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이달 초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에서는 북한의 인권참상을 알리는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 청문회는 캐나다 연방의회 하원 인권 소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발의 안 채택을 앞두고 마련했는데요, 이날 청문회에 증언자로 나선 탈북자, 가명의 김혜숙 씨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그대로 밝혀 충격을 주었습니다. 김혜숙 씨는 청문회 증언 뒤 RFA 자유 아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청문회에서 못다 한 수용소 생활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cut: 엄마가 그렇게 아파도 쌀밥, 죽이라도 한번 못 먹여 보고 내가 17살 때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동생 넷에다 할머니까지 몽땅 내가 안았어요.
지난 시간에 어린 시절 18호 북창 관리소로 잡혀간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지낸 김혜숙 씨는 13살 때 부모 있는 곳으로 보내져 그곳에서의 중학교 때까지의 생활을 증언했습니다. 오늘은 할머니와 어머니 어린 동생 넷과 강냉이 가루에 나물을 넣은 멀건 죽으로 연명하던 김혜숙은 어머니마저 잃고 소녀가장의 생활 그리고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만 했던 얘기를 전합니다.
탄광에서 노동하는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이 있다는데요. 하지만, 이날은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나물을 뜯어야만 굶지 않고 죽이나마 먹을 수 있었습니다.
cut: 한 달에 단 하루 휴식이에요. 그러면 새벽에 한술 먹든가 말든가 하고 온 집안에 총 출동해서 나물을 뜯어 와야 해요. 그래야만 여유가 조금 있어요.
어머니는 탄광에서 일하면서 농장이나 오리목장에서도 일하는데 오리에게 먹일 지렁이도 잡고 나물도 뜯기 위해서는 깊은 산 속까지 가야 했다고 김 씨는 전합니다.
cut: 북한에서는 오리 사료가 없으니까 산에 가서 지렁이를 잡아다가 지렁이를 먹여요 그래 지렁이도 잡으면서 먹을 나물도 뜯어야 하잖아요.
바로 이날 산속에서 나물을 뜯던 어머니가 영양부족 빈혈로 그만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산비탈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산 아래로 떨어진 어머니를 동생하고 부축해서 간신히 집으로 왔는데 그때부터 어머니는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다 복막염까지 겹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cut: 복막염으로 속에서 열이 너무 나니까 얼음물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5월인데 깊은 산에 가면 얼음이 녹지 않은 데가 있어요. 그래서 양동이를 지고 가서 신발은 다 꿰져서 발을 다 찔리면서 얼음을 한양 동이 지고 집에 오다 보면 거의 다 녹아요. 엄마가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는데요, 당장 할머니와 동생 넷을 떠맡은 가장이 된 거죠 김혜숙은 당시 중학교를 막 졸업한 17살이었습니다.
cut:조선글자나 알고 숫자나 알게 되면 시험 쳐서 낙제건 뭐건 무조건 졸업시켜요. 탄광에 노력인원이 모자라니까 학교 졸업하면 여자고 남자고 무조건 탄광이에요. 남자들은 갱 속을 뚫고 들어가면서 석탄 줄기를 만들어 놓으면 여자들은 나이가 든 남자들과 그 속에 들어가서 석탄을 캐요
탄광에서는 하루 8시간 일하는데 8시간 내내 탄광 일을 한다는 것이 17살 난 소녀 가장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말이 8시간이지 작업시간은 그 두 배에 달했습니다.
cut: 8시간 동안은 탄광에서 탄을 캐서 실어 나르는 일입니다.1 광차하나에 두 톤짜리 탄 차인데 혼자서 그것을 밀어야 해요 그런데 잘 굴러가는 것 맡으면 그래도 낫고 안 굴러가는 차 오래된 것 그것을 미느라 힘을 쓰면 저쪽에서는 빨리나가라고 소리치지 그렇게 8시간 일하면 다른 교대가 들어옵니다. 그러면 나가서 여자건 남자건 무조건 산에서 나무를 하나 찍어야 됩니다. 그 나무를 다듬어 가지고 메고 내려와 자기작업반에 실어놓으면 자기 작업반까지 들어가요. 그러면 하루에 16시간이나 18시간 일 한 거죠.
눈 좀 붙이고 나면 다시 탄광에 나가야 되는 일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동생을 돌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된 일을 하고도 먹을 것이 늘 부족해 혜숙은 물론 동생들은 주린 배를 안고 살면서 전혀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cut: 혼자서 동생들을 통제 못하니까 막냇동생이 학교를 안가서 선생이 집으로 찾아와요. 동생을 잘 보라며 배급표를 자르겠다고 집에 들어갔다가 동생 얼굴도 한번 못 보고 출근할 때가 있어요. 애도 많이 먹고 울기도 많이 울고 그러면서 탄광 일을 11년 동안 했어요.
누나의 뒤를 이어 중학교를 졸업하고 역시 탄광 일을 하던 남동생을 탄광 사고로 잃었습니다. 할머니는 점점 기력이 달리고 노쇠해 지다 보니 집을 봐주시는 일도 힘들어하셨습니다.
cut: 할머니가 나이가 많으신 대로 집을 지키고 계신 데 가뜩이나 배급을 조금 타는 것을 그거마저도 잊어먹어요. 그리고 도둑들이 들어와서 또 훔쳐 가기도 하고 그러니 생활을 도저히 연장할 수가 없어요.
이런 생활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주변에서 김혜숙 씨에게 시집을 가서 남편의 방조라도 받으라고 권합니다. 자신을 생각하면 좀 조건이 나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남동생을 잃고 남은 동생 셋을 생각하자 결혼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결혼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승인받기도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cut: 결혼하겠으면 탄광 사로 청 위원장, 초급당 비서 갱장 에게 비준 다 받아야 해요 일도 잘못하면 승인 안 해주어요. 그래서 아무리 집이 어렵고 해도 난 고지식하게 일은 잘했어요. 그래서 사로 청이랑 다 비준 받았습니다.
그런데 소개받은 한 남자가 관리소에는 독신으로 들어왔지만 관리소 들어오기 전에 결혼했던 사람인데다 나이가 많았습니다. 독신은 노동자 합숙소에서 생활했는데 이 남자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합숙소 생활이 지긋지긋하다며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cut: 솔직히 나만 보고는 다른 데서도 대상자가 많은데 동생들이 많으니까 내가 남자네 집에서 산다면 동생들은 어떠하겠어요. 그래서 못하고 있었는데 이 남자는 자기가 동생들을 돌보겠다는 거예요.
동생을 돌보아 준다는 데다 한 가지 더 나은 조건은 탄광에서 발파공이라는데 마음이 움직였다고 김 씨는 전합니다.
cut: 관리소에 들어올 때 죄가 조금 약했는지 발파공을 하고 있고 발파공을 그래도 직업이 나요 발파만 해주고 나와 있으니 탄가루를 그렇게 많이 먹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과 살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혼해서 보니 자기 월급을 조금씩 절약한 돈을 살림에 보태라며 내놓았습니다.
cut: 결혼식은 올려줄 형편도 못되고 올리지도 못하고 집에서 합숙소에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서 그때 돈 300원이면 커요 몇 년 동안 모은 300원을 나한테 내놓더라고요. 살림에 보태라고
김혜숙 씨는 결혼하자 관리소에서 11년 동안 탄광 일을 하던 것을 그만두게 됩니다. 자신이 그만둔 것이 아니라 사직을 시켰다는데요, 탄광 일을 그만두면서 김혜숙 씨는 자신이 영문도 모르게 수용소로 들어와서 살았던 관리소 이주민에서 해제를 받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cut: 그 사람이 돈 300원 준 것을 개 두 마리, 돼지 새끼 두 마리를 샀어요. 간부들 집에서는 새끼 내서 파는 것이 있어요. 그래 사가지고 인분도 끓여 먹이고 산에서 나물도 뜯어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돼지도 이렇게 길러서 바치고 개도 바치고 토끼는 집 부엌 마루 밑에다 기르고 해서 바쳤습니다.
결혼한 후 10년 동안 관리소 이주민으로부터 해제 받기 위해 간부들에게 뇌물을 마련하는 동안 동생들도 살림을 차려나갔고 김혜숙 씨는 딸과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면서 생활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김혜숙 씨는 부모를 따라 관리소로 들어간 데다 이미 부모가 돌아가신 지 오랜 세월이 흘러 해제 대상이 됐지만, 관리소 담당자들이 서류를 써주지 않아 10년이나 걸렸다고 전합니다. 결국, 뇌물을 쓰지 않은 것이 이유였던 겁니다.
cut: 좀 뭐 고여야지 써주지, 그러니까 해제되려면 행정부서장, 20:49 관리부서장 관리과장 그다음에 보위부원 담당지도원 안전원 갱이면 갱장, 갱 사로청위원장, 그리고 초급 당 비서 이렇게 한 10군데 남아 사업을 다 해야 하니까 이게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는가 보세요. 그래서 10년 만에 해제 받게 됐어요.
평안남도 북창군에 있는 18호 북창 수용소에서 28년간 생활했던 김혜숙 씨는 어머니를 잃고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 한 결혼, 그리고 관리소에서 일반 주민으로 해제 받는 얘기까지 증언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3번째 증언에서는 온 가족이 수용소로 끌려간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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