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탈북 꽃제비 시인의 피맺힌 절규가 시집으로 나왔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였던 1990년 중반 북한의 장마당에서, 중국에서 떠돌던 꽃제비가 당시의 비참한 꽃 제비들의 실상을 시로 만들어 세상에 외치고 있습니다.
'훈이의 최후' 김명희 낭송
허기진 데다 큰 병에 걸려 앓으면서
며칠을 잘 견디던 훈이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어느 날 우리에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너희는 보아서 다 알지?
지금 내 생각은 단 하나
이 배고픔과 혹독한 추위 이 뼈를 깍는 병의 아픔도
어서 빨리 멈추게 하고파…
가까스로 무거운 짐수레를 끌 듯
꽁꽁 언 몸을 움직여 벌벌벌 네 발로 기어가
순식간 훌쩍 벼랑아래 몸을 던진다…
백이무 시인의 '훈이의 최후' 탈북여성 김명희 씨의 낭독이었습니다. 훈이는 꽃제비 시인의 친구였다는데요, 그 친구가 자살했을 때 저자는 사흘 동안 울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북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아버지는 병들어 죽고 어머니는 굶어죽자 맏딸이었던 한 여성이 동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꿏제비 생활을 하다 2001년에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했습니다. 중국에서도 꽃제비 생활과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동생을 돌보던 이 여성은 지금은 20대 후반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써 두었던 시를 탈북시인의 외침, 꽃제비의 소원 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낸 여성은 필명을 백이무 라고 했습니다. 오늘 여성시대에서 꽃제비 시인의 시를 알아봅니다.
음악:
한국의 출판사 글마당의 최수경 대표는 최근 13년 넘게 북한과 중국에서 험난한 꽃제비 생활을 체험한 꽃제비 출신 여성의 시집을 처음으로 펴냈다고 밝혔습니다.
최: 제가 한 달 전 쯤 탈북자들을 돕는 선교사를 통해서 시인 백이무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백 씨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시 가운데 우선 102 편을 보내 왔습니다. 마침내 모종의 채널을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시집을 완성했습니다.
백이무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자신의 시집이 한국에서 출판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여기저기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최 대표는 기독교인의 양심으로 이 시인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최: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 네가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므로 그들이 네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으리라' 고 성경에서 말씀하셨듯이 크리스챤의 양심에서 가련한 꽃제비 시인의 간절함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라오스에서 9명의 탈북 꽃제비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비극이 일어나자 꽃제비 생활의 생생하고도 슬픈 사연들의 시를 꼭 세상에 알려야 할 때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최 대표는 저자인 시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하는군요.
최: 사실은 시집을 만들고 있는 도중에 라오스에서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서 저희들도 상당히 안타깝고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 반면에 이 시집이 독자들에게 굉장한 관심과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되고 시인과 접촉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저자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제3국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 시인은 이번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동료 꽃제비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피눈물 나는 꽃제비 생활을 생생하게 체험해온 자신으로서는 이들 모두가 친동생 같아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아파 사람이 없는 외딴곳에 가서 한참동안 목 놓아 울었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그동안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증언도 하고 과거의 경험을 글로도 발표 했지만 꽃제비의 생활을 직접 시로 표현한 것은 처음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최수경 대표는 설명합니다.
최: 지금 우리나라에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요덕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 있었던 분들의 얘기를 고발하는 것 등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 북한과 중국에서 꽃제비 생활을 한 여성의 체험기 같은 시는 처음입니다. 이 시인은 오랫동안 고단한 꽃제비 생활 가운데서도 글재주가 있기 때문에 600여 편의 시를 틈틈이 써가지고 비닐봉지에 싸서 땅속에 묻어두고 다녔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묻어둔 시를 파보니까 눈, 비에 글씨를 못 알아볼 정도로 훼손이 되어서 절망하다가 조선족의 도움으로 컴퓨터를 배워 이번에 1집과 2집의 시를 내고 이어서 가을에 세 번째 시집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1집인 꽃제비의 소원에서는 고난의 행군 시절에 부모를 모두 잃었던 백 시인은 당시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놀라웠다고 하는군요
최: 지난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는 3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어갔습니다. 그 당시의 참상을 다룬 '최후의 몸부림'이라는 시는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은 사람의 인육까지 먹는 처참한 식량난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서 이 시를 읽은 독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최 대표는 떠돌아다니고 숨어사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시가 나오는지 놀랍다며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의 글짓기 경력을 보더라도 천재 시인이 틀림없다고 감탄합니다.
최: 시인은 학교 때 북한 전역에서 글짓기 대회를 모두 휩쓸 만큼 글재주가 뛰어난 문학 신동으로 불렸답니다. 더 구체적인 수상내용도 있지만 신변이 노출되기 때문에 더 밝힐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들 가운데는 김일성 대학을 나온 뛰어난 글재주가 있는 문인에게 시를 보였더니 정말 중학교까지 배운 실력으로 이런 시를 쓴다는 것은 기본적인 글재주가 없으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시라고 합니다.
시 출판 작업 때문에 몇 번 보았지만 자신의 생활과 경험에서 직접 우러나오지 않았다면 이런 사실적인 시를 쓰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시를 거의 원문으로 출판했다고 최 대표는 작업 과정을 전합니다.
최: 저도 시집을 만들기 위해서 작업을 하면서 몇 차례 시인과 대해보니 아주 영리한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꽃제비 생활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이러한 처절한 시를 쓸 수 없는 심금을 울리는 시고 또 특별히 여성이라는 섬세함이 있기 때문에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그래서 우리 출판사에서는 띄어쓰기와 철자 일부 맞춤법 표현 외에는 거의 저자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서 출판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백이무 시인의 꽃제비들의 실상을 알리는 시는 올 가을 까지 계속해서 글마당에서 출판 됩니다. 백 시인은 방송을 듣는 모든 분들에게 북송된 꽃제비들을 구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고 하네요.
최: 백 시인이 우리 꽃제비들을 구원해 주고 탈북자들을 모른 채 방치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중국에, 국제사회에 호소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자기들은 북한에서 말하는 것처럼 죄를 짓고 도망한 범죄자가 아니고 조국과 민족을 배반한 것이 아니고 굶어 죽지 않고 살기위해서 마지막 살길을 찾아 떠나온 불쌍한 국제난민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나올 백이무 시인의 시 내용은 북한정권에 대한 고발이 될 것이라고 최 대표는 전합니다. 이번에 시를 공개한 백 시인이 이렇게 시를 쓰고 출판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고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니 꽃제비 여성 시인은 전 세계를 향해 펜이라는 펜 폭탄을 투하 하겠다는 각오라고 최수경 대표는 전합니다.
음악:
"광명의 길" 김명희 낭송
너무나 헐벗고 굶주리고 자유 잃고
억압 받고 인권도 없고
그래도 자기 앞에 주어진 삶,
숙명처럼 그것을 받아 드리고
양처럼 모든 일에 순종하면서
잠자코 살아가는 민초들
그러나 그 죽음이 싫어 혹시 조금이라도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 있다면
어차피 아무래도 죽을 목숨,
죽기를 맹세하고 들고 일어나
복종에 항거하라 반기를 들라 .....
음악:
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