. 중국이 그렇게 하는 데 성공했는데, 만일 북한도 중국처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개혁을 추진하게 되고 주민들도 개혁을 통해 상황이 좋아졌으니 더 개혁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혁이 이뤄져도 북한에 사회적 동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프랭크 교수는 이어 경제개혁에 성공한 중국의 예를 봐도 북한이 일단 본격적인 경제 개혁을 시작하면 멈추지 말아야 하며, 계속 성공을 이끌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현재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과 후계 구도의 불안정과 같은 내부 요인에 다 핵문제로 미국과 대치상황을 빚는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친 상황에서 경제 개혁에 나서려면 앞으로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