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떠도는 탈북 벌목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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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북한에서는 외국 인 러시아로 가서 벌목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 인기 직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요, 국가로부터 모든 것을 보장 받으며 큰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소문이 났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바람에 뇌물까지 바치고 벌목공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사정이 아주 다릅니다.

민: 90년대는 되게 많았는데 2000년대 절반가량이 줄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벌목공들을 러시아로 보내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사업장을 탈출해 러시아에서 탈북자로 숨어 떠돌고 있다고 미국에 정착한 가명의 민영철 씨는 전합니다. 중국에 숨어사는 탈북자들은 한국으로 가기도 하고 영국 등의 유럽이나 미국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지만 러시아의 탈북자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오늘 여성시대에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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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기업소를 나가도 월급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많은 가장들이 어떻게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된 일을 하는 벌목공이지만 매달 봉급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한겨울엔 섭씨 영하 50도 까지 내려가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산으로 들어갑니다.

민: 노임은 거의 못 받죠. 일을 해도 인건비가 한 달에 100달러도 안돼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돈 벌러 들어왔는데 돈을 벌지 못하고 아니 번 것조차도 여기서 떼이고 저기서 떼고 하니까 50-60달라도 못 차례지는 사람들이 많죠.

더구나 한겨울에도 난방을 못하는 곳이 많고 식사는 소금국에 밥 한 덩이였다는데요, 특히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려도 약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 병원에 갈 수 있는 형편은 더더욱 안 되었다는 거죠. 이런 비참한 상황이 점점 심해지자 북한임업 총국이 있는 띤다 지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벌목공들이 사업소를 뛰쳐나가게 되었는데요, 이는 탈출이 아니라 살기위한 이탈이었다고 민영철씨는 강조합니다.

민: 띤다에서 또는 하바롭스크 지역이라든가 블라디보스톡 이렇게 특히 띤다 지역은 북한의 대표적인 연합기업소가 있는 곳이거든요, 그런 사업소에서 멀리 달라나는 거죠. 달아난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돈 벌러 나간다는 겁니다. 사실은 돈 벌러 들어온 분들이 돈을 안주니까 돈을 벌수가 없으니까 ....

사업소를 이탈한 벌목공들은 이때부터 도망 다니며 숨어살면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건축 공사장이나 막노동 현장 등을 두루 다니며 일자리를 찾으면 그나마도 다행이었죠.

민: 혼자서 일을 찾아서 돈을 벌어 보려고 사업소를 이탈해서 다른 도시로 다른 주로 나가는 거죠. 행방도 없어 그냥 나갑니다. 장소를 정해 놓고 누가 약속을 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고 그냥 나가는 거죠. 처음에 나가서 거처를 잡기 전에 혹시 어떤 좋은 사람, 은인을 만나지 못하면 밖에서도 자고 마구간에서도 자고 돼지우리에서도 자고 그것도 없으면 밖의 한데에서 하늘 쳐다보며 자는 사람들이 많아요.

더구나 한겨울에는 그 모진 추위를 견디기 위해 어떤 때는 러시아 노숙자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하룻밤 몸을 의탁하기도 했다는군요.

민: 겨울에는 러시아 노숙자들이 지내는 곳이 있어요. 집이 아니고 밖에 온수난방 큰 관이 지나가는 곳 밑이나 또 아파트 지하에 노숙자들이 사는 곳이 있어요. 그런 데를 찾아가서 같이 하룻밤 지내자고 얘기를 해 거기서 지내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하고 지내는 것도 그냥 지내는 것이 아니라 술을 요구해요 술을 사 주면서 하룻밤 묶고 다시 낮에는 일을 찾아 헤매다 가는 곳 마다 이렇게 닥치는 대로 자는 거예요.

이렇게 돌아다니다 잘못하면 러시아 경찰에 표적이 되어 잡히기도 해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과 수없이 맞닥뜨리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민: 러시아 경찰에 잡히면 일단 신원확인을 해 북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면 북한 대표부에다 연락을 합니다. 연락을 하면 사람을 인계받으려고 와요 경찰서에, 그렇게 해서 넘겨지면 추방되는 거죠. 돈 일 푼 없이 그냥 추방되죠.

