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한국인만이 갖는 독특한 정체성은 사상과 이념이 다른 남과 북이지만 분단의 세월이 반세기를 넘어도 변치 않는데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샌디에이고 대학 원 내 한국학 연구모임인 '만남'이라는 동아리는 최근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한국 영화제를 열었습니다. 이 영화제 소식, 여성시대에서 알아봅니다.
(음악: 남도 창)
한과 정으로 점철된 정체성을 주제로 한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판소리 영화, 서편제 첫 부분에 나온 창이었는데요, 서편제는 남도 판소리와 떠돌이 예술가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영화입니다. 지난 1993년에 개봉된 영화로 200여 일 동안 서울에서만 관객 백만의 신기록을 세운 영화로 유명합니다. 서편제는 판소리 중의 한 창법으로 섬진강 서쪽인 보성, 광주, 나주, 등지에서 성행했는데요, 음색이 곱고 애절합니다.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소리꾼 남매의 가슴 아픈 한에서 피어나는 소리의 예술을 그린 영화입니다.
(음악: 춘향가 중에서)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한국학 연구모임 만남에서는 올해 3번째가 되는 한국영화제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한과 정을 주제로 설정해 영화제를 열었다고 이 모임의 차소연 부회장이 밝혔습니다.
차소연
: 저희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잘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먼저 이에 관해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한과 정이 잘 드러난 정체성, 한국의 한과 정서를 대표할 수 있는 영화를 선정했어요.
서편제를 비롯한 최근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기록영화 농사짓는 소와 이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주인 할아버지의 끈끈한 정을 담은 ‘워낭 소리’ 를 선정했고 또 북한관련 영화를 두 편 상영해 모두 4편을 상영했다고 만남의 차소연 부회장은 설명합니다.
차소연
: 정서를 대표하는 한 그리고 정 그리고 한국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한민족인 북한을 배제할 수 없어서 북한의 가족이야기나 북한의 탈북자 실상을 보여주는 사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록영화를 같이 넣어 보았어요.
북한관련 작품은 세대 간의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면서 가족의 사랑을 회복해가는 '디어 평양'과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 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건 탈출의 현장을 담은 '서울트레인'을 선정했다고 말합니다. 차 부회장은 설명합니다.
차소연
: 사실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어 기록영화 위주로 선정했고 ‘디어 평양’은 여자 분이신 감독인데 일본에서 재일교포인 조총련 집안에서 자란 감독으로 10년에 걸친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로 묶었어요. 여성의 눈으로 본인은 어떻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또 부모님들은 조총련 가정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오셨는지 그런 가족 간의 관계를 기록물로 보여 주었는데...
양영회 감독의 다큐멘타리, 사실 기록영화인 ‘디어 평양’은 어느 조총련 재일교포의 가족 얘기로 가족 간의 미움이 그리움으로 갈등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가족들의 사실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양 감독의 아버지는 조총련의 간부였습니다. 아버지는 양 감독의 세 오빠를 철이 들기도 전에 모두 북한으로 보냅니다. 오빠들과 달리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던 양 감독은 이런 아버지의 사상을 철저히 거부했고 아버지는 딸이 자신을 거역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거죠. 그래서 부녀간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양 감독은 20대 때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은 고사하고 심지어 같이 밥 먹는 것도 싫었다고 고백합니다. 온통 북한과 관계된 대화만 하는 부모님에게 이질감을 느꼈던 겁니다.
양영희 감독은 아버지가 평양으로 보낸 오빠들을 만나러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가족이 품고 있던 특별한 얘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국적을 절대 버리지 말라던 아버지가 딸이 한국 국적으로 바꾸겠다고 하자 이를 허락합니다. 양 감독은 아버지의 이런 모습에 놀라며 아버지의 뜨거운 신념에 앞서는 것이 누구보다 가족을, 가정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버지, 가장이었던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 내용 중 딸은 오빠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지 않으냐고 묻습니다.
(디어 평양 중: 세 명의 오빠를 전부 북한에 보냈는데 후회하지 않으세요?)
