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여성시대에서는 격주로 탈북자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생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의 마음 졸이며 살았던 얘기 그리고 다시 중국을 탈출해서 한국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사연을 눈물과 한숨 그리고 웃음으로 풀어놓습니다. 최근 한국으로 들어간 탈북여성 가명의 김선 씨의 사연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김선 씨는 월남자의 가족으로 북한당국이 제외한 적대적 계급이었지만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식량난으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다섯 달 머물다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오늘은 김선 씨가 중국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들어 봅니다.
질문) 김선 씨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한국으로 오시면서 중국에서 5달 동안 꼼짝 못하고 한 곳에 계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생활하셨는지요?
북한에서 중국까지 넘어오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브로커, 중국 중개인의 은처지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일단 한국으로 갈 사람들을 받으면 우리가 돈을 내요 이렇게 돈을 내면 먹고 입고 그리고 보호를 해줍니다. 그리고 밖에 외출하면 공안에 잡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가지 않도록 집에 있게 합니다. 그러다 그 중개인들이 자기들이 연 통로로 해서 안전하게 한국으로 보냅니다.
질문) 네, 그러니까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네요.
그렇죠.
질문)
그러면 갑자기 공안이 알아채고 들이닥치는 일은 없나요?
그럴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일체 외부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해 방안에만 있는 거죠.
질문) 당시 몇 분이나 그렇게 계셨어요?
그때 회령 쪽에서 온 가족하고 또 같은 회령에서 들어온 아줌마하고 나하고 그렇게 있었어요.
질문) 하루 종일 꼼짝 못하고 무슨 일로 소일하셨나요?
아침 점심 저녁 밥 먹고 텔레비전 보고 그것이 하루 일과에요.
질문) 그래서 중국에 계실 때 텔레비전을 많이 보셨다고 말씀하셨군요. 재미있는 프로그램 보면 시간이 빨리 가죠.
우리가 한국에 가서 살아야 하니까 한국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국사회가 어떻고 한국이 어떤 곳인가 많이 보았더니 한국에 들어와서 실제로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계속 TV를 보았으니까...
질문) TV 시청도 하나의 교육 방법이 되겠어요.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으면서 TV 보는 일이 일과의 전부였어요.
질문) 그런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여러 가지 면을 배울 수 있었겠어요. 거기서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보셨어요?
그럼요 계속 보았죠. 드라마, 뉴스 오락프로그램 다 보았어요. 원래 저는 드라마를 좋아해서 계속 보았어요. 그런데 뉴스를 많이 보라고 하더라고요. 뉴스를 보면 세계정세, 한국의 정세, 또 뉴스에서 북한의 문제 소식도 나오니까.
질문) 그렇죠, 한국 텔레비전을 통해서 북한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소식을 들었겠어요.
그럼요, 중국에 넘어와 5달 동안 있으면서 TV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전혀 알지 못 했던 세상, 한국이 어떤 곳인가를 알게 되었죠.
질문) 처음에 세계가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충격이 컸겠어요.
네 컸어요.
질문) 특히 북한 사회 안에서 알고 느낀 것과 바깥세상을 통해서 북한의 내부를 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을 것 같아요.
네, 제가 제일 충격적인 것은 북한이 얼마나 우리를 속였나! 얼마나 세상을 속이고 역사를 속인 것을 제일 먼저 절감했고요, 한 생애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계속 우리 북한 백성에게 정치, 역사 등을 속여 끔찍했습니다. 또 너무나 속아 살았다는 것을 알고 분하기 짝이 없고 원통했어요.
질문) 드라마 중에서는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으세요?
내가 중국에 건너 와서 끝날 때까지 본 드라마는 바람의 화원 그리고 뭐더라...
질문)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고 가물가물하시죠.
네, 그래도 당시에 했던 드라마 다 보았어요.
질문) 재미 있으셨어요?
네, 오락프로그램도 보고 건강프로그램으로 ‘비타민’ 보고 과학프로그램도 보면서 이렇게 사는구나, 그리고 북한의 TV 방송과 비교하면 너무나 차이가 많아 감동도 받았어요. 한국에 오기를 기다리는 나 자신에 후회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한국에 와서 열심히 살 수 있나 알고 싶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TV를 보아서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질문) 숨어서 사셨지만, 다른 탈북자들 얘기 들어보면 공안이 집으로 들이닥쳐 찾기도 하고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다는데요, 그래도 숨어 계신 곳은 좀 안전했네요.
네, 제가 원래 북한에서 처음 넘어올 때 한번 잡혀 감옥살이를 하고 왔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잘못해 잡히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는 그런 조건이었어요. 그래서 아예 그 은처지 에서 브로커들의 요구대로 신변안전을 위해서 나가지 않았어요. 딱 은처지에 감금된 것이나 다름없어 나가 다니지 않아서 그런 염려는 없었어요. 일단 한국에 보내려고 우리 탈북자들을 넘겨받은 브로커들은 우리의 신변을 안전담보 했거든요 그래서 제삼국을 통해 한국으로 가는 브로커 비용보다 뱃길로 한국에 들어가는 돈 액수가 더 많아요. 그 사람들은 돈 받은 순간부터 한국으로 무사히 갈때까지 먼저 신변안전을 책임지거든요.
질문) 브로커 비용이 얼마나 들었어요?
천만 원 들었어요.
질문) 천 만 원이면 미화로 약 8천7백 달러 정도인데요, 아주 큰 액수 아닙니까?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셨어요?
딸이 중국에 먼저 나와서 한 3년 정도 있었어요. 딸이 벌어서 그리고 남의 돈도 조금 빌린 것 같아요. 내가 중국에 넘어오니 딸이 바로 나를 만나러 왔어요. 딸은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갔고 나도 바로 들어온다는 것이 뱃길이 막히는 바람에 5달 동안 중국에 체류했어요.
질문) 돈이 있으면 이렇게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는데..... 건강은 어떠세요? 한번 북송되어 어려움도 당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북송된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잡혀 있다가 풀려나서 다시 바로 빠져나왔거든요. 질문) 아 북한에서 잡히신 거군요.
네, 그러니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국정원에서 두 달 하나원에서 석 달 있는 동안에 오자마자 본격적인 치료를 해주어서 치료받고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 일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몸이 개운하게 건강하지는 않지만 일 할 수 있는 정도로 괜찮아요.
질문) 네 그러나 건강이 완전히 좋아질 때 까지 치료는 계속 받으셔야겠네요.
네.
질문)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오려는 탈북자들에게 먼저 오신 분으로서 안전하게 오는 방안이 있으면 좀 전해주세요.
삼국으로 온 사람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삼국을 통해서 오는 도중 브로커 들이 모두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혹 어떤 브로커들은 중국 측하고 아니면 북한 측 사람들과 내통해서 비밀이 누설될 수 있어요. 그래서 3국으로 오는 도중 떠나오는 일행이 한국으로 빠진다는 정보가 나가면 잡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브로커들과 같이 동행하는 사람을 잘 만나야 합니다.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떠나는 사람 중 에도 언제 어디서 떠나는 조가 한국으로 간다는 정보가 새나가면 갑자기 잡힌다고 그래요. 지금은 거의 삼국을 통해서 들어오는데요, 드물게 배편으로 아니면 비행기로 들어갑니다. 지금 듣는 얘기로는 배편도 길이 막혀 힘들고 비행기로 한두 명씩 들어온다고 합니다. 제삼국을 거쳐 오는 사람들은 교회단체의 도움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브로커를 통해 들어오는데 같이 떠나는 일행 중 나쁜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야 하고... 나쁜 사람이라면 특별 임무를 받고 탈북자를 색출해 내는 사람이나 정보를 중국이나 북한에 넘겨주는 사람 등인데 이런 사람들을 잘 가려야 합니다.
질문) 특히 안전한 브로커, 중개인을 만나는 일이 아주 중요하네요.
그리고 어느 지역부터 어느 곳까지 이동하는 기차를 타거나 버스 타는 곳에서 혹시 예상치 못한 단속에 걸리면 말을 모르기 때문에 잡히는 경우도 많아요.
네, 정말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으니 조심하고 또 주의해야겠네요. 오늘 얘기 듣다 보니 시간이 다 되었어요. 좋은 소식, 말씀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