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⑫제임스 쇼프(James Schoff)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아태연구국장 "미북관계 진전, 남북관계의 진전과 연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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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매샤추세추주 캠브리지에 있는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의 아시아태평양 연구국장으로 있는 제임스 쇼프(James Schoff) 박사로부터 답보 상태에 있는 6자회담과 미북관계의 전망 등에 관해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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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의 아시아태평양 연구국장 제임스 쇼프 박사. - PHOTO courtesy of James Schoff (PHOTO courtesy of James Schoff)

쇼프 박사는 2008년 찰스 페리, 재클린 데이비스와 함께 <북한의 핵문제(Nuclear Matters in North Korea)>란 저서에서 북한 핵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선 이해 당사국 간의 다자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쇼프 박사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한 지가 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이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는 원인을 북한의 미적지근한 태도에서 찾았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하순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이후엔 기존의 방침에서 슬그머니 후퇴해 유엔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쇼프 박사는 우선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속내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James Schoff

: The fundamental problem in North Korean denuclearization eyes includes dismantlement of the US nuclear umbrella over South Korea...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의 제거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진정한 작전 능력의 제거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자국의 비핵화에 이런 것까지 합친 걸 완전한 비핵화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미국이나 한국의 입장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우리 연구소가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로 토론회를 가졌는데 여기서 비핵화 문제도 함께 검토했다. 두 사안은 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같은 것이 마련되지 않고는 절대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평화협정은 비핵화 없이는 안 되는 것이다.”

쇼프 박사는 당시 토론회 참석자들 모두가 북한이 무엇보다 남한을 평화의 주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며, 북한이 남한을 제외한 채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보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얼마전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의한 일도 비핵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James Schoff

: My initial reaction, my gut instinct is yes. It's simply a tactic to delay.

“직감적으로 볼 때 그렇다. 북한의 그런 요구는 비핵화를 지연하기 위한 전술이다. 우리 연구소가 최근 가진 세미나에서도 평화협정에 관한 협상을 시작하자는 북한의 제의가 진정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인지 아니면 비핵화 회담을 늦추기 위한 냉소적인 구실인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는데 거의 모든 참석자가 회담 지연술로 보았다. 그렇지만 일부는 북한의 핵계획이 자국안보의 취약성을 진정으로 느낀 발로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재래식 억지력이 현대화된 한미 전력에 비해 약화되고 있어 더욱 그렇게 느낀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해 남북한 해군이 충돌했을 때 이런 북한의 취약성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북한이 가진 전력으론 자국의 해상 방위조차 힘들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안보취약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는 게 필요한 게 사실이다. 물론 북한도 남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쇼프 박사는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근본입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혹은 평화조약으로 대체하는 작업의 핵심은 이 문제가 남북한의 문제라는 점”이라는 말을 미국 고위 관리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 핵문제도 자연스레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쇼프 박사의 견해는 다릅니다. 미국은 북한 핵이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완전한 해체가 이뤄지지 않고는 외교관계를 먼저 정상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James Schoff

: I don't think there will be any diplomatic normaliza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unless there is a verifiable denuclearization...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있기 전에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연한 부분이 없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가까운 장래에 6자회담이 재개될 지에 낙관적일 수도 없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해결전망에 대해서도 누구도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단기적으론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차이점을 무마하려는 노력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북한이 정상화 문제를 탐색하는 과정은 시작할 수는 있지만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되지 않고는 정상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그런 걸 탐색하면서 신뢰를 구축하며 동시에 남북관계도 개선하고 북한 핵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겠느냐 하는 거다. 6자회담이 바로 이런 걸 이룩하자는 것이다.”

쇼프 박사는 현재 워싱턴에선 종전처럼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대북접근이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큰 차원의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쇼프 박사는 장기적인 과제인 완전한 비핵화에 앞서 핵 시설 동결처럼 단기적으로 가능한 일은 과감히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James Schoff

: I wrote an article about this not too long ago, things we can do now...

“얼마 전 기고문에서도 밝혔지만, 우선은 1단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2단계로 비핵화 과정의 진전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것, 그리고 3단계로 비핵화가 완수된 되에야 가능한 조치 등 세 가지로 말한 적이 있다. 여기서 3단계 즉 완전한 비핵화를 이룩하려면 지금부터 수십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러나 소폭이지만 진전이 있는 중간 단계의 조치로는 북한 핵시설과 미사일 운반체제 실험의 동결이나 축소 등이 포함될 수 있고, 핵 확산 분야의 신뢰구축이 되면 북한이 현재 바라고 있는 유엔의 대북제제가 완화될 수 있는 쪽으로 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새로운 보상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핵계획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쇼프 박사는 이어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의 연대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중국,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뒤 한목소리로 유엔제재에 동참한 일이 단적인 예라는 겁니다. 또 이 같은 조치를 통해 5개국의 연대감도 한층 강화됐다는 게 쇼프 박사의 해석입니다. 또 이런 연대감을 지속해나가는 일이 북한의 핵포기를 더욱 촉진시키는 일이라고 쇼프 박사는 진단합니다.


James Schoff

: Well, the main option is continuing this element of solidarity, regional solidarity or intenational solidarity, and identifying key principles...

“북한 핵과 관련한 중요한 방안으론 지역적이든 국제적이든 연대감을 지속하면서 우리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을 찾아내는 일이다. 예를 들어 그런 원칙으론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핵융합 물질을 생산하지 못하게 한다든가 또는 불법으로 이런 물질들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내일 당장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열거한 원칙에 근거해서 우리가 기꺼이 할 수 있는 걸 시작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남북한의 관계 개선에 발맞춰 미국과 북한 관계도 개선한다든가 또는 남북한이 한국전 실종자의 유해발굴에 합의하면 미국과 북한도 동시에 미군 유해발굴 사업을 하는 식 말이다. 또 남북한이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나 상주 사무소를 개설하는 데 합의하면 미국과 북한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쇼프 박사는 북한이 근래 미국과 양자 회담의 모색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은 한국의 긴밀한 정책조율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대북관계 진전도 남북관계의 진전과 연동해 조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쇼프 박사는 미국은 북한과 6자회담의 테두리 바깥에서 양자회담을 가질 경우 “북한이 6자회담에서 공약한 합의사항들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무척 경계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런 점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민간연구기관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제임스 쇼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