이런 딸의 질문에 마음을 열고 솔직한 답을 들려주는 아버지 모습에 양영희 감독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게 됩니다.
(디어 평양 중: 결혼 상대자를 데려오라는 농단 섞인 아버지의 말에 누구든 모두 괜찮으냐고 묻자 아버지는 누구든 다 좋은데 미국 놈과 일본 놈만은 안 된다는 얘기에 아버지와 딸은 즐겁게 웃어넘깁니다. )
디어 평양의 줄거리였는데요 이 기록영화는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선대스 국제영화제 특별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등 굵직굵직한 상을 받았습니다. 차소연 씨는 이 영화에서 느낀 것이 남북한의 같은 정체성 그리고 무엇보다 헤어진 가족들의 아픔이었다고 전합니다.
차소연
: 제가 그 영화를 통해서 가장 크게 본 것은 분단의 아픔이었어요. 조총련 가족들이 그들이 살던 오사카와 평양을 10년 동안 왔다 갔다 하면서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을 영화 속에 그대로 담았는데요, 북한과 조총련이라는 관계를 다 떠나서 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아픔이나 애환이 영화에서 잘 나타났어요.
특히 이 기록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하는데요,
차소연
: 관객들의 반응이 조총련 가정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굉장히 새롭고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많은 분이 감상평을 남겨주셨어요.
(영화 sound)
그밖에 최근에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도 이번 영화제에서도 감명 깊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라고 차 부회장은 말합니다. 보통 15년 산다는 소가 40살까지 팔순 농부 곁에서 묵묵히 여생을 함께 하는데요, 소와 할아버지의 삶의 얘기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차소연
: 아유 이소 나이가 많네요. 40년 가까이 되는데 그러면 이것은 다 된 겁니다.
할머니
: 1년밖에 못 살아.
할아버지
: (안타까워 하면서) 안 그래.
말 못하는 소지만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함께 일하면 지낸 할아버지와 소는 주인과 가축의 관계가 아닌 가족같이 소중한 존재로 아끼는 마음이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소는 할아버지 곁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워낭소리는 소목에 단 방울 소리죠.
차소연
: 워낭소리를 보신 분들은 처음에는 소에 관한 영화가 어떤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오셨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우시고 감동적인 너무 좋은 다큐멘터리였다고 다들 좋아 하셨어요.
만남의 한국영화제를 기획한 차소연 부회장은 한국학 연구모임의 만남 회원들은 물론 교수, 학생,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석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합니다.
차소연
: 교포 1세는 물론 2세들도 많이 왔고 외국인들도 많이 왔어요. 서편제는 외국인들이 보기에 아주 생소한 문화인데 그리고 한국의 역사도 함께 들어간 영화였기 에 외국인들은 아주 흥미 있는 영화였다고 말했어요.
반세기가 넘는 남북한의 분단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남북한 한국인의 정체성이 담긴 영화를 통해서 세월이 흘러도 사상과 이념이 달라도 한과 정이 담긴 기본적인 한국인의 정체성은 달라지지 않는 자리임을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차소연
: 한국의 정체성 이라는 것을 주제로 했을 때 북한의 관한 실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소망이 있어서 4편의 영화를 뽑았거든요. 저희가 이 영화제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한국인의 정체성 한국과 북한은 한민족이라는 점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차 부회장은 섬세한 정서를 가진 여성들이 남북한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영화나 문화, 역사를 통해서 본질적으로 다른 남북의 정치, 경제, 사회분야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외국인들 에게는 영화 같은 매체로 한민족의 문화와 정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이번 한국영화제를 통해서 지금까지 잘 몰랐던 한국문화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어 아주 좋았다는 외국인 관객도 많아 보람 있었다고 하는군요.
차소연
: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한국음식 음악, 영화 등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것은 한국의 우월한 문화들이잖아요 이런 문화를 알릴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소연 씨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두게 되었느냐고 물었데요. 그랬더니 그들은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하다 보니 자연히 관심이 가더라는 답변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류가 젊은 세대들에게 또 외국인들에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영양을 미쳤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