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⑩스티브 클레먼스 (Steve Clemons) 신미국재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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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진보적 민간 연구단체인 신미국재단(New America Foundation)의 외교전문가인 스티브 클레먼스 선임연구원으로부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관계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클레먼스 선임연구원은 이 연구소의 미국안보프로그램 국장을 겸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정가와 외교가의 화제와 내부 소식을 전하는 ‘워싱턴 노트’(The Washington Note)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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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국재단(New America Foundation)의 외교전문가인 스티브 클레먼스 선임연구원. - PHOTO courtesy of Wikipedia (PHOTO courtesy of Wikipedia)

클레먼스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간에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의료보험 개혁문제를 포함한 주요 국내 현안에 발목이 잡혀 북한 핵문제에 관해 충분한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Steve Clemons

: I think it fits with his priority of trying to do more to resurrect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북한 핵문제는 범세계적인 비확산체제를 되살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을 때 북한 핵문제도 여기에 포함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란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행정부가 보건의료 개혁 등 다른 국내 현안 때문에 발목이 잡혀있어 이게 문제라고 본다.”

북한은 이처럼 자국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오바마 행정부를 자극하기라도 하듯 지난해 5월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으로선 두 번째인 당시 핵실험에 맞서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처럼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유엔을 통한 제재와 압박을 택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도 결국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평양에 파견해 북한 측과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과거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곤 했지만 그런 행동을 취하도록 방치한 역대 미국 정부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Steve Clemons

: I think it's not a question of grabbing attention, it's a question of consistent attention. You know, trying to provoke attention...

“이건 관심을 끄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야 하는 문제다. 도발적인 행동을 해야 관심을 받는다는 인상은 북한에도 그릇된 인상을 준다. 즉 백악관의 관심을 끌려면 무모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것이다. 북한이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에 대해 좀 더 지속적인 관심을 줄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과 미국 간에 뭔가 관계 개선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뾰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데 대해 북한 못지않게 미국의 우유부단함을 꼽았습니다.

Steve Clemons

: I was hopeful after president Clinton's visit to North Korea...

“사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인 기자 2명을 석방하러 북한을 방문한 뒤 돌아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만 해도 희망적이었다. 즉 미북 관계에 뭔가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 미국에선 김정일의 건강이 안 좋고, 후계체제에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돌았는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그런 보도가 잘못됐다는 게 밝혀졌다. 그런 소문이 일면서 미국 정부도 북한 정권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었지만 그게 실수였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일관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은 건 커다란 실수였다고 본다. 북한 정권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있는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뤄야 했다. 왜냐하면 김정일은 아주 교활한 사람이긴 해도 당시 미국과 대화하려는 데 관심을 보였다.”

취임 후 세계 어느 나라의 지도자와도 만나 외교 현안을 풀겠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우선순위였고, 이런 약속을 행동에 옮겨야 했지만 국내 현안 때문에 꼼짝달싹하지 못했다는 게 클레먼스 선임연구원의 지적입니다.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은 이어 북한 핵문제의 경우 지금과는 색다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대안으로 이른바 ‘닉슨식 접근법’(Nixonian approach)을 들었습니다. 과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국익에 근거해 공산 중국에 대해 과감한 개입정책을 펼친 사례를 꼽아 북한 핵문제의 경우도 비슷한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Steve Clemons

: I think that when I was talking about Nixonian approach...

“닉슨 전 대통령이 1968년 취임했지만, 실은 1960년에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1960년은 1968년과 시대적 배경이 크게 달랐다. 당시 소련도 있었지만 미국은 상당한 강국이었고 세계를 호령했다. 그렇지만 1968년에 미국은 베트남에 손발이 묶여 상대적인 국력의 쇠퇴기를 걷는 나라처럼 보였다. 그래서 닉슨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미국의 쇠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해 전략적인 괘도 수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 닉슨은 모택동이 지배하는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대해 외교 교섭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걸 통해 이런 나라들에게 미국이 아직도 건재하며, 세계질서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닉슨 전 대통령처럼 운신의 폭이 좁은 가운데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란이든 북한이든 시리아든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외교 교섭을 해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을 관계를 재설정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은 ‘닉슨식 접근법’은 국익을 다른 어떤 사안보다 국가의 우선순위로 삼아 과감한 외교 교섭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그런 점에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로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teve Clemons

: It's smart engagement policy. It's an engagement policy based on looking at what serious national interests are...

“닉슨식 접근법은 영리한 개입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즉 중대한 국익이 무엇인지에 근거해서 상대에게 여러 가지 인센티브, 즉 유인책을 제공하되 판이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상대에 대해 베풀던 인센티브를 중단하기도 하는 개입정책이다. 북한 핵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이 접근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북한 인권문제를 비롯한 다른 주요 현안을 핵문제와 따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현안들은 협상의 일부로 올리는 건 무방하다. 그렇지만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고립에서 탈피해 국제사회로 편입시키자는 건데, 이건 아주 긍정적인 일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면 상당한 성취물이 될 텐데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은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런 닉슨식 접근법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보즈워스 특별대표 혼자의 힘만으론 해결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진전을 보려면 백악관 차원의 더 높은 관심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클레먼스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불량국가일지는 몰라도 상당히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전제국가라고 지적하고, 이런 북한에 대해선 무조건 강공책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관심을 받기를 원하면 필요한 관심을 주되 그에 따른 행동개선을 위한 기준도 제시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만일 부시 행정부 시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해 포용정책을 펼쳤다면 지금과 같은 핵 교착 상태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우선순위로 삼되 적절한 강온 양면의 인센티브를 겸비한 닉슨식의 대북 접근법이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게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의 주장입니다.

주간기획 <내가보는 북한> 오늘은 신미국재단의 스티브 클레먼스 선임 연구원으로부터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핵문제의 해법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