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북한통 학자인 빅터 차(Victor Cha) 조지타운대 교수의 견해를 소개해드립니다. 한국계인 차 교수는 2007년 현재의 조지타운대학교로 복귀하기 앞서 2004년부터 3년 간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바 있어 한반도 실무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차 교수는 당시 6자회담의 미국 측 부대표로 활약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 협상을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습니다. 차 교수는 워싱턴에 소재한 유수한 민간연구 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해 신설한 한국부(Korea Chair)의 초대 부장으로 발탁돼 한반도 현안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남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비롯해 김정일 이후 후계체제 문제와 경제개혁 문제제 등에 관해 견해를 밝혔습니다. 우선 한국 정부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차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북한 체제는 생존을 위해서는 전체주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체제다. <br/>- 빅터 차<br/>
Prof. Victor Cha
: (I think there're a couple of potential explanations. One is they...)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하나는 북한이 지난 2009년 11월 서해상에서 벌어진 남북해군 충돌에 대한 단순한 보복행동일 수 있다. 당시 충돌로 북한 해군 한 명이 희생됐다. 다른 하나는 남한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전임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펼친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가도록 압박하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 즉 호전적인 행동으로 남한을 위협해 전임 두 남한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었던 양보를 얻어내자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이어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도체제의 교체와도 관련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공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정은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되는 데 필요한 '후계 정당화 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차 교수는 북한의 천안함 폭파는 과거 북한이 개입한 랑군 테러나 대한항공기 폭파테러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전쟁 행위이자 정전협정에 대한 위반 행위라고 지적합니다. 북한은 1983년 10월 버마 수도 랑군에서 폭탄테러를 기도해 남한의 각료급 인사를 비롯해 수십명이 사상자를 냈고, 1987년 11월에는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한 테러폭발로 115명의 탑승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차 교수는 두 사건 모두 북한이 저지른 테러사건이었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이 사전에 고의적으로 계획한 군사 공격”이라고 규정지었습니다.
차 교수는 북한의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넣거나 유엔안보리로 회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공동 대응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차 교수는 북한이 이런 호전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맹방인 중국이라고 지적합니다. 남한이 북한에 취한 경제제재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진정한 고통을 느낄 수 있으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데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중국의 대응을 보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겁니다. 차 교수는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천안함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못하는 것은 그 경우 한반도 안정을 해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차 교수는 요즘 북한의 최대 화두인 김정일 후계구도와 관련해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3남 김정은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차 교수는 “김정은이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다니는 등 해외 경험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가 수구파 지도자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Victor Cha
: (This third son has lived abroad, and has more of a cosmopolitian background, which is encouraging. At the same time, though, he's surrounded by...)
“삼남인 김정은이 해외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 국제적 경험이 있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는 김일성 세대보다 국제적 경험이 덜한 냉전 후 지도부에 의해 둘러 싸여있다. 김일성 치하 당시 당과 정부, 군부의 지도자들은 동유럽 전역과 소련, 중국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혜택이라고 있었다. 그들이 가본 나라들은 철의 장막 뒤에 숨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해당국의 좋은 측면을 볼 수 있었다. 반면에 현재 북한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냉전체제의 종식 이후 사람들이다. 냉전 종식 후의 세계는 국제화,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북한의 지도부는 오히려 덜 세계화돼 있다. 이들이 둘러볼 수 있는 구소련도 동유럽 공산국도 사라진데다 이들 나라와 이념적인 유대감마저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북한에 앞으로 국제적 경험이 있는 새 지도자가 등장해 외부 세계를 달리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냉전 때보다 국제화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 의해 둘러 싸여 있다는 점이다.”
차 교수는 김정일 이후 새 지도체제가 가져올 북한의 변화에 관해선 한마디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지도체제는 북한의 개방이 가져다줄 혜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체제라고 차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Victor Cha
: (I think the leadership that's willing to acknowledge that North Korea's fundamental problem is that it needs to open up to survive, but the process of...)
“가장 바람직한 지도 체제는 북한의 근본문제는 생존을 위해선 개방을 해지만 개방 과정에서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체제다. 다시 말해 이런 문제점을 이해하고 나라를 위해서 기꺼이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지도부가 향후 북한에 들어선다면 바로 그게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부다. 물론 이런 지도부가 들어설 것이란 징후는 전혀 없다.”
차 교수는 사회주의국이던 베트남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에게서 끊임없는 위협을 받았지만 결국 중국처럼 개방, 개혁으로 나섰고, 미국과도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면서 북한도 베트남처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교수는 이어 북한은 부유한 남한이 바로 이웃에 있고 맹방이자 경제 대국인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북한 지도부가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해선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Victor Cha
: (I mean North Korea sits in a region where they have a country that speaks the same language only a few miles away...)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고, 세계에서 11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남한이 바로 몇 마일 떨어져 있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도 지근거리에 있다. 또한 장차 세계 최대 대국이 될지도 모르는 중국과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이런 지리적 이점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줄 알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최악의 경제 실패국 가운데 하나다. 북한 지도부가 근본적이고 진정한 개혁을 할 용의가 있다면 북한도 상당히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개혁을 하면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은 아무런 잘 못도 없다. 그들은 남한 국민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한국전 이후 오늘날처럼 비약성장을 한 남한 국민들과 같은 저력을 북한 주민들도 갖고 있다. 그런 능력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정치다.”
차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핵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1994년 제네바 협약과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핵을 폐기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바라는 정치,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태세이지만 북한은 이런 국제사회의 포용책을 거부해오고 있다는 겁니다. 차 교수는 일부에선 북한이 내걸고 있는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이나 평화조약 체결, 에너지 지원 등 정치, 경제적 요구를 다 들어줘도 과연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을지에 관해 회의적 견해가 있지만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 같은 제재 대상은 북한 지도부이지 일반 북한 주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식량과 에너지, 연료가 부족하다며 그 탓을 외부세계의 압력과 경제제재로 돌리고 있지만 이 모든 책임은 “북한 정부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주민을 아사 상태로 내몰면서도 여전히 핵과 탄도미사일, 재래식 전력의 증강에만 혈안이라는 겁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