추방을 당하면 물론 북한으로 끌려가 당연히 처벌을 받는데요, 처벌을 받고 겨우 집으로 돌아가면 거의 폐인이 되다 시피 한다고 그는 증언합니다.

민: 러시아 경찰에 체포되어 대표부로 넘겨져서 추방된 사람은 노동교화소 거기에서 3개월이면 3개월 동안 강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거기서 사람이 반 정도 죽습니다. 강하게 고역당하다 집으로 보내지면 완전 정말 폐인이 되는 거죠.

집으로 돌아갈 때도 가족들에게 없는 살림에 여비까지 마련하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인민들로부터 돈을 짜낸다고 그는 전합니다.

민: 집에 가는 것도 물론 집에 가는 여비도 주지 않고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여기 당신네 사람이 있으니까 와서 데려 가라, 그러면 가족들이 그 여비를 마련해서 노동 단련소가 있는 두만강 역 까지 와 자기네 남편 혹은 가족을 데리러 와요. 그런데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담당 군 보위부 담당지도원이 입회해서 같이 데리러 와요. 아 그러니까 말을 못 하죠, 세상에 그런 일이 어떻게 있어요? 이루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원칙이 있고 예의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나라는 뭐 원칙이고 뭐고 없어요.

북한 벌목공들은 학력도 좋고 우수했기 때문에 주로 건축공사장에서 미장공 전기공으로 일을 하면 그래도 돈을 모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네요.

민: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래도 외국에 나가면 돈을 조금이나마 벌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 때문에 나가기도 하고 또 이렇게 달아나서 기술가지고 열심히 돈 벌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달아났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한푼 두푼 먹지 않고 모아서 기회가 되면 북한의 집으로 나가는데 번 돈에서 또 바치는 돈이 많아요. 강도처럼 그냥... 처벌받지 않고 무난히 들어가려면 바쳐야죠.

민씨는 지금도 10년이 넘게 러시아 땅을 떠도는 북한 탈북자들은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며 이들이 하루 속히 한국이나 미국 둥 자신이 원하는 국가로 들어가 난민지위를 받아야 되는데 이들 혼자서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고 역시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손길이 간절하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민: 러시아에서는 한번 움직이기가 어려워요 무리를 지어서 움직일 수도 없고 행동하기가 어려워 안내자가 꼭 필요한 거죠. 이 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길을 안내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으로 오려면 안내자가 필요해요.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안내자들도 없이 더군다나 신변보호를 위해서도 러시아 경찰에 체포되면 어렵죠.

러시아의 탈북 벌목공들은 길과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알면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 등 탈북자들이 정착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민영철 씨는 자신이 미국으로 들어올 때는 영국등 유럽이나 캐나다 등 다른 국가는 선택할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민: 지금은 모르겠는데 당시는 무조건 한국영사관의 인터뷰나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때 우리는 한국이나 혹시 미국행 두 나라 밖에는 선택권이 없더라고요. 당시 벌목공들은 대부분 한국가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제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민 씨는 미국으로 온 벌목공들이 몇 명 있지만 연락도 못하고 산다며 아쉬워합니다.

민: 제가 아는 4명 정도 인데 이들마저도 서로 연락이 안 됩니다. 한곳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전 역에 흩어져 사니까 연락을 잘 못하고 또 연락처도 몰라요.

최근 미국 내 다른 주로 이주를 한 민영철 씨는 그동안 몸이 건강하지 못해 일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회복이 되어서 일을 시작했고, 영어 공부도 다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민: 얼마 전까지 선뜻 일을 못했는데 몸이 회복되어서 일을 찾아서 시작했어요. ESL, 영어 공부를 일주일에 두 번 미국인 교회에서 하고 있어요. 지난해 9월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많이 늘은 것이 아니라 조금 늘었어요 하하하.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 낫죠.

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의 언어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들을 위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입니다. 이민 온 사람들이나 미국에 유학 온 사람들 중 자기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데요, 각 지역에 있는 봉사단체나 교회에서 하는 ESL 은 교재비 정도만 내고 영어를 배울 수 있어 역시 자유롭게 선택하는 기회의 나라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민영철 씨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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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