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4월의 봄꽃이 앞 다투어 피는 아름다운 절기, 주변이 온통 환하고 밝아요. 꽃구경이 한창이지만 농촌에서는 농사준비로 마음이 바빠지는 달이기도 하죠. 특히 북한에서는 해마다 겪는 비료 부족 때문에 농사지들 의욕도 없을 것이라고 북에서 오신 분들은 염려합니다.
한: 비료하고 쌀이랑 맞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비료하고 소금이나 비료하고 쌀하고 1;1 이다 1;2다 이런 식으로 바꾸어요. 비료가 쌀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한옥희 씨는 올해도 얼마나 많은 인민 들이 비료 전투를 치열하게 할지 눈에 선하다고 합니다. 해마다 집 근처의 텃밭을 일구는 한 씨는 비료가 풍족하다 보니 텃밭에서도 원하는 채소를 심기만 하면 쑥쑥 자라고 있어 농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오늘 여성시대에서 한옥희 씨의 텃 밭 얘기 들어보죠.
올해 텃밭을 가꾸기에는 지금 영국의 날씨로는 좀 이르다고 하는데요,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벌써 밭갈이를 하고 씨를 뿌린 부지런한 이웃도 있다고 전합니다,
한: 밭에 한번 나가보기는 했는데 아직은 땅이 굳어져있어요 그래도 어떤 집들은 다 밭갈이하고 씨를 뿌린 집들도 있더라고요.
옥희 씨는 올해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야채를 심을 것 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해마다 오이는 빠지지 않고 심고 있다는 군요.
한: 여기 오이가 맛이 없거든요 많이 무르고 북한 오이보다 오이의 향긋한 냄새가 그렇게 상큼하지는 못해요. 사각사각하는 맛도 없고 하니까 오이는 매해 심어요. 그 외 상추, 깻잎 그리고 내기 풀 있죠? 고기 삶을 때 냄새를 제거해 주는 그런 풀, 북한에서만 쓰는 독특한 풀이 있어요.
영국에서는 내기 풀을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다 씨를 부탁해서 북한에서 온 사람들 가운데 많이 퍼져있어 이것도 올해도 꼭 심어야 할 채소 품목에 들어있다고 옥희 씨는 즐거워합니다.
한: 북한에서 보면 밭에 그런 것이 많이 나요. 그래서 잡초처럼 뽑아버리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살려고 해도 없는 거에요. 그래서 중국에다 씨를 부탁해가지고 여기 다 퍼트려 놓았는데 내기 풀 좀 심으려고 해요. 맛이 독특해 가지고 많이 선호하거든요 북한 사람들이, 그런데 한국 분들은 그 맛을 잘 몰라요. 지난번에 한국 분을 모셔서 내기 풀을 넣어서 양고기 탕을 해드렸더니 맛있다며 이게 무슨 향이냐고 향이 처음 먹어 보는데도 이 맛이 딱 맞는다고 정말 맛있게 드셨다고 해요. 올해도 이것을 심으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내기풀,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니 더욱 궁금한데요, 탈북대학생 지철호 씨도 이런 풀을 알고 있는지... 혹시 나이 드신 분들이나 나물을 좋아하는 여성들의 기호식품은 아닌지요?
지: 북한에서는 이것을 거의 매일 먹다 시피 하는데요, 향신료죠. 이 내기풀이 깻잎보다 더 향기롭고 이것을 누린내 나는 염소고기에 넣으면 누린내를 잡아주고 음식에 넣어도 향기로워요. 그래서 즐겨먹는 사람들은 김치양념에도 넣고 아니면 내기를 거꾸로 매달아서 처마 밑에서 말렸다가 그것을 가루로 내서 겨울철에 양념으로 넣으면 정말 맛있어요.
말만 들어도 내기풀을 넣고 탕을 끓이면 맛있을 것 같네요. 북한에서는 들판이나 밭에서 나는 나물을 영국에서는 씨를 얻어다 심어야 한다는 군요.
한: 내기 풀을 넣으면 향이 독특하고 풍미를 돋워 주거든요 엄청 맛있어요. 양고기 탕이나 단고기 국할 때도 이것을 넣으면 맛이 끝내줘요. 그래서 주변에 사는 분들도 저한테 씨를 얻으면 좀 달라고 당부하셨어요.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심는 텃밭 에서 올해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채소를 직접 보며 가족들을 위해 식탁에 올릴 생각을 하면 신바람이 난다고 한 씨는 말합니다.
한: 너무 재미있어서 그것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것이 다 내 것이 된다는 생각에 북한에서처럼 당에서 하라는 대로 김매기 하고 씨를 뿌리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내가 자유자재로 하고 싶으면 하고 또 누가 통제하는 사람도 없고 하니까 그것이 참 새롭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해마다 하고 있어요.
특히 손쉽고 싸게 비료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다는데요 그것도 화학비료가 아닌 친환경적인 비료라 이 비료를 주면 모든 식물들이 너무 잘 자란다고 흐뭇해합니다.
한: 저희는 화학 비료가 아닌 치킨 비료라고 해서 닭 배설물에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요. 한줌씩 주는데 이것을 넣으면 강냉이도 팔뚝 같은 것, 찰 옥수수도 잘되고 채소도 시퍼렇게 잘 되요. 그것이 보름내지 20일 되면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화학비료가 아니니까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그 비료는 한 바께츠씩 파는데 10파운드, 미화 약 17달러 정도면 한 통 살 수 있어요. 한 10-15 키로그램 될 거에요. 그거 한 통만 있으면 가을까지 쓸 수 있어요. 친환경적이고 닭똥이 세잖아요, 그런데 냄새도 구수하고 참 좋더라고요.
그는 이어 북한에서 농사철에 가장 필요한 것이 비료인데 더구나 연간 130만 여 톤의 화학 비료가 필요한데 100만 톤을 생산하는 흥남비료 공장이 얼마 전에 중단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올해 농사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비료 전투에 더욱더 총력을 기우릴 것이라고 한 씨는 전합니다.
한: 비료구하기가 힘들고 쌀 비싼 만큼 비료도 비싸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대체로 인분을 많이 사용하고 있죠. 이것을 말려서 이맘때면 길거리에 인분 냄새가 진동을 해요 왜냐하면 당에서 다 과제를 주거든요. 인분을 한집 당 한톤 하라, 한집 당 500키로 하라는 등의 과제가 떨어져요. 저희가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인분을 퍼다 집 마당에다 말려요. 그런데 말리다 보면 밤새 도둑이 와서 거의 마르게 되면 싹 퍼가요.
북한에서 대학 다닐 때 이 과제를 수행하느라고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며 인분 통을 들고 버스도 탈 수 없어 걸어서 학교까지 간 것을 생각하면 지금 사는 곳이 정말 천국 같다고 말합니다.
한: 제가 북한에서 통신대학을 나왔는데 1년에 한 두 번씩 한번에 40일씩 직접 가서 공부를 하고 과제를 받아와서 공부를 하고 다시 학교에 가서 공부하거든요, 그런데 통신 대학까지 인분과제를 주어서 얼마나 난처했는지 몰라요. 그 당시 큰 어머니 댁에 있었는데 거기서 인분 통을 빌려다 사방으로 다니며 길가에 널려 있는 것을 퍼다가 바치고 냄새 나는 것은 둘째에요. 그 무거운 것을 들고 버스도 자주 없고 또 버스를 탈 수도 없고 얼마나 기가 막힌 지... 비료 준비는 봄이 오기 전부터 하기 때문에 손을 호호 불면서 시작하거든요 그 때 고생하던 생각하면 여기는 천국 같아요.
올해 역시 모든 사람들이 다 동원되어 인분 비료를 바치게 할 것이라는 한 씨는 북한은 비료 전투조차도 아직 나아진 것이 없다며 한숨을 짓습니다.
한: 직장인, 가두, 인민 반에서 노는 사람들, 늙은이들, 학생들 모두에게 다 과제가 떨어집니다. 지금이라고 북한이 변한 게 있겠어요 그렇게 비료가 원만치 못한 조건에서요 그 비료 전투가 대단합니다. 예전에 중국에서 비료를 많이 들여왔는데 중국에서 지금 경제 지원을 예전과 같지 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 헤요.
탈북 대학생 지철호 씨 역시 각 가정에서 인분 비료 과제에 얽힌 얘기를 하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북한의 상황이라는 군요.
지: 북한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먹이지 않고 그 몇 배에 달하는 인분을 요구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애들도 학교에 내야하고 직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내야 하죠. 그래서 인분을 모아놓으면 아빠가 모아놓은 인분을 자식이 몰래 가지고 가서 학교에 바칩니다. 학교에서는 또 꼬마 과제라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와서 아빠와 아들이 싸우고 아빠한데 아들이 맞는 거죠, 아빠는 그 벌칙으로 저녁에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어찌 보면 먹이지도 않고 과제를 요구하는 것은 조상들에게 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속담에 그런 말이 있죠 먹은 새가 똥 싼다 그런데 먹이지도 않고 인분을 만들어 내라는 것은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속담에 역행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비료가 고향인 북한에서는 언제쯤 해결이 되어 인민들이 편하게 농사일을 하고 또 텃밭이라도 가꿀